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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의 우리학교 만들기' 1차 모임
'희망의 우리학교 만들기' 1차 모임 ⓒ 문소영

봄이라지만 여전히 추웠습니다. 3월 11일 오후 2시 광화문 광장. 늠름하신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희망의 우리학교 만들기'를 위해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유 없이 냉랭한 이른 봄날의 바람도 이들을 막을 수 없었나 봅니다. 트위터와 각종 기사를 통해 입시경쟁 교육에 회의를 품고 자퇴한 최훈민(18·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자퇴)씨의 1인 시위 기사를 보고 모인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다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희망의 우리학교 만들기'를 위해 이야기를 나눌 조계사 불교대학으로 향하는 길이 마냥 춥지만은 않았습니다.

종로를 가로질러 조계사 불교대학 2층에 위치한 제1강의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30분 즈음. 처음에는 40명 남짓한 사람들이 강의실에 있는가 싶더니 어느새 60여 명으로 불어났습니다. 대부분이 고등학생과 대학에 갓 입학 한 분들이었습니다. 종종 연배가 훨씬 많은 분들도 있었지만, 새로운 학교 만들기를 위해 고민하는 마음은 한결 같았습니다. 교실 앞에는 현수막도 붙었습니다.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학교, 희망의 우리학교 설립 준비 모임'

본격적으로 학교 설립에 대한 의논을 하기 전, 돌아가면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먼저 최훈민씨(18)는 "학교교육에 있어서 입시경쟁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 회의를 느껴서 자퇴를 감행했고, 함께 뜻을 모색하며 함께 하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조흥식씨는, 지난해 말, 2학년 교육 커리큘럼을 바꾸자는 제안서를 가지고 교장선생님을 찾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뀌기는커녕 전 학년 화장실 청소라는 엄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일이 상당한 상처였는데, 훈민씨 기사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학원 자습마저 미루고 참석했다고 합니다.

대학생인 고다현씨는 2010년 김예슬 선언 당시 고3이었는데, 무척 충격을 받았답니다. 그동안 온 세포를 입시에 맞춰야 한다는 것에 회의를 느껴왔는데, 마침 새로운 교육을 만드는데 동참할 기회가 생겨서 참석하게 됐다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고 최훈민씨가 발제를 했습니다.

"학교는 현재 3류 입시학원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치는 것만 배우고, 정작 진정한 배움을 추구하는 것이 무척 힘듭니다."

배움의 과정에서 지식의 본질을 탐구하기보다는 팩트만 암기하는 기관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업 중단의 비율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이는 분명 학교에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라고 했습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학교 운영위원회 등에 학생은 참여하지도 않고, 학생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배제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우스갯소리로 '학교의 주인은 이사장'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답니다. 공청회 마저도 사진을 찍기 위한 이벤트로 전락해 버렸다고 자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것은 실현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무한 입시 경쟁을 위한 학교가 아닌, 진정한 배움을 추구하는 학교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훈민씨가 꿈꾸는 학교는 '선생' 없는 학교라고 합니다. 가르치기만 하고, 또 수동적으로 구분된 행정적 분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사에 대한 자격도 과감히 없앴습니다. 모두가 교사가 될 수 있는 학교입니다. 배우고자 한다면 함께 나누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초합니다. 솔직히 학교의 직업 교사보다 사회에 나와서 인성, 지식적 측면에서 길잡이가 될 만한 선생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입시 경쟁 체제에서는 협동하고자 해도 입시 체제 특유의 등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협력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에 덧붙여, 세상이 선생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세상에는 배울 것들이 많고, 실제로 느끼고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답니다.

금요일이면 금요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스스로의 배움 계획을 발표하는 기회를 가져서, 멘토나 또래 친구들에게 조언을 들을 수 있도록 구성할 것이랍니다. 평가가 아닌, 자기 성찰 및 시행착오 공유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입니다. 시간적으로는 넉넉히 10시께 수업을 시작해서, 배우고 싶은 것 배우고 자신이 직접 계획을 세워서 지키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답니다.

촉박하게나마 5월에 학교설립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학교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답니다. 자신의 입시 경쟁 체제 거부에 대한 1인 시위 소식에 대한 기사가 나간 후, 인터넷에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집중이수제 등에 대한 성토 등을 비롯해 우리나라 교육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우려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고 했습니다.

최훈민씨의 발제가 끝난 후, '희망의 우리학교 만들기'에 참가하고자 하는 많은 분들이 '내가 바라는 학교', '하고 싶은 공부', '현재 학교의 실상' 등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휴학 중인 강재준(18)씨는 학교란 학생의 능력을 계발시켜 '나라에 도움 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현 체제에서는 5지 선다 문제지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고 있으며, 결국 학생은 나라에 종속되어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 체제를 학생이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학교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재능을 제대로 발현 시킬 수 있다면 세상도 바꿀 수 있지 않겠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재준씨는 현재 제도권 교육의 커리큘럼을 가지고는 개인의 재능을 발전시킬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학생이 주권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는 평생 대학 체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정규교육과정을 포기하고 오는 학생을 책임져야 한다고 하는 것에 대한 논박에 대해서 훈민씨는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것으로 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학교 틀을 짜게 된다면, 결국 학생을 구속하는 위험한 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수동적인 학생은 현재 구상하는 우리의 학교와 맞지 않으며, 자신이 스스로의 것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르고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성공적인 학교 사례로 자리 매김을 하면 좋겠다는 비전에 대해서 밖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으며 사람은 누구나 온전한 존재임을 잊지 말자고 이야기 했습니다.

영상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등학교 3학년생 정성원씨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기 위해서 청운의 꿈을 품고 고등학교에 진학했다고 합니다. 특성화 고등학교이기는 하지만, 결국 입시교육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로 '학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을 찍고 있는데, 촬영 와중에 학교의 정의를 다시금 곱씹어 보게 되었는데,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꿈을 제압하는 것은 학교가 아니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지금 학교는 대학, 그것도 타이틀만 보고 간다고 했습니다. 선배들의 경우, 영상 쪽 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유아교육등 개인의 특성와 재능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분야로 진학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도 상위 10%이내 학생들은 희망적으로 격려해 주지만, 나머지 친구들은 관심 밖이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입시 교육만을 탓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입학사정관 제도, 수시 모집 등 개인의 다양한 적성과 재능을 반영해서 입시 형태가 변화하고 있지만, 변치 않는 것은 인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꿈을 찾아 키워주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상의 시각이 변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토론에는 '꿈'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조흥식(18)씨는 "'꿈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면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닌,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의 교육 현실을 바라보면, 대기업의 노예를 찍어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공장과 같다고 합니다. 이런 시도가 다른 분들에게도 전이되어서 좋은 것들이 전파되게 하면 좋겠다며 작은 소망을 내비췄습니다.

'고졸낙원을 그리다'라는 블로그를 네이버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고졸 채용 전문가로 자신을 소개한 조성우(20)씨는 인터넷 상담 사례를 이야기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고졸 채용 관련 상담을 종종 받는데, 자격증도 많고, 성적도 월등해서 스펙으로는 나무랄 데 없지만, 정작 실제 능력은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수치만으로 우수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 실제로 실력을 연마할 수 있는 배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프로젝트 수업으로 학교를 꾸려나가면 이상적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끝으로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김준서(17)씨는 벌써부터 가치관의 혼돈이 온다고 고백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기존 학교 시스템에 대한 통념을 깨야한다고 했습니다. 간단하게 스스로가 스스로를 키우는 공간이 되기를 염원한다고 했습니다.

네이버 카페 희망의 우리학교 만들기에서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오프라인 모임도 정기적으로 할 것을 기약하며 '희망의 우리학교 만들기' 1차 모임은 일단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세월이 변하긴 한 모양입니다. 이런 학생들의 작은 몸짓이 우리 교육이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시발점이 될 것 같습니다. 국가주도 교육에서, 전교조 운동으로 대표 되는 교사주도 교육운동이 한국 교육 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 교육의 실제 주체인 학생들에게 교육개혁과 혁명의 바통을 넘겨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과감히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앞으로 교육개혁을 위한 정책 수립에 큰 기여를 하게 될 집단 탄생을 지켜보고 있는 거니까요.



#최훈민#희망의 우리학교#학생선택#학생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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