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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피난민인 아베 사유리 씨와 딸 유리카 양이 10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대재앙 1주기 시민문화행사에 참석하여 무대 발언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피난민인 아베 사유리 씨와 딸 유리카 양이 10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대재앙 1주기 시민문화행사에 참석하여 무대 발언을 하고 있다. ⓒ 전은옥

"어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저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요? 제가 결혼할 수 있을까요?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요? 방사능 때문에 병에 걸리고 싶지 않습니다. 방사능 때문에 죽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10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주기를 맞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시민문화행사에 참가한 11살 어린이 유리카양이 말했다. 유리카양은 작년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대지진 등에 이어 핵발전소 폭발 사고를 겪은 직후 야마가타, 홋카이도, 오키나와, 교토 등을 전전하며 엄마와 함께 피난 생활을 해왔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의 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대재앙 1주기 시민문화행사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에 참석한 유리카양과 그 어머니 아베 사유리씨가 직접 무대에 올라 사고 당시의 정황과 1년 동안 변해버린 삶에 대하여 이야기하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독일과 스위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탈핵의 길로 나아가고 있고,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핵 발전에 대한 비판 여론과 탈핵에 대한 열망의 목소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 행사에는 1만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3월이지만 종일 바람이 불어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핵발전 시설 및 관련 지역의 주민을 비롯해, 아이와 함께 참석한 엄마들이 많았다. 또 카톨릭과 기독교, 불교계의 종교인들을 비롯해 외국인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핵 칵테일 퍼포먼스을 하고 있다.
한 시민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핵 칵테일 퍼포먼스을 하고 있다. ⓒ 전은옥

 후쿠시마 대재앙 1주기 시민문화행사에 참가한 시민들.
후쿠시마 대재앙 1주기 시민문화행사에 참가한 시민들. ⓒ 전은옥

 수명이 다한 노후한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 중단을 요구하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플랭카드.
수명이 다한 노후한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 중단을 요구하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플랭카드. ⓒ 전은옥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본행사는 후쿠시마 사고 1주기 추모를 위해 인간문화재 이애주(서울대 교수)씨의 생명평화 굿을 시작으로 후쿠시마 사고의 피해를 전하는 모녀의 증언, 신규핵발전소 후보지로 선정된 영덕과 신고리 핵발전소를 위하여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던 밀양에서 온 어린이의 편지와 시 낭독 및 발언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딸을 데리고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아베 사유리씨가 "(핵발전소 사고 이후) 돈이라든가 좋은 집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며 핵발전소 사고의 심각성과 그로 인해 송두리째 바뀐 삶에 대하여 이야기한 데 이어, 딸 유리카 양이 말했다.

"이런 생활이 얼마나 계속될까요? 후쿠시마에 돌아가고 싶어요!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어요! 원전 사고가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이제는 본래대로 되돌아 갈 수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저와 같은 생각을 (또 다른) 누군가가 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사고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사고 핵발전소에서 약 60km 떨어진 후쿠시마시에서 살던 유리카양은 사고 후 (3월 16일) 피난을 떠나기 전까지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도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끼고 지냈으며, 아버지를 후쿠시마시에 남겨두고 와야 했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부득이하게 이주하거나 피난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다른 곳으로 피난한 사람들에게는 보상이나 지원이 없기 때문에 생계 대책 없이 피난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유리카양의 아버지는 후쿠시마에 남아 일을 하고 있다.

뒤이어,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로 선정된 영덕에서 온 김규리 어린이는 편지를 통해 이렇게 전했다.

"제가 살고 있는 영덕은 푸르고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우리는 대게와 송이가 특산물인 영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기좋은 곳에 핵발전소가 들어섭니다. 우리들은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의 피해사례를 보아왔습니다. 얼마나 많은 기형아와 기형동물들이 있던가요. (우리는) 영덕 대게의 다리를 하나 더 늘리고 싶지 않습니다. 대게의 눈이 3개면 얼마나 놀랍고 두렵겠습니까."

 걷는 것으로 발전을 할 수 있는 '워킹 발전기' 체험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들.
걷는 것으로 발전을 할 수 있는 '워킹 발전기' 체험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들. ⓒ 전은옥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일본의 사진작가 모리즈미 다카시 씨의 사진전을 보고 있는 시민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일본의 사진작가 모리즈미 다카시 씨의 사진전을 보고 있는 시민들. ⓒ 전은옥

한편,  그린피스 국제본부 방사능 전문가인 리안 툴씨는 "산업계에서는 위험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굉장히 낮다고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위험한 사고가 약 10년에 한 번 일어났다"면서, 막상 사고가 발생하면 산업계는 막대한 사고 비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정부와 납세자가 지불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쿠시마 사고는 핵에너지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하였다, 세계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이 교훈을 배워 재생가능 에너지에 바탕을 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의 미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강우일 주교(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를 비롯하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방송인 김미화씨, 유키코 카다 일본 시가현 도지사 등이 영상 메시지로 탈핵의 목소리를 전했고, 45개 탈핵 지자체 선언에 참여했던 염태영 수원시장 등 지자체장들이 나와 다시 한 번 탈핵을 다짐하고 약속했다. 

오전 11시부터 열린 부대행사에서는 어린이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탈핵 게임과 자전거로 돌아가는 발전기 체험 및 핵발전소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적어 붙이는 게시판 등 다양한 체험 행사와 유기농 먹거리 장터, 이동 찻집이 마련되었다. 또 탈핵 풍자화전, 핵무기와 핵발전의 피해와 현황 전시,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을 담은 사진전과 함께, 최병수 작가의 '핵똥'과 '핵 칵테일' 퍼포먼스 및 설치미술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신규 원전 후보지 선정 및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철회, 수명이 다한 원전의 폐쇄, 송전탑 건설 중단, 원전 수출 정책 백지화, 탈원전 정책 수립과 탈원전 기본법 제정" 등의 주장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하고, 핵 없는 사회를 위한 10가지 시민실천 약속을 참가자들과 함께 다짐했으며, 참가자들은 오후 5시부터 퍼포먼스를 하면서 거리를 행진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치우기 힘든 핵 똥' 등 핵 문명의 야만을 드러내는 최병수 작가의 현장 설치미술.
'치우기 힘든 핵 똥' 등 핵 문명의 야만을 드러내는 최병수 작가의 현장 설치미술. ⓒ 전은옥

 탈핵 퍼포먼스 등에 관심을 보이며 놀이 중인 어린이들.
탈핵 퍼포먼스 등에 관심을 보이며 놀이 중인 어린이들. ⓒ 전은옥


#후쿠시마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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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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