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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부가 어떻게 나올지 항상 궁금해요. 어때요? 군침 돌죠?"
"두부가 어떻게 나올지 항상 궁금해요. 어때요? 군침 돌죠?" ⓒ 박병춘

지난 3월 18일, 충북 옥천군 옥천 읍내에 있는 영농조합법인 '옥천살림'을 찾았다. 옥천살림은 두부, 미숫가루, 보리차, 옥수수차, 밀가루, 현미 등 옥천 지역의 여러 농산물을 가공하여 대청호 환경 농민 연대에 공급하고 있는 단체다. 이번 취재는 두부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기로 했다.

옥천살림 사무실에 들어서자 원정애(41) 사무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바로 옆 공간으로 들어갔다. 두부 생산 공장이라고 하기엔 약간 좁아 보이는 공간에서 윤숙진(41) 공장장이 두부를 만들고 있었다. 

옥천살림이 만드는 두부는 옥천군 안남면, 안내면, 청산면, 청성면 등 대청호 상류 지역에서 생산된 우리 콩만을 사용하여 소포제, 유화제, 화학 응고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단골 고객이 많고 주문 생산을 위주로 한다.

 옥천살림을 운영하고 있는 원정애 사무장
옥천살림을 운영하고 있는 원정애 사무장 ⓒ 박병춘

옥천살림이 자부하는 친환경 유기농 두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원정애 사무장과 인터뷰를 했다. 우선 옥천살림에 대해 소개해달라고 청했다. 옥천에서 나는 좋은 먹을거리를 우리 아이들에게 잘 먹이고 농가 소득에도 보탬이 되도록 하자는 게 옥천살림의 존재이유란다.

이사 다섯 분(대표 신한중)이 참여하여 운영하고 있는 옥천살림은 대표 주자 두부를 내세워 주문 생산에 돌입한다. 옥천 관내 어린이집은 물론 학교 급식에 공급한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엔 회원제 판매를 하고, 맛 소문을 듣고 직접 찾아오는 분들에게도 판매한다. 오늘 만들어 내일 판매하는 형태인데, 그 어떤 날도 절대 재고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만들다보니 하루 최대 13판까지 생산한다. 한 판에는 모두 15모가 나오고, 한 모당 3500원을 받는다. 시중 메이커 두부보다 훨씬 좋은 질에 딱히 비싼 편도 아니어서 인기 상한가다.

옥천살림표 두부는 무조건 무농약 국산 콩으로 빚는다. 지역에서 콩 생산자가 누군지 분명히 알아 실명제로 사들인다. 방부제를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오직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재료를 바탕으로 자연 그대로 빚어내는 두부라고 하면 정확하다. 소금은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생산된 것으로 쓴다. 간수 또한 신안에서 직접 사들인다.

때마침 인터뷰 도중 옥천군 안내면에 거주하는 농부 민병용(56)씨가 옥천살림을 찾았다.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배와 감자를 생산하고 있는 민씨는 옥천살림표 두부를 평가해 달라는 필자의 제안에 거침없이 자신을 생각을 전했다.

"잊을 수 없는 고소한 맛 때문에 초창기에는 아예 대놓고 먹었어요. 일반 두부보다 탄력이 좋고 맛 자체가 달라요. 오늘도 두부가 생각나서 여기 옥천살림에 들렀어요. 시중에 일반 두부도 맛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 두부를 따라갈 수는 없어요." 

지난 2008년에 문을 연 옥천살림은 처음에 유기농 백미 판매로 시작하여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 판매하는 영농조합 법인으로 성장했다. 관내 학교에 다양한 품목을 공급하다 보니 조합을 만들 수 있었다. 현재 수익으로 법인을 유지하는 정도지만 점차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학교 급식뿐만 아니라 더 많은 홍보 활동을 통해 지역 전체에 먹을거리를 공급하려는 야심찬 포부도 갖고 있다. 옥천 관내에서 생산하는 좋은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고 여분이 있으면 다른 지역에도 확산시키겠다는 게 원 사무장의 바람이다. 옥천이 고향인 원 사무장은 대전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옥천살림과 인연이 닿아 4년째 일을 하고 있다.

 두부를 직접 빚고 있는 윤숙진 공장장(좌)과 원정애 사무장(우)
두부를 직접 빚고 있는 윤숙진 공장장(좌)과 원정애 사무장(우) ⓒ 박병춘

인터뷰가 끝자락에 도달할 무렵 원 사무장은 두부를 직접 만들고 있는 공장장을 소개했다. 원 사무장과 동갑인 윤숙진 공장장은 두부를 만든 지 약 2년가량 되었다. 먼저 두부를 만들게 된 배경을 물었다. 윤 공장장은 두부를 직접 만들기 전에는 옥천살림에서 사무직으로 일했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윤 공장장은 두부를 만드는 일이 단순 작업이긴 하나 두부를 만들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고 콩과 정이 들어서 온 마음을 다해 두부를 빚는다고 한다.

날씨에 따라, 콩의 상태에 따라, 온도에 따라, 간수를 넣고 순두부를 눌러 두부를 빚어내기까지 늘 긴장하고, 예쁜 두부가 나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는 윤 공장장은 자기 스스로 노동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설파한다. 

 완성 두부 직전의 순두부
완성 두부 직전의 순두부 ⓒ 박병춘

 이제 꼭 눌러주면 완성품 두부가 된다.
이제 꼭 눌러주면 완성품 두부가 된다. ⓒ 박병춘

 간수를 넣고 순두부를 꼭 눌러준다.
간수를 넣고 순두부를 꼭 눌러준다. ⓒ 박병춘

 한 모를 포장하기 전
한 모를 포장하기 전 ⓒ 박병춘

 <옥천살림>표 우리콩 두부의 탄생!
<옥천살림>표 우리콩 두부의 탄생! ⓒ 박병춘

"사람들이 이 두부를 먹으면 건강해지겠구나 생각하며 보람을 느껴요. 말 그대로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재료로 그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는 순수 청정 두부를 만들어내니까요. 제가 두부를 만들면서 우연히 어떤 분을 만났는데,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친환경 유기농법은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것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환경을 지키는 것이라구요. 먹을거리로서 건강을 지키고 먹을거리로서 환경까지 지킨다는 의미를 알고 제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껴요."

일주일 중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을 하며 이틀 휴식을 취하고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며 일하고 있는 윤 공장장의 얼굴에 자긍심이 역력하다.

인터뷰를 마치고 원정애 사무장과 윤숙진 공장장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을 다 찍고 나자 원 사무장이 힘주어 말한다.

"우리 옥천살림은 지역에서 꼭 필요한 업체로 우뚝 설 겁니다. 친환경 먹을거리를 만드는 옥천살림이 우리 지역 옥천에서 잘 커나갈 수 있게 합심해서 열심히 일해야지요."

 갓 빚은 두부
갓 빚은 두부 ⓒ 박병춘


#옥천살림#친환경 두부#옥천살림 우리콩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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