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1500여 명의 언론인들이 23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언론장악 MB심판! 언론독립 쟁취! 언론노동자 총궐기대회'를 열고 "MB의 언론장악을 심판하고 언론독립을 쟁취해냄으로써 국민 앞에 당당히 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발표한 투쟁결의문에서 현재 파업 중인 MBC·KBS·YTN·연합뉴스·국민일보와 편집권 독립 투쟁에 나선 부산일보에 대해 "지난 4년간 국민과 고통을 함께 하지 못하고 권력의 폭압 앞에 카메라를 돌리고 펜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언론노동자들의 깊은 분노가 이 전선에 함께 서 있다"고 평했다.
이어 이들은 "오늘 총궐기를 나서며 국민께 '언론자유를 되찾고 국민의 고통과 불행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1만 5천 언론노동자의 진실한 약속을 드린다"며 정부와 여·야 정치권, 방송통신위원회에 언론사 파업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 낙하산 사장을 퇴출시켜 공정방송을 복원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것 ▲ 국회 청문회를 개최해 언론장악의 전모를 밝히고 부역 언론인을 심판할 것 ▲ 해직된 동지들을 복직시켜 명예를 회복하고 독립된 언론의 현장에서 만날 것 ▲ 불법 강탈된 장물인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수하고 부산일보는 독립정론으로 거듭나게 할 것 ▲ 언론의 사유화를 저지하고 언론 독립을 쟁취하며 특권층이 아닌 국민들께 복무하는 언론을 지켜갈 것을 결의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도 이날 "지난 4년간의 모욕과 수치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며 "오늘의 이 역사적 투쟁은 훗날 진정한 언론독립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을 것"이라는 말로 자리에 모인 이들을 격려했다.
명진스님, "MB정권, 몰염치·파렴치·후안무치에 양아치까지 더해 '4치 정권'"
한편, 이날 집회에는 명진 스님, '희망버스'를 기획한 송경동 시인, 그리고 영화 <화차>의 변영주 감독 등이 지지의 말을 건넸다.
먼저 명진 스님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MB정권을 몰염치·파렴치·후안무치한 '3치 정권'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양아치'를 더해 이젠 '4치 정권'이라 부르고 싶다"며 "조폭은 영역싸움만 하는데, 양아치는 때로는 도둑질도 하고 폭력도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두고도 명진 스님은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명진 스님은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와의 대화를 인용하며 "민간인 불법 사찰은 사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사찰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통해 (대상을) 협박·회유·공갈해 사유재산까지 강탈한 범죄행위"라 정의하고 "검찰은 '정권의 개'로 남지 않으려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MB를 체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대에 오른 변영주 감독은 총 376명(23일 기준)의 영화인이 이름을 올린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 성명서에서 영화인들은 "언론계의 역사적 단체투쟁에 대해 30억대 손해배상청구라는 졸렬한 협박을 자행한 낙하산 사장과 언론의 주인이 국민임을 망각한 부역언론인들의 퇴진을 요구한다"며 "이것은 언론자유를 외치는 노조만의 목표가 아니라 민주주의 완성을 염원하는 국민의 명령이다, 주권자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것은 국기 문란 행위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언론계의 투쟁은 시대적 소명"이라며 "언론정립은 자유를 꿈꾸는 영화계의 의지와 상통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시민의 소망이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도모하는 국민의 염원이다"라 밝히며 현재 투쟁에 들어간 언론인들을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성명서 낭독 후 변영주 감독은 "요즘 충무로의 많은 시나리오 작가들이 후배 등에 칼을 꽂거나, 자기의 직분을 잊고 파렴치하게 행동하거나, 회사 돈을 마음대로 갖다 쓰는 캐릭터의 인물에 '재철'이나 '인규'라는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훈훈한 소식을 전해 드린다"는 말을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송경동 시인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언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송경동 시인은 "고공농성을 벌인 이들이 모인 '고공클럽'이라는 것이 있다"며 "그들이 고공으로 올라간 것은 기사 한 줄, 방송 한 장면이라도 얻기 위한 절박한 마음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송경동 시인은 이어 "현장에서는 여러분의 카메라 한 대, 기자수첩 하나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들에게는 큰 무기고 보호막"이라며 "그래서 언론인들의 투쟁은 언론인들만의 투쟁이 아니고, 모두 함께 지켜내야 하는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송경동 시인은 "언론사들의 파업을 우리의 생명과 무기를 지키는 투쟁이라 생각하겠다"며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이 땅의 1700만 민중들이 좀 더 안전하고 평화롭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언론계는 함께 언론의 독립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행동에 들어가게 된다. 오는 30일에는 부산역 광장, 그리고 다음 달 7일에는 다시 서울광장에서 릴레이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행동의 일환으로 23일 SBS와 OBS 기자·앵커들은 검은 옷을 입고 방송을 진행하는 이른바 '블랙투쟁'을 벌였으며, CBS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현 사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보도투쟁'을 진행했다. 한겨레신문·경향신문·서울신문·한국일보도 이날 '공정보도와 언론독립 쟁취를 위한 MBC·KBS·YTN·부산일보·연합뉴스·국민일보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연대합니다'라는 광고를 게재했다. 앞서 경향신문은 22일 언론사 파업에 지지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