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이다. 그분은 천지사방 적과 경찰로 둘러싸여 무려 308일간 고공시위를 했다. 웬만한 수도승보다 내공이 도통한 분일 게다.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진 그런 분이 국회의원이 돼서 활동했으면 좋겠다. 기존 정치판을 바꿔, 그런 분이 민주당에 들어와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수 있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안병욱(64)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은 19대 국회에 진입할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위상을 "김진숙 정도는 돼야 한다"고 기준선을 제시했다. 직능단체 대표나 압력단체 수장들이 들으면 까무러칠 얘기다. 그동안 민주통합당은 여러 직능단체의 장을 적절하게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안배했다.
그러나 그 결정의 칼을 쥔 안병욱 위원장은 "비례대표 선발에서 직능단체 대표나 압력단체 혹은 사회단체 대표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찻집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우리는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며 "어느 특정요소에 가산점을 더 준다거나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데도 공천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안 위원장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완벽해야 비례대표 선발기준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화로 청탁하거나 로비하는 사람은 무조건 가위표"라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후보를 천거한다고 해도 그렇게 윗선을 타고 로비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철저한 자료검증을 토대로 면접시험을 통해 정책능력을 심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1948년 이후 지난 64년간 한국정치는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리드하지 못했다"며 "지금까지는 정치가 행정부의 들러리만 섰는데 앞으로는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 그 역사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판에 들러리 서러 온 사람 있겠나"무엇보다 안 위원장은 민주당의 핵심 정책인 ▲ 경제민주화 ▲ 보편적 복지 ▲ 평화를 세 축으로 그 밖의 핵심 현안인 ▲ FTA 등의 통상문제 ▲ 남북관계 ▲ 투기자본과 국제금융질서 ▲ 언론개혁 ▲ 검찰개혁 ▲ 사학비리 등에 대해 '정책적으로' 일을 잘 처리할 인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의 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례대표로 선발되는 게 아니라 정책능력을 갖춘 직능단체나 사회단체의 장이라야 '비례대표 자격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철학적 측면에서 한국사회가 처한 시대의 요구와 역사의식을 갖춘 지도자를 찾는다"며 "그것을 우리는 개혁성과 시대의 요구, 역사의식이 있는 인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어떤 경우라도 철저하게 정책중심으로 선발할 것"이라며 "정책을 올바로 세워야 우리 사회가 이명박 정부 시절처럼 헤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초미의 관심사인 한명숙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문제에 대해서는 "본인의 거취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한 것이 없다"며 "한 대표는 반드시 원내로 진출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이런저런 전망과 비례대표 명단이 나도는 것과 관련해서는 "13명의 공심위원 중 누구도 한명숙 대표를 포함해 그 누구를 선발해달라고 전화받은 일이 없다"며 "민주통합당이 지역구 공천심사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고, 그 와중에 여기 오신 분들이라면 이 판에 들러리 설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오지 않았겠냐"고 일갈했다.
무엇보다 안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우리 국민들은 지도자로서의 최소한 품격을 갖춰야 한다는 데 정서적 공감을 이뤘다"며 "차세대 리더를 모시는 입장에서 제2의 이명박 같은 사람이 국회에서 활동하는 것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새누리당보다 훨씬 절박하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책능력을 갖춘 인물을 발굴해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조선일보> 1면에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명단이 공개된 바 있다. 맞는 명단인가.
"나는 <조선일보>를 보지 않아서 그 보도가 있었는지조차 몰랐다. 누가 그 보도를 보고 나한테 와서 얘기하길래 그 소리는 들었다. 그런데 그 보도는 민주당 비례공심위 구성 전에 나온 보도다. 맞을 리가 없지 않나. 지금까지 공식이건 비공식이건 회의 석상에서 사람 이름이 거론된 적 없다. 오보다."
- 지금까지 공심위 회의는 몇 번이나 했고 주로 무슨 얘기를 했나."지금까지 세 번 회의했다. 지난 금요일 출범 이후 국회에서 한명숙 대표와 이미경 총선기획단장이 참석한 가운데 약 3시간가량 회의를 했다. 한 대표가 약 1시간 30분가량 함께 논의하다가 다른 일정이 있어서 나갔는데, 그 일정을 끝내고 와서 또 함께 했다. 한 대표가 비례공심위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대우하는가 잘 알 수 있었다."
- 한명숙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주로 무엇을 강조했나."주로 당의 방향과 당이 원하는 공심위의 바람직한 운영 등에 대해 얘기했다. 공심위원들이 아주 초벌적인 기초사항을 묻고 요청사항을 주문했다. 그 어떤 것도 갈등관계에서 얘기한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공심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당이 우리가 모르는 뒷면의 무엇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 공심위원들끼리는 따로 회의하지는 않았나."공심위원들끼리 이틀에 걸쳐 두 차례 워크숍을 했다. 첫 번째는 이번 비례대표 인선의 의미에 대해 공유했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그 의미에 맞는 일을 할 것인가, 또 그들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에 대해 논의했다. 그리고 혹시 본인은 싫을지라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민주통합당이 영입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했다. 당헌상 전략공천 30%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구체적으로 거명됐던 적은 전혀 없다."
첫날 회의부터 3시간 강행군... 한명숙 대표의 당부는?- 당이 30%를 전략공천 한다면 비례 공심위는 70%의 권한만 갖게 되는 것인가."아니다. 서로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다. 이 당은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함께 만든 통합정당이다. 따라서 당을 만드는 통합과정에서 당의 조직운영상 특별히 선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을 전략공천이라는 말로 당헌에 규정해 놓은 것 같다. 거기에 어떤 사람이 들어갈 것인가는 우리도 궁금하다.
다만, 무조건적으로 선발권을 당이 쥐고 모두 알아서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일종의 상호보완적인 협의과정이라 생각하고, 당도 이런 우리의 입장에 이의를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마치 입법-사법-행정이 서로 권한을 나눠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입장을 관철할 수 없도록 하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아주 근사한 비례대표 인선이 되도록 양자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
- 인재풀은 얼마나 갖고 있나."그건 당이 많이 알고 있고 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혹여 당이 그것을 기화로 적절해 보이지 않는 부분을 밀고 들어온다면 그건 철저하게 거절하겠다."
- 한명숙 대표의 특별한 당부 같은 건 없었나."아주 원론적 입장만 얘기했다. 모든 위원들이 소신껏 일해서 훌륭한 인재가 선발되도록 노력해달라는 것이 당부였다."
- 비례대표 후보의 심사기준은 역사의식과 시대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어떤 사람들을 추천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1948년 5월 대한민국 제헌의회를 위한 총선거가 실시된 이래 지금까지 64년간 한국정치는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리드하지 못했다. 정치는 문자 그대로 우리 사회를 이끌 책임이 있다. 지금까지는 행정부의 들러리를 서는 역할만 했는데, 앞으로는 지금 이 시대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역사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회가 제대로 이 역할을 못했다. 나는 이번 총선을 통해 지난 64년간의 한국정치가 획기적으로 바뀌기를 소망한다.
전반적인 제도에서 민주제도가 확립되고, 남북분단 대결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그 사이 새롭게 형성된 재벌과 기득권층으로 양극화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정치가 해야 한다. 공동체질서가 완전히 해체되고, 한국사회가 공룡 같은 국제금융의 수족으로 전락하는 문제를,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사회가 처한 철학적 측면에서 시대의 요구와 역사의식을 갖춘 지도자, 그런 부분을 개혁성과 시대의 요구,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 비례대표 선발에서 직능대표나 압력단체 혹은 사회단체 대표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왜 그렇게 입장을 정한 것인가.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에서 압력단체나 직능단체의 대표성을 취하려고 한다면 국회의원 선거 제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역사에서 특별한 경우가 있을 경우에 그 문제 해결을 위해 특수한 직능단체 분들이 의정활동에 참여했던 것이다. 현재 각 직능단체별로 우리 대표는 누구다, 하는 식으로 거명들을 하거나 의견을 내는데, 비례대표는 그런 사람들로 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 그럼 어떤 사람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흔히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 얘기를 하는데, 예를 들어 재벌개혁과 관련된 직능단체가 있다고 치자. 그분이 비례대표로 선출된다면 그것은 정책 전문성이 있기 때문이다. 의정활동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직능단체 대표라도 선발될 수 있다. 비정규직이나 노동 현안이 우리 위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안으로 가중치를 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범주 안에 있는 분들 중 적합한 인물을 고를 수 있지 않겠나. 그러니까 우리 사회에 꼭 요구되는 다양한 현안의 우선순위에 따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을 모시려는 게 저의 뜻이다."
"한명숙 대표, 비례대표 6인분 신청한 바 없다"
- 한명숙 대표가 비례대표 6명의 몫을 요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인가.
"한 대표로부터 그런 전화를 받은 사람은 13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없다. <한겨레> 보도가 인터넷에 처음 떴을 때 우리는 모두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당시 <한겨레> 보도를 보면, 안병욱이가 한 대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 나중에 지면을 보니 그건 빠지고, 당 관계자의 얘기로 그런 의견이 전달된 것 같다고 하면서 슬쩍 빠졌던데, 그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무엇보다 한 대표가 우리에게 공심위원을 맡아달라고 전화할 때 모두 흔쾌히 응낙하지 않았지만 여기에 들어왔을 땐 모두 이 판에 들러리 설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오지 않았겠나. 과거에 여든 야든 통합진보당을 빼고는 지금 현재 민주당에서 진행되는 비례 공심위 활동만큼 자율성과 독자성이 마련된 적이 없다."
- 한명숙 대표가 직접 천거한 비례대표 후보는 없나."사람 이름을 직접 거명한 바는 없다. 다만 당헌 당규상 당직자 2명을 배려하게 돼 있다는 것, 또 창당이나 합당 과정에서 일정하게 기여한 사람에 대한 국회 진출권 얘기는 있었다. 그것 역시 이 당의 당헌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숫자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 한명숙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은 어디쯤 배치하는 게 옳다고 보나.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한 것이 없다. 다만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한 대표가 반드시 원내 진출해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공심위원으로서의 의견은 아니다."
- 이용선 전 공동대표는 한 대표의 불출마를 주장하고 있는데."역량 있고 능력 있고 경험 있는 정치인을 찾는 게 우리의 일이다. 한 대표만한 분이 우리 정치사회에 흔한 것도 아니다. 살아온 궤적이나 활동경험, 민주당을 이끄는 책임자로서 위상을 생각하면 당연히 한 대표는 원내 진출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당이 올바르게 운영될 수 있다. 한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민주당이 지역구 공천심사로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비례 공심위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크다. 가장 고민이 되는 대목은 무엇인가."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다. 가시방석처럼 힘들고, 또 한 일에 비해 평가는 억울할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그 진정성을 국민들이 이해해주고 10대 때릴 것을 5대만 때린달지(웃음) 그래주기를 바란다. 이 일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박수받을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또 박수받을 상황도 절대 아니다."
- 지역구 공천심사 때도 공심위가 최고위와 갈등했다. 갈등조정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똑같은 일을 해도 일의 순서나 방법, 절차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그 결과에 대한 대외적 평가가 상당히 달라진다. 바둑의 수순이라고 하는 게 바로 그런 것이다. 이 일 자체는 당 지도부와 공심위 간에 서로 주고받으면서 변증법적으로 조정돼 나가는 것이지 갈등과 대립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최고위가 모든 걸 결정하고, 공심위를 로봇으로 만든다면, 앞으로 최고위가 알아서 하면 된다.
그런데 민주당은 비례 공심위를 뽑았고 역할을 주었다. 공심위원들은 전문적으로 어떤 일을 처리하러 온 것이지 당의 주인은 아니다. 어떤 쟁점에 대해 줄다리기 하면서 잠시 회의를 정회할 수도 있고, 하루 정도 회의를 중단할 수도 있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걸 자꾸 따옴표 쳐서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야구로 치면, 선발투수진과 마지막 마무리하는 야구선수 중 가장 비중이 낮은 게 중간계투요원이다. 우리가 그 중간계투요원으로 시작과 끝에 누를 끼치지 않는 게 임무다. 공연히 선발진이나 마무리 투수의 성과를 다 무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두려운 점은 바로 이 점이다."
"누구나 정치판 가면 망가진다? 제대로 활동할 사람들이 국회로 가야"
- 전반적으로 이번 민주통합당 비례 공심위는 정책적 능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분위기인데, 우리 사회에서 시급히 해결돼야 할 핵심 정책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민주당의 큰 정책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평화다. 더 세부적으로 해보면, 첫째 FTA 문제를 비롯한 통상 문제.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올바르게 수습돼야 한다. 둘째, 남북관계를 미래지향적 평화체제로 구축해야 한다. 셋째, 대다수 노동자는 비정규직 날품팔이로 전락하고, 재벌은 세계적 공룡으로 성장해 독식하는 구조를 깨야 한다.
또 국제금융자본이 대한민국 경제성장은 풍선처럼 부풀리고 모든 성과를 가로채는 등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국회가 모색해야 한다. 넷째는 공영방송과 언론이 모조리 최악의 파행상태로 가버린 문제, 검찰의 특수권력기관화, 추악한 비리사학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그 어떤 경우든 철저하게 정책중심으로 선발할 것이다. 정책을 올바로 세워야 우리 사회가 이명박정부 시절처럼 헤매지 않는다."
- 지역구 의원들도 가능한 일 아닌가."지역구 의원들은 여야 막론하고 비리사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지역구 의원들이 제약받는 조건에서 벗어나 비례대표는 때에 따라 훨씬 적극적으로 대학개혁이나 사학비리를 풀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세계 무역은 10위권이 됐지만 정신문명이나 학문은 세계에서 몇 위쯤이나 될까. 선진국은커녕 웬만한 중진국 수준도 못 따라간다. 21세기 한국이 세계사의 중심에 나서려면 학문과 문화의 기초를 튼튼히 세워야 한다. 지역구 정치인들에게 그런 부담까지 지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 구체적으로 기준이 되는 인물을 제시한다면 누가 있겠나."비정규직 문제 같으면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하나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은 308일 동안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 위에서 고공시위를 벌이며 우리나라 사회운동을 이끌었다. 한 개인이 고공에서 그렇게 투쟁을 해왔다면 그분은 웬만한 수도승보다 도통한 분일 게다. 천지사방 적과 경찰로 둘러싸인 상황에 그 세월을 버텨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나는 그분을 만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지만 모든 인격적 수행을 끝낸 분이라고 본다. 비정규직에 대해 누구보다 뚜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분이 국회의원이 돼서 활동했으면 좋겠다."
- 김진숙 지도위원을 모시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나."내가 만일 민주통합당의 당 대표라면 그분을 모셔오기 위해 모든 걸 다 하겠다. 정성을 보이면 아무리 정치에 뜻이 없다고 해도 올 것이다. 그런데 현실 정치판은 여전히 그분이 가진 뜻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또 누구나 정치판에 가면 망가진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분께 부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정치판을 바꿔 그런 분이 민주당에 들어와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순전히 내 개인 생각이다."
- 새누리당은 최란씨 같은 연예인을 비례대표로 선출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민주통합당은 이른바 소셜테이너들의 정치진출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정치트렌드가 그리로 가는 걸 거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몇 명 되지도 않는 비례대표 의석에 대해 그보다는 더 진지하게 노력하고 싶다. 새누리당의 그런 전략이 잘됐다, 잘못됐다, 이게 아니라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절박하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이기 때문에 좀 더 정책적 능력을 갖춘 인물을 발굴해 추천하고 싶다."
- 언론에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노동계는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태일 여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박사,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 등등 하마평에 오른 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인가."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면 토론을 통해 위원들이 일정한 판단을 할 것이다."
- 비례대표를 몇 번까지 선정할 계획인가."당으로부터 구체적인 여론동향에 대한 자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개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면서 받은 의석이 22석이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받은 건 23석이다. 그걸 중심에 놓고 하되, 최대 19대 비례대표 의석을 25명까지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 인선에 최대한 노력을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