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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MBC, KBS, YTN, 연합뉴스 언론4사 파업 사랑의 스튜디오' 행사에서 MBC, KBS 노조 노래패가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전국언론노동합은 지난 4년 동안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과 공정언론 파탄을 규탄하며 'MB 심판투쟁'을 선언했다.
15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MBC, KBS, YTN, 연합뉴스 언론4사 파업 사랑의 스튜디오' 행사에서 MBC, KBS 노조 노래패가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전국언론노동합은 지난 4년 동안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과 공정언론 파탄을 규탄하며 'MB 심판투쟁'을 선언했다. ⓒ 유성호

'파업'과 '웃음'이라는 말은 썩 잘 어울리진 않는다. 하지만 15일 열린 <연합뉴스> 노동조합 총파업 출정식과 MBC·KBS 노동조합 연합집회는 이 어울려 보이지 않는 두 단어를 하나의 현장에 보여줬다. 이유도, 그 정도도 달랐지만 <연합뉴스> 노동조합은 총파업의 시작을 웃음으로 열었고, MBC와 KBS 노동조합은 웃음으로 '투쟁'을 이어갈 힘을 얻었다.

"드디어 언론을 지킬 '독수리 5형제'가 합체를 완료했다"

 연합뉴스 노조가 23년 만에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수하동 연합뉴스 본사 앞 한빛광장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박정찬 사장의 연임반대와 공정보도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가 23년 만에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수하동 연합뉴스 본사 앞 한빛광장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박정찬 사장의 연임반대와 공정보도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연합뉴스 노조가 23년 만에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수하동 연합뉴스 본사 앞 한빛광장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과 공병설 연합뉴스 노조위원장,  조합원들이 박정찬 사장의 연임반대와 공정보도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가 23년 만에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수하동 연합뉴스 본사 앞 한빛광장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과 공병설 연합뉴스 노조위원장, 조합원들이 박정찬 사장의 연임반대와 공정보도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TV본부장이었던 김석진 상무님은 결국 정계진출을 위해 표표히 떠나셨습니다. 기왕 떠나신 거, 잘 됐다면 좋았을 텐데…. 쩝."

15일 오후 서울 중구 수하동 <연합뉴스> 앞. 총파업 출정식에서 홍제성 <연합뉴스> 노동조합 조직부장은 파업 경과보고를 하던 도중 "쩝" 하고 크게 입맛을 다셨다. 그 한 마디에 자리에 앉아 있던 2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연대 발언을 위해 무대에 오른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도 "그동안 의식하지는 못했겠지만 여러분들은 차분히 (언론노조에) 투쟁비를 내고 있었다"며 "앞으로 여러분들이 낸 조합비가 어떤 의미였는지 투쟁 과정에서 입증해 보이겠다"고 분위기를 이어갔다. 함께 자리한 김현석 KBS 노동조합 위원장도 "<연합뉴스>가 파업에 나서자 언론사의 모든 사측이 긴장하고 있다"며 "드디어 언론을 지킬 '독수리 5형제'가 합체를 완료했으니, 불사조 대형을 유지하며 같이 싸우자"는 말로 응원의 뜻을 전했다.

물론 이날 출정식이 웃음으로만 점철된 것은 아니었다. 파업에 돌입한 공병설 <연합뉴스> 노동조합 위원장은 결연한 표정이었다. 그는 "박정찬 사장 재임 기간 동안 공정보도·국민신뢰·사내 민주주의·합리적 인사 등 모든 걸 잃었다"며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날까지 끝까지 싸우자"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연합뉴스 노조가 23년 만에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수하동 연합뉴스 본사 앞 한빛광장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서 공병설 연합뉴스 노조위원장이 투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가 23년 만에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수하동 연합뉴스 본사 앞 한빛광장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서 공병설 연합뉴스 노조위원장이 투쟁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막내 기수'인 이정현 기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다"며 "우리는 일터로 돌아가고 싶고, 돌아가야 하지만 사장이 있는 한 돌아갈 수 없다"고 파업에 들어가는 소회를 밝혔다. 사회를 보던 안희 기자는 "적어도 나는 두렵다"며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는 가족의 시선과 다달이 빠져나가는 은행이자도 두렵지만, 더 두려운 건 <연합뉴스>가 무너지는 것"이라 털어놓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연합뉴스> 노동조합은 이날 파업투쟁선언문을 통해 "더 이상 망가져가는 <연합뉴스>를 지켜만 볼 수 없다"며 "'바른언론 빠른통신'은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가치고 보루다"고 파업의 시작을 알렸다.

이로써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1989년 편집국장 복수추천제를 놓고 19일간 파업을 벌인 지 23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가게 됐다. 국내에 있는 <연합뉴스> 인력은 물론, 세계 각국에 흩어진 특파원들도 이들과 뜻을 함께 했다.

27명의 <연합뉴스> 특파원들은 "파업에 참여하는 특파원들은 노조가 총파업 결의를 통해 밝힌 대의에 적극 동의하며 노조의 지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파업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다"라며 "노조 소속 특파원들이 <연합뉴스>는 물론 한국 언론사에 유례없는 '특파원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연합뉴스>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의지와 함께 현 상황의 심각성을 경영진에 분명히 전하고자 함이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복지 종결자'가 된 '파업 중 짝 찾아주기'

 15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MBC, KBS, YTN, 연합뉴스 언론4사 파업 사랑의 스튜디오' 행사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커플 선택을 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MBC, KBS, YTN, 연합뉴스 언론4사 파업 사랑의 스튜디오' 행사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커플 선택을 하고 있다. ⓒ 유성호

"파업, 좋네요."

허일후 MBC 아나운서의 말에 서울시청 광장에 앉아 있던 MBC·KBS 노동조합원들 사이에선 웃음이 번졌다. 옆에 있던 최현정 아나운서도 환하게 미소지었다.

지난 8일 노래 가사 바꿔부르기 대회로 큰 웃음을 선사했던 이들은 이번엔 '파업특집 사랑의 스튜디오'를 개최했다. 이들은 막 '짝을 찾고 싶다'며 무대로 나온 6명의 남자 조합원들과 5명의 여자 조합원들에게 자기소개를 시킨 참이었다.

참가자들의 톡톡 튀는 자기소개도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7억을 쓸 법인카드는 없지만, 좋은 성과를 이룬다면 평생 그분만을 바라보겠다", "이것이 진짜 조합원들에 대한 복지라 생각한다", "노동조합 노래패에서 '아이디어'를 맡고 있는데, 선택해주신다면 꼭 즐겁게 해드리겠다"는 말들이 나올 때마다 광장에 모인 이들은 손뼉을 치며 웃고 또 웃었다.

'남의 연애 구경'은 파업 프로그램의 일부로 훌륭히 탈바꿈했다. 적어도 방송을 만들어야 할 이들이 일손을 거두고 단체로 길거리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널리 홍보하기엔 충분했다. 선택의 시간이 가까워오자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보는 시민의 수도 하나둘 늘어갔다. 신기하다는 듯 사진기로 이 광경을 담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있었다.

 15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MBC, KBS, YTN, 연합뉴스 언론4사 파업 사랑의 스튜디오' 행사에서 문지애,김나진 아나운서와 조합원들이 동료들의 커플 선택을 지켜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MBC, KBS, YTN, 연합뉴스 언론4사 파업 사랑의 스튜디오' 행사에서 문지애,김나진 아나운서와 조합원들이 동료들의 커플 선택을 지켜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언론사들의 연합집회에 참석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원들도 밝은 표정으로 이를 지켜봤다. 이들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김정진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늘 진지한 집회만 해왔는데 참 재밌다"며 인사를 건넸다. 이어 그는 "낙하산 사장과 MB정권 때문에라도 승리해야 하지만, 국민에게 제대로 된 보도를 위해서라도 승리해야 한다"며 "그래서 제대로 된 방송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원들도 총파업 출정식 후 현장에 합류해 '사랑의 스튜디오'를 지켜봤다. 자리에 앉아 있던 MBC와 KBS 노동조합원들은 박수를 치며 이들을 맞았다. 공병설 <연합뉴스> 노동조합 위원장은 "그동안은 파업과는 거리가 먼 '착한' 기자였는데 23년 만에 '나쁜' 기자가 됐다"며 "박정찬 사장 연임 반대 투쟁을 시작으로 <연합뉴스> 바로 세우기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들은 15일 집회에 이어 16일에도 '즐겁게' 파업 일정을 소화한다. 16일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리는 <방송 3사 낙하산 퇴임 축하쇼> 콘서트가 그것이다. 16일 콘서트에는 김C·드렁큰타이거·이승환·이은미·이적·DJ DOC 등이 공연을 펼치며, 김제동·<나는 꼼수다> 팀도 무대에 오른다.

언론노조, '대정부투쟁' 선언...국경없는 기자회·언론학자들, 지지성명 발표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언론장악 MB심판 언론노조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권의 4년 동안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와 낙하산 사장 임명 등 공정언론 파탄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언론장악 MB심판 언론노조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권의 4년 동안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와 낙하산 사장 임명 등 공정언론 파탄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한편 이날 언론노조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언론사들의 파업에 대해 "방송사 내부 사정에 의한 파업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발언한 것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오늘부터 '낙하산 사장 퇴진투쟁'을 넘어 언론장악과 공정언론 파탄의 조종자 MB를 겨누는 '심판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그동안 각개 언론사에서 벌였던 투쟁을 대정부투쟁의 범위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언론노조는 오는 23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현재 파업 중인 언론사를 비롯해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모아 현 정부의 언론장악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러한 가운데, 각계각층의 언론사 파업 지지 발언도 잇따랐다. 먼저 세계 언론의 자유 신장과 언론인 인권 신장을 위한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런 상황은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며 "국경없는기자회는 한국 언론인들의 이번 파업을 지지하며 파업 중인 언론인들의 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승수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등 93명의 언론학자들도 언론사들의 파업에 "그동안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여론을 호도해온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을 심판하고 공정한 방송을 쟁취하기 위한 정당하고도 양심적인 투쟁임을 높이 평가하며 언론학자 일동은 방송인들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아울러 이들은 현 정부에게는 방송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을, 그리고 국회에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한 제도적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MBC 파업#연합뉴스 파업#KBS 파업#국경없는 기자회#낙하산 퇴임 축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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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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