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돼온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입을 열었다.
이 전 지원관은 지난 14일 자신의 자택 앞에서 <경향신문> 기자를 만나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며 "너무 억울해서 혀를 깨물고 죽고 싶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그 안(교도소)에서도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주 힘들었다"고도 했다.
이 전 지원관은 2010년 민간인을 사찰한 혐의로 기소돼 10개월 복역후 지난해 5월 출소했다. 그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민간인 사찰을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두 사람은 모두 '포항 출신'이다.
이 전 지원관은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사찰건과 관련 "그 사건이 넘어와서 그냥 결재해서 해당 관할로 넘겼다"며 "여하튼 난 넘긴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운명이다, 어쩌겠나, 그냥 이제는 다 끝난 일…"이라며 얘기를 더 진척하지 않았다.
이 전 지원관은 "억울해도 수사를 받으면서 그런 거 얘기했고, 그러니까 수사기록이 6000페이지나 된다"며 "그 일(청와대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전혀 하고 싶은 말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지원관은 민간인 사찰 의혹을 재점화시킨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에는 "장진수씨고 뭐고 나는 그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며 "일절 모른다"고 말문을 닫았다.
앞서 지난 7일 <경향신문> 기자와 처음 만난 이 전 지원관은 비관적인 어조로 "세상이 싫다, 언론도 싫다, 특히 정치권이 싫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23일자에서 "지난 20일 이 전 지원관의 딸이 언론에 보도된 민간인 사찰 기사를 읽어주는 소리가 집 밖으로 새어나왔다"며 "'장진수' '민간인 사찰' '덮어쓰기' 등의 단어가 들어간 기사를 딸이 읽어줬고, 이 전 지원관은 "덮어쓰기?"라며 기사 내용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