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창원시 진해구가 되어버린 경남 진해 출신 3선 국회의원 김학송 의원이 오는 4월 11일 치러지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였다고 합니다.
김학송 의원은 지난 13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역 언론 보도를 보면 "자신의 빈자리를 새누리당이 감동으로 채울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중진으로서 당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불출마를 결심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김학송 의원 측에서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보니 '불출마 변'으로 아주 멋있는 말도 하였더군요. "박근혜 위원장님을 중심으로 뼈를 깍는 쇄신과 공천 혁명이 추진되고 있지만, 국민께 충분한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고 "갈등과 대립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았습니다.
"버리지 않고는 얻을 수 없고, 비우지 않고는 채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부터 비우고자 합니다. 제 빈자리를 당이 감동으로 채울 수 있도록, 그리고 책임 있는 중진의원으로서 당의 부담을 덜어 주고자 불출마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아울러 자신의 이 같은 결단이 새누리당의 성공과 총선 승리에 미력이 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총선, 대선 승리와 당의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김학송 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 정말 당의 총선, 대선 승리를 위한 일일까요? 물론 본심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겠지만 사실 그냥 웃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불출만 선언을 하는 기자회견에서 마창진 "행정구역 통합이 옳았다"는 소신을 밝혔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첫째, 김학송 후보의 불출마 선언이 정말 새누리당의 총선, 대선 승리를 위한 선택이었다면 지금까지 버티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당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훨씬 더 일찍 불출마를 선언했어야 합니다.
공천 막바지까지 버티다가 '진해가 전략지역으로 선정되자'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결국 자신이 공천에서 멀어지자 어쩔 수 없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김학송 후보가 3선을 하였던 진해 선거구가 왜 새누리당의 '전략공천 지역'이 되었을까요? 이분이 이른바 친박 후보가 아닌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진짜 중요한 이유는 바로 김학송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일 겁니다.
김학송 불출마, 행정구역 통합으로 진해 민심 떠났기 때문그럼 진해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학송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 전략지역으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행정구역 통합의 '역풍' 때문입니다.
이미 진해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김학송 국회의원의 뜻에 따라 행정구역 통합에 찬성하였던 시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하였습니다. 김학송 후보가 총선에 출마하면 낙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선거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울러 진해에 이른바 범야권과 무소속 후보가 난립하게 된 것도 김학송 의원에게서 민심이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역 국희의원이 지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니 도전자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요.
그런데 김학송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지금까지 사태파악이 제대로 안 된 모양입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자리를 빌어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더군요.
"진해는, 지난 2010년 7월 1일, 창원, 마산과 함께 지방자치사상 최초로 행정구역 자율통합을 했습니다. 행정구역 통합은 정부의 정책이었고, 우리 새누리당의 당론이었습니다. 저 또한 옳은 방향이라 판단했고, 때문에 우리 진해가 성장하고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다시금 선택의 상황이 온다 해도 바뀌는 건 없을 것입니다.""우리 진해에는 통합으로 인해 진해를 빼앗겼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해가 통합을 이룬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 기간이면 통합의 효과가 주민들에게 퍼져나가, 제대로 평가받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 아닙니까? (중략) 우리 진해도 1년 정도만 더 기다리면 통합의 가시적인 효과가 분명 나타나리라고 확신합니다."그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이른바 확신범(?)입니다. 이런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민심과 전혀 다른 결정을 할 수 있었고, 이미 행정구역 통합 당시에 진해 민심이 떠난 줄도 모르고 불과 며칠 전까지 이번 선거에 다시 출마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1년만 더 기다리면 통합의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구요? 1년 후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 불과 1년밖에 안 남았은데 지금 아무도 그 가시적인 효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도대체 뭔가요? 이런 말을 하려면 1년 후에는 어떤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이제 자신에게서 권력이 떠난다는 것을 깨달았을까요? 국회의원 임기를 이제 두 달 정도 밖에 안 남겨놓고 통합준비위원회에서 했던 약속을 지켜달라고 창원시의회를 향해 때늦은 촉구를 했다고 합니다.
"통합 당시 통합준비위원회에서 결정됐던 약속들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만큼 창원시의원들이 그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하였답니다. 참으로 한심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학송 후보는 아직도 행정구역 통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새누리당도 내심 실패를 인정하고 있지 않을까만약 행정구역 통합이 진해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3선의 김학송 의원이 출마를 포기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설령 당 공천에서 탈락했더라도 당선 가능성만 있다면 무소속 출마도 하였겠지요.
그는 새누리당이 자신을 공천하지 않은 것은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거나 적어도 행정구역 통합으로 진해 민심이 떠났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김학송 의원이 아무리 좋은 말로 자신의 불출마를 명예로운 퇴진이라고 이야기해도 진실은 덮을 수 없습니다. 김학송 의원의 불출마 자체가 행정구역 통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고, 통합 실패를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석에서 만난 새누리당 현역 국회의원도 이명박 대통령이 앞장서서 추진해온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마창진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다른 지역에서 추가로 행정체제 개편을 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마창진 통합에 적극 협력하였던 당사자로서 앞장서서 되돌리자고 할 수는 없지만, 당초에 기대했던 것 같은 효과는 없고 혼란과 낭비가 더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해석됩니다.
실제로 마산, 창원, 진해를 통합한 통합창원시에서는 김학송 의원뿐만 아니라, 행정관료 출신으로 마창진 통합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권경석 의원은 청치 신인에게 밀려 공천에서 탈락하였습니다.
김학송 의원이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행정구역 통합에 정말 그런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끝까지 출마를 포기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그가 기자회견을 통해 입으로 무슨 말을 하였든 간에 자신의 출마 포기는 행정구역 통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결정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