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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럭 1kg에 1만5천원. 정말 쌉니다. 아이들은 회를 보자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우럭 1kg에 1만5천원. 정말 쌉니다. 아이들은 회를 보자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 김동수

'회'. 정말 비쌉니다. 아마 한우보다 비싼 음식 중 하나가 회일 것입니다. 딸 아이는 이 비싼 회를 좋아한 나머지 마트에서 회만 보면 먹고 싶다고 난리입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아빠를 만나 입안에 침만 고일 뿐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이후 한 달여만에 다시 회를 먹었습니다.

우럭 1kg에 1만5000원, 개불 7마리 1만 원

지난 22일 경남 남해를 다녀를 오다가 "회 먹고 싶어요"라는 노래를 부르는 딸 아이가 생각나 삼천포 어시장에 들렸습니다. 생각보다 저렴했습니다. 광어 1kg에 2만 원, 우럭은 1만5000원이었습니다. 5000원을 아낄 겸 우럭을 샀습니다.

"우럭 1kg만 주세요."
"다른 것은 안 삽니꺼?"

"응, 낙지는 얼마에요?"
"한 마리에 7천원입니더."
"낙지는 됐고, 그럼 개불은 얼마죠?"

"7마리에 1만 원입니더."
"그럼 개불 좀 주세요."


딸 바보 아빠는 결국 개불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7마리이면 많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손질을 하고 보니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으로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지, 개불에 정신이 팔릴 딸 아이가 자기만 먹겠다고 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개불 1만원치. 많은 줄 알았는데 막상 담아 보니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개불 1만원치. 많은 줄 알았는데 막상 담아 보니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 김동수

"개불 7마리 아니었어요?"
"일곱 마리 맞지."
"그런데 이것밖에 안 돼요? 겨우 밑바닥에 깔렸어요. 이것 가지고 입에 풀칠은 하겠어요. 개불만 보면 정신줄 놓은 서헌이 혼자 먹어도 모자랄 것 같아요."

"조금씩 먹으면 되지."

막둥이 "나도 개불!" 그럼 누나는?

그런데 막둥이도 먹겠다고 나섰습니다. 어릴 적에는 회를 먹지 않더니 요즘 들어 회를 엄청 좋아합니다.

"아빠 나도 개불 먹고 싶어요."
"너는 잘 먹지 못하잖아."
"아니예요 나도 좋아해요. 개불 맛이었어요. 한 번 보실래요."


 누나 따라 개불을 먹는 막둥이. 요즘 누나를 점점 닮아가고 있습니다
누나 따라 개불을 먹는 막둥이. 요즘 누나를 점점 닮아가고 있습니다 ⓒ 김동수

 개불을 한 입에 쏙 밀어넣는 딸 아이.
개불을 한 입에 쏙 밀어넣는 딸 아이. ⓒ 김동수

막둥이까지 개불이 손이 가니 정말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개불까지 먹는 막둥이를 보고 아내는 '먹돌이'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먹돌이'와 '막둥이' 어딘가 어울리지 않나요. 모든 것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막둥이, 먹는 것까지 자기 마음대로 입니다.

"누나 아빠가 회 사오셨다."
"정말? 아빠가 맛 있는 회를 사오셨다고? 빨리 먹고 싶다."
"누나 나도 개불 먹고 싶어."
"너는 개불 안 먹었잖아."

"오늘부터 먹고 싶어."
"…알았어."

회는 이렇게 먹어야 해요

학교에 다녀온 딸 아이는 아빠가 회를 사왔다는 막둥이 말에 좋아라 했지만 동생이 개불을 먹겠다고 하자 시무룩해졌습니다. 하지만 눈 앞에 우럭회를 보자 이내 웃음을 돌더니 회를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그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아빠 정말 맛이었어요."
"맛있어? 얼마 되지 않지만 많이 먹어."
"아빠 회는 이렇게 먹는거예요."
"진짜 맛있게 먹는다. 음식은 너같이 먹어야 한다. 보기만해도 입에 군침이 돈다."

 회만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딸. 이날 회 절반을 먹었습니다
회만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딸. 이날 회 절반을 먹었습니다 ⓒ 김동수

회 맛을 제대로 아는 딸 아이와 개불을 먹기 시작한 막둥이. 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야 하지 않으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은데 어떻게하죠. 걱정도 되지만 무엇이든지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고, 다른 이들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며 바랄 것이 없습니다.


#회#개불#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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