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간 세상은 총선으로 온갖 난리를 치고 있지만 자연 세상은 봄을 맞아 겨울잠에서 깨어난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총선 소식에 가려서 봄이 잘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봄을 느낄 겨를이 없는 것 같아서 오늘은 바쁘고 힘든 걸음 잠시 쉬어들 가시라고 우리 집에 온 봄소식을 전합니다.
도심 속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시골에 살고 있는 제게 시골에 살아서 가장 좋은 때가 언제냐고 자주 물어오곤 합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봄꽃이 화사한 5월과 단풍이 한창인 10월이라고 말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난방비가 적게 들고, 색깔이 화려한 5월과 10월이 시골에서 지내기에 가장 좋기는 합니다. 하지만 제가 시골에서 살기 시작한 뒤로 시골에서 살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가장 좋은 때는, 뭐니뭐니해도 새싹이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때. 바로 요즘입니다.
요즘 우리 집 주변에는 온갖 싹이 돋아나고 있는데, 어제까지 못 보던 싹이 돋아나 있는가하면 어제 나온 싹은 오늘 쑤욱 자라있습니다. 여기저기 새순과 꽃망울이 점점 부풀어가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새로 돋아난 싹들과 눈을 맞추면서 하루를 시작하는데, 살아있어 꿈틀거리는 생명의 모습이 꼭 마술 같습니다. 목숨에 대해서,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명, 그 힘에 대해서 다시 깊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 이 세상이 참 경이롭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싹이 나를 반길 지 설레입니다.
시골 생활이 좋아서 도시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시골로 이사 온 사람들은 대부분 정원에 잔디와 예쁜 꽃을 많이 심습니다. 그러나 저는 처음부터 예쁜 꽃보다도 일년내내 뜯어먹을 수 있는 나물을 많이 심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집 안에 저절로 싹이 나서 일년 내내 뜯어 먹을 수 있는 나물이 많습니다. 뜯어먹다 남은 나물은 자라 나중에 예쁜 꽃을 피웁니다. 주로 들과 산에 스스로 자라는 나물들은 꽃도 소박하니 예쁩니다.
도시 사람들과 제가 새싹을 보면서 느끼는 또 다른 점은 도시 사람들은 새싹을 보면서 꽃을 먼저 상상하지만 시골에 살고 있는 저는 꽃 이전에 먹을 수 있는 나물인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집 주변에는 온갖 나물들이 쑥쑥 돋아나고 있습니다. 물론 봄에 돋아나는 새싹들은 대부분 먹을 수 있는 것이 많기도 하구요.
사진들은 오늘 아침에 찍은 우리 집에서 본 새싹 모습입니다. 새로 돋아나는 싹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눈에 잘 띄지 않으니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것처럼 정성껏 눈여겨 찾아보셔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것 말고도 우리 집에 자라고 있는 나물이나 쌈, 차로 먹을 수 있는 것에는 취종류, 머위, 두릅, 삼잎국화, 딱총나무, 뽕나무, 화살나무, 찔레 등이 있는데 아직 싹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시골에서 주변에 나는 풀들은 모두 나물재료로 내내 풀나물을 해 먹을 수 있습니다.
일년 내내 쌈거리도 있습니다. 마켓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우리 집이 엄청 큰 '대저택'인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집이 주로 눈요기거리로 외국산 화려한 꽃들을 심는 대신에 저는 일년내내 먹을 수 있는 것을 많이 심었기 때문입니다. 심은 것보다 저절로 난 것이 더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