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희한해서 글을 올립니다. 지난 3월 15일 목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2월 23일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대해 최종 판결이 난 후 매일 아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 모여 출근 집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부당해고자인 저도 힘든 일정이지만 매일 아침 출근 집회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15일 아침에도 노동가 틀어 놓고 현수막 펼쳐놓고 아침 출근 선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까부터 길 건너편에서 우릴 촬영하고 뭔가를 기록하고 있는데 변동지가 가서 뭐하는 사람인가 좀 알아보세요."옆에 있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해고자가 말했습니다. 저도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이상했습니다. 옆에 있던 해고자는 "어제도 그랬다"며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여자였는데 기자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한 비정규직 해고자와 길을 건넜습니다. 그 여자에게 다가가 누구이며 왜 동영상 촬영을 하는 지 물었습니다. 그 여자는 대답했습니다.
"저는 북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나왔고 부정선거가 있는지 감시하는 것입니다."저는 신분증을 보자고 했습니다. 그 여자는 차안에 있다면서 우리를 데리고 차로 갔습니다. 차 안에 운전수로 보이는 남자가 운전석에 있었고 차량은 시동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차량 안에 들어가더니 녹색으로 된 작은 인쇄물을 신분증이라고 내 보였습니다. 거기엔 '울산북구선거관리위원회'라고 돼 있었습니다. 저는 말했습니다.
"우리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해고자이고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최종판결 나서 불법파견 중단하고 정규직화 하라고 출근 집회 하고 있는데, 우리가 정치랑 무슨 관련이 있다고 동영상 촬영을 하고 수첩에 기록을 합니까?"운전석에 있던 남자가 "우리도 어쩔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만 말 할 뿐 이었습니다. 여자는 "미안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침부터 참 어이없는 일을 겪었습니다. 부정선거 감시를 왜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하는 것일까요?
저는 낮에 울산 북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전화 번호는 인터넷을 검색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해고자입니다. 오늘 아침 북구선거관리위원 이라면서 두 분이 와서 동영상을 촬영하고 우릴 지켜보며 뭔가를 적어 갔습니다. 녹색 카드 목걸이를 보여 주던데요. 선거관리위원이 맞습니까?"전화 속 목소리는 남자였습니다. 그 두 사람은 선거관리위원이 맞다고 했습니다. "비정규직 해고자가 아침 출근 선전전을 하는데 그게 선거랑 무슨 상관이 있어서 그렇게 감시를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법적으로 아무 하자 없다"라고 말하면서 그래도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부정선거는 어두운 곳에서 은밀히 뒷거래 되는 것이지 벌건 대낮에 그 사람들 많이 지나다니는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진행되는 것입니까...?"제가 그렇게 말하려고 하는데 전화는 이미 끊긴 뒤였습니다. 그날 우리가 출근 선전전을 하고 있던 정문 앞에는 정치 후보자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모두 4공장 문 앞에 가서 서 있었습니다. 정치 후보자가 아무도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출근 선전전하는 곳에서 감시활동을 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가서 항의하자 그들이 탄 차량은 슬그머니 골목안으로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