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주당 조한기 후보입니다"
오는 4.11총선에서 충남 서산․태안 선거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민주통합당 조한기 후보의 입에서 하루 동안 새어나온 말 중 가장 흔한 문장이다.
지난 15일 출마를 선언한 후 신발 굽이 닳도록 발품을 팔며 지역구서 얼굴 알리기와 지지 호소에 나선 그의 바쁜 하루에 동참했다.
아직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오전 6시 25분경. 조 후보가 아파트 입구를 빠져나왔다. 검은색 양복차림의 그는 선거운동 차량에 오르자마자 당일 스케줄표를 손에 집어 들었다.
짙은 안개가 낀 들녘을 내달려 도착한 첫 번째 유세현장은 이날 단체로 등산을 떠나는 버스가 주차된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첫 행선지로 향하는 선거차량에서 잠긴 목을 가다듬고 조 후보가 기자에게 대뜸 건넨 첫 마디는 "솔직히 선거 어떻게 보느냐"라는 질문이었다.
서산·태안, 야당에게 철옹성 아니다
갑작스런 질문에 흠직 놀랐지만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쓴 소리를 좀 했다. 그가 갖고 있는 한계점을 입에 거품을 머금으며 낱낱이 꽤 긴 시간 지적했다. 한참 기자의 얘기를 듣던 그가 말했다.
"한계를 인정하지만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서산, 태안지역도) 크게 거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지역이 야당과 젊은이들에게 철옹성은 아니지 않냐."
오는 4.11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서산․태안 선거구 후보들 가운데 조한기 후보는 가장 젊은 40대다. 그의 선거사무실이 위치한 건물 외벽의 대형 현수막에도 '세상을 바꾸는 젊은 변화'라는 글이 적혀 있다. '젊음'과 '변화'는 이번 총선서 그가 내민 선거전략이다.
단체등산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떠난 후 선거운동 차량이 도착한 곳은 서산경찰서 앞 사거리다. 매일 달라지는 선거운동 일정 중 그가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은 출퇴근길 인사다. 그는 출근길 서산지역의 주요 교차로에서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아침인사를 한다.
퇴근길에는 태안지역서 LED 조명으로 '투표참여'와 '조한기'라고 새긴 조끼를 입고 차량 이동이 잦은 도로변서 하루 한차례씩 유권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선거유세를 펴고 있다. 차량이동 중간에는 SNS(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선거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조 후보는 "출퇴근길 인사를 오래 하다 보니 요즘엔 알아보는 주민들이 많아졌다"며 "(때때로)손을 흔들어 주며 응원을 해주는 주민들도 꽤 있다. 서산, 태안지역 주민 4000여 명도 SNS를 통해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9시. 출근길 유세가 끝나고 선거운동 차량서 간단하게 아침밥을 해결하고 선거사무실로 향했다. 선거사무실은 주로 하루 일정과 선거운동 전략 등을 논의하는 공간이면서 지지자들의 사랑방 역할도 하는 복합공간이었다.
유세현장을 돌며 중간에 몇 차례 그는 선거사무실에 들려 일정을 조정하고 캠프 관계자와 선거운동 전략을 논의하곤 했다. 그때마다 한쪽 쇼파에는 앉아서 나름대로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말을 주고받는 지지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오전 일정표는 생각보다 빼곡했다. 서산시장에서 지역케이블 방송과 출마 인터뷰를 가진 그는 태안지역으로 장소를 옮겨 당일 열린 행사장을 찾아 유권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얼굴 알리기와 지지유세를 이어갔다.
하루 200~300km 이동... "지역 정치 카르텔 끊어야"
이후에도 서산지역 경로당과 시청을 방문한 그는 후보 명함을 돌리며,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처음 선거캠프에 참여해 후보자 차량의 운전을 맡은 최용환(37)씨는 "하루에 200~300킬로미터 정도는 움직이는 것 같다. 멋모르고 (선거캠프)일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힘드네요"라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이곳저곳 찾아갈 유세현장을 많다보니 자연스레 제때 밥을 챙겨 먹기란 어렵다. 간혹 차안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날 오전 일정은 서산지청에서 끝마무리돼 점심은 서산시청내 급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오후엔 서산세무소를 첫 행선지로 찾았다. 그는 이날 서산세무서와 서산시청을 번갈아 찾아 최근 5년간 소득세납부와 체납증명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납부 및 체납증명원 등의 신청서를 작성했다.
타 후보들과 같이 지역의 재래시장은 조 후보가 가장 즐겨 찾는 장소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시장을 찾는다"며 손꼽는 유세현장으로 재래시장을 소개했다.
번질나게 재래시장을 찾다보니 그는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중소도시 입점에 대해서 지난 2월 성명서를 통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재래시장투어서는 예측불허의 날카로운 유권자를 만나기도 했다. 한 상가서 마주친 중년의 남성은 그를 붙잡고 한동안 뼈 있는 질문을 던지며 따지듯 물었다. 이후 그는 동행취재를 거의 끝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관계의 위기가 초래됐다. 정권교체를 통해 다시 위기를 회복해야 한다. 낡은 정치가 서산, 태안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지방의원과 도의원, 국회의원 등으로 이어지는 선출직 공직자의 (정치) 카르텔(담합)을 빨리 없애야 한다. 또, 언론의 자유와 검찰개혁은 다음 정권서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다."
지역과 관련해서는 "서산, 태안지역은 앞으로 서해안시대를 이끌 문화관광도시가 될 것이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라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다시 되돌리고 문화와 교육, 복지환경이 일정 정도 갖춰진다면 기업이 (서산, 태안지역으로) 몰릴 것이다. 도농복합도시가 앉고 있는 문제도 지역농수산물을 지역서 소비하는 로컬푸드를 통해 마을기업, 향토기업이 육성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후 8시 05분.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그가 차에서 내렸다. 멀어져 가는 그를 바라보며 문득 '안녕하세요. 민주당 조한기 후보입니다'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하는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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