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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강원도 홍천·횡성은 새누리당 황영철 대변인과 민주통합당 조일현 전 의원이 일찍부터 용문-홍천 간 철도 사업의 진실 공방전으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16대 총선부터 네 번째 맞붙는 두 후보가 지난 14일 강원도 춘천MBC가 주최한 공개토론에서 불꽃 튀는 혈전을 펼쳤다.

 

정치인들은 아주 뻔뻔해

 

사실 철도 사업 유치와 관련하여 연초에 공개토론을 먼저 제안한 사람은 새누리당 황영철후보였고, 조일현 후보 역시 진실을 가려내자는 공개토론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예비후보로서 TV공개토론은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해석 때문에 미루어졌다. 그러고는 석달 만에 공개토론이 진행된 것이다.

 

강원도민일보와 춘천MBC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총선 후보 공개토론회는 지역의 유권자들의 많은 관심 속에 열렸다. 기자는 평소 친분이 있던 50대 초반의 신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걸어 토론회를 같이 보자고 제안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할 말은 잘 하는 사람들이었다.

 

"변명하는 말뿐이잖아. 그건 내가 잘못했다. 사과하는 말은 한 마디도 없잖아. 분명 잘못한 것은 있을 텐데, 두 사람 다 자기는 잘못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무슨 토론이야. 저런 말을 하려고 방송을 하는 것도 한심한 거야. 아무튼 정치인의 말싸움은 보나마나야. 입 밖으로 내뱉는 말도 절대 믿을 수가 없고, 진실이 없어. 시정잡배들도 거짓말을 하면 얼굴을 못 드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아주 뻔뻔하다는 거야…. 그래서 이런 거 안보는 거야. 보고나면 기분만 나빠지거든."

 

화촌면에 사는 신아무개씨가 토론회를 보고나서 한 말이다. 그러자 옆에서 같이 소주잔을 들어 마시던 김아무개씨가 거들었다.

 

"철도를 유치한 사람도 있고, 국회에 기록도 있으니까 어쨌거나 사업 계획이 구체적으로 짜여 있었던 거잖아. 그러니까 예산이 책정된 것일 테고 말여. 그러면 당연히 후임 국회의원이 그 사업이 잘 진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했어야지. 이제와서 딴 소리하면 누가 그 말을 믿느냐고. 그리고 그 10억의 예산을 받아내 시작하면 되는 거지 그것이 거짓이었다고 말하는 현역의원의 말을 믿을 놈이 어디 있겠어. 안 그러냐, 기자야?"

 

그럼 공개토론 내용을 들여다보자. 다음은 공개토론의 내용을 요약했다. 첫 번째 순서로 모두발언이었다.

 

황영철 후보는 모두 발언을 통해서 지난 4년 동안 홍천을 떠나지 않고 서울로 출퇴근 하느라 지구 열 바퀴 정도를 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에서 힘을 키운 만큼 반드시 재선해 성공해 소신과 원칙이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발언을 했다.

 

한편 조일현 후보는 지난 4년 간 낙선의 아픔보다 재임기간 중 추진하고 확정했던 사업들이 줄줄이 무산되는 것에 대한 아픔이 더 컸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여 3선 의원이 되면 반드시 홍천-용문간 기차를 놓고, 시장경제 활성화에 책임을 다하여 홍천·횡성 시장을 통합해 수도권 관광객을 상대하는 주말 대박장터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내가 해야만 잘한다는 정치인들, 그 말을 누가 믿나

 

두 번째 순서로 사회자의 공통질문이 이어졌다.

 

4·11 총선에서 당선돼야 하는 이유와 자신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조일현 후보는 사업 추진에 있어서 황 의원보다 낫다고 자평했다. 그 근거로 "17대의원 재직 당시 서울대 종자보급소, 핸드볼경기장 등을 유치했고, 홍천-용문간 철도와 횡성 의정연수원 유치를 위해 노력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자신은 중국에 정통한 정치인이라는 점과 농촌을 잘 이해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황영철 후보는 홍천·횡성선거구가 만들어진 이후 연속해서 재선 한 의원이 없었다는 점을 먼저 말했다. 그만큼 과거 의원들이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지역주민들은 집권 여당 대변인을 맡아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일하는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상호토론 시간이었다. 먼저 주도권을 잡은 쪽은 황영철 후보였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용문-홍천 간 철도사업 관련하여 포문을 열었다.

 

"조 후보는 용문-홍천 간 철도사업이 확정됐었고, 이번 정부 들어 무산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확정된 사업이라면 국회의원이 바뀌었다고 추진이 안 될 리 없지 않습니까?" (황영철 후보)

 

"예산책정이 확정됐다는 얘기였지 사업이 확정되었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예산을 책정했는데 정부가 추진하지 못한 것은 맞지 않지 않습니까?" (조일현 후보)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는데, 그 거짓말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

 

조일현 후보의 답변이었다. 이에 황영철 후보의 질문이 이어졌다.

 

"당시 이 사업은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도 우격다짐으로 예산 10억 원을 책정해놓고 사업이 확정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타당성이 미달한 것은 맞지만, 타당성이 다소 떨어져도 사업은 추진될 수 있고, 그런 예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사업을 되게 만드는 것이 국회의원의 능력이고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일현 후보의 답변이었다. 다시 황영철 후보의 질문이 이어졌다.

 

"철도와 도로를 위해 애를 쓴 것에 대해서는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에게 혼돈을 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6번 도로 용두리에서 횡성 공근면으로 이어지는 4차선 확포장 사업도 그렇습니다."

 

"철도사업 예산 10억 원을 받은 것은 정상적으로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통과한 것인데, 그것을 황 의원은 부정하려 하는가요. 6번 도로 확포장 사업도 사업이 진행되다 보상 단계에서 다시 걷어갔는데 이를 어떻게 거짓이라고 볼 수 있는가요."

 

조일현 후보는 작심한 듯 황영철 후보를 몰아세웠다. 용문-홍천 철도 관련 사업은 국회 상임위와 본회를 통과하여 예산을 받았던 것이고, 용두리에서 공근면으로 이어지는 6번 도로 확포장 사업 역시 사업 계획이 진행되어 땅 보상 단계에서 멈춘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와 한미FTA 협상 내용이 달라졌다고

 

다음은 민주통합당 조일현 후보가 주도하는 상호토론 시간이었다. 조 후보는 먼저  한미FTA비준동의안과 관련하여 공세를 펼쳤다.

 

준비한 자료를 들어보이고는 "한미FTA 비준동의안 비공개 처리 시 대표발의 한 것 맞죠? 그리고 찍힌 도장이 황 의원 것인데 본인이 찍은 거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도장은 제 것이 맞지만, 제가 찍은 것은 아닙니다. 조 후보님도 원내부대표를 하셨으니까 아시잖아요. 원내 행정국에서 찍은 것입니다."

 

황영철 후보의 답변이었다. 그러자 조일현 후보의 공세가 더욱 강해졌다.

 

"본인 도장이 맞다면서 당 핑계 대는 것은 황 후보답지 못합니다. 또 24개의 부수법안 중 그날 14개 법안이 상정됐고, 통과됐는데 황 의원은 그 중 1개에만 기권했고 모두 찬성했습니다. 한미FTA 반대한 사람이 이행 부수 법안도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반대를 했으면 끝까지 싸우고, 반대하는 입장에서 정부에 얼마나 강력하게 의견을 표현했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반대를 했으면 관철시켰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원내부대표가 아니었다면 절대 그 도장이 찍혀질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수법안은 비준안이 큰 틀에서 통과된 이후이기 때문에 어차피 통과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는 4년 전 주민들과의 약속을 분명히 지켰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 의원이야 말로 말 바꾸기로 현재 입장을 합리화 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4년 전 찬성하지 않았었습니까?"

 

황영철 의원이 역공에 나섰다.

 

"저는 찬성 한 적 없습니다. 조건부 찬성은 한 적 있었고, 지금도 그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노무현정부 때는 미국 국회에서 비준에 반대했지요. 그것은 미국에 불리한 협상이었기 때문이란 증거가 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오바바가 만나 협상 내용이 달라졌고, 미국 국회가 비준안을 먼저 통과시켰다는 것이 그 내용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과거 협상 내용과 현재의 협상 내용이 달라졌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요. 저는 분명히 협상 내용이 정당하고 그로 인해 불이익 보는 집단에 대해 대책이 제대로 세워져 있다면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므로 이명박 정부가 낸 FTA 내용에는 분명히 반대합니다."

 

조일현 후보의 답변이었다. 그러자 황영철 후보가 바로 반격했다.

 

"그때는 찬성했는데 이제 반대로 바꿨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솔직한 것 아닌가요?"

 

"자꾸 황의원님은 찬성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조건부 찬성이었습니다. 그리고 조건부 찬성은 조건부 반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불리하면 반대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왜 자꾸 찬성했다고 말하시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일관성에 대해서는 오히려 황 후보가 반성해야합니다."

 

조일현 후보가 주도한 상호토론 시간에는 한미FTA 비준동의안과 관련하여 진실 공방이 이어졌고, 황영철 후보의 여권 내 유일한 반대표는 비준동의안 비공개 회의 대표발의 한 사실과 부수법안에 찬성한 것으로 보아 진정한 반대표가 아니라 '꼼수"였다는 조일현 후보의 말이 지정된 시간이 경과하여 마이크가 꺼지면서 흘러나왔다.

 

다음은 사회자의 개별질문이 이어졌다. 먼저 조일현 민주통합당후보에게 질문이 던져졌고, 내용은 "17대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건교위원장 당시 강원도 주요 SOC 사업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조일현 후보는 "용문-홍천 철도와 6번국도 등 재임 때 완성하지 못한 사업들이 아쉽다. 그러나 건교위원장으로서 춘천-홍천 4차선 확·포장 공사를 2000억여 원을 들여 해냈고, 도내 다른 사업에 대해서도 당시 적극적으로 유치해 예산을 내려 보냈다"고 답변했다.

 

다음은 황영철 새누리당 후보에게 질문이 이어졌다. 내용은 "농림수산위에서 4년 간 활동했는데 지역 관련 사업은 추진하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황영철후보는 "의정활동 기간 동안 대표발의 통과횟수가 18대 의원 중 세 번째로 많은 의원이었으며, 그 중 22건이 농민들을 위한 것이었다. 농가 부채경감 위한 법안과 지역특산물이 재보상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답변했다.

 

그러고는 상호토론 시간으로 각 후보에게 2분씩 더 주어졌고, 두 후보는 철도 유치 사업 관련과 한미FTA 비준동의안과 관련하여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고는 공통질문에 이어 마무리 발언의 기회를 주었다.

 

먼저 황영철후보의 마무리 발언은 "국회의원은 무엇보다 주민과 국민 앞에 진실해야 한다. 재선 의원으로 만들어 주신다면 더 힘 있는 일꾼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고, 조일현후보는 "제대로 일할 수 있는 3선의 기회를 만들어 달라. 3선의원이 되면 식품가공산업을 홍천과 횡성은 물론 농어촌 지역에 활성화해서 농어촌 경제와 시골 지역 경제를 동시에 살리겠다. 그리고 대박나는 농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과 함께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 되어 보답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위의 토론을 본 김아무개씨와 신아무개씨는 정치인들의 베베꼬는 말에 더욱 기분이 나쁘다고, 이거면 이거, 저거면 저것이지, 왜 이유도 많고, 변명도 많은지 모르겠다며 소주잔을 들어 마셨다. 진실은 분명 있는데, 자기 생각과 말만 진실이라고 고집피우는 정치인들 정말 정나미 떨어진다는 반응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종득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조일현후보, #황영철후보, #민주통합당 총선, #새누리당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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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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