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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주 후보가 24일 토요일 아침 출근하는 노동자에게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이은주 후보가 24일 토요일 아침 출근하는 노동자에게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 변창기

"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구요. 이은주 후보를 종일 따라 다니면서 취재하고 싶은데, 될까요?"

지난 21일 수요일 일용직 일 마치고 곧바로 울산 등대입구 쪽에 있는 통합진보당 소속 이은주 국회의원 후보 사무실로 찾아 갔습니다. 사무원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명함을 주며 말했습니다. 후보와 일정 회의 후 연락 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토요일, 일요일 시간 난다고 했습니다.

"오늘 아침 6시 30분부터 현대중공업 전하문 앞에서 선전전 하는데 시간 어떠세요?"

24일 토요일 아침 6시께 이 후보 수행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갑자기 온 전화에 화들짝 놀라 "알았다. 준비하고 나가겠다"고 말하고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나 미리 준비해 둔 가방을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침 6시 30분부터 현대중공업 앞 출근 인사

현대중공업 전하문. 이른 아침인데도 출근하는 노동자가 많았습니다. 이은주 후보와 인사 나누고 "오늘 하루 따라 다니고 그 내용을 <오마이뉴스>에 올리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후보와 관계자들을 지켜 보았습니다.

"어제가(23일) 현대중공업 창립 40주년이라는데, 오늘도 많이 출근 하지요? 출근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입니다."

수행원이 귀띔해 주었습니다. 현대중공업에 다니는 사람 중 아는 정규직이 많습니다. 어떤 분은 부부 동반 제주도로 여행간다고 했습니다. 장기근속자 여행이라더군요. 사내 비정규직에게도 그런 제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같이 배 만드는 공장 안에서도 차이와 차별이 참 심한 듯합니다. 출근하는 노동자를 살펴 보았습니다. 대부분 오토바이와 자전거로 출근했습니다. 그들이 횡단보도 앞에 서 있을 때 이 후보와 수행원은 명함을 나누어 주고 악수를 청하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저는 그때 노동자의 가슴에 달린 작은 표를 보았습니다. 어떤이는 종이로 된 임시 출입증 이었고 어떤이는 플라스틱으로 된 출입증을 달고 있었습니다. 출입증은 근무한 세월에 따라 달라집니다. 1년 이내 근무한 노동자에게는 종이 출입증을 발급합니다. 1년이 지나면 플라스틱 출입증을 줍니다. 이들은 모두 비정규직 입니다. 정규직은 사원증을 달고 출근 합니다. 차이와 차별이 심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모두 노동자 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은주입니다. 잘 다녀 오세요. 이번엔 바꿉시다."

이 후보는 오토바이 사이를 다니며 일일이 악수하면서 말했습니다. 수행원은 뒤따라 다니며 명함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를 오전 7시 40분까지 반복했습니다. 중공업 노동자들이 거의 출근한 후 이은주 후보는 집에 잠시 들렀습니다. 우리는 오전 8시 40분께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엔 울산 마골산 동축사 입구에서 산행하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몇 주 전부터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반별로 산행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서도 인사합니다."

산행 인사를 마친 뒤 동네 지지자 가게를 방문해 잠시 앉아 쉬었습니다. 가게 주인은 이 후보를 반갑게 맞았습니다. 이 후보가 계속 '생활정치'를 이야기하길래 "생활정치가 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주민 대리인입니다. 주민 의견과 생활속에서 문제점을 찾아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는 게 생활정치입니다. 물가 문제, 주차 문제, 교통 문제, 노인, 어린이, 여성, 임산부, 장애인 문제들을 모아서 해결을 위한 정책·조례를 만들어 추진하는 거죠. 문서 만들어 돌리면 그만인 게 아니라 동네 주민들 찾아다니며 의정보고도 하고 의견도 모으는데, 그것이 곧 생활정치죠."

시의원 사퇴 후 국회의원 도전... "주민 위해 결단했다"

저는 생활정치란 말을 이 후보에게 처음 들었습니다. 듣고 보니 모두 맞는 말 같았습니다. 저는 솔직히 정치에 상당한 거부감과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후보 말대로, 정치인이 주민과 가깝게 활동한다면 정치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선거 때 말고는 정치인과 가까울 일이 별로 없는 게 현실입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이은주 후보. 오래전부터 자원봉사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이은주 후보. 오래전부터 자원봉사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 변창기

오전 10시께, 이 후보와 함께 찾은 곳은 동구 사회복지관이었습니다. 동구지역의 어렵고 외로운 분들 중 생신을 맞은 어르신을 모시고 생신 잔치를 한다고 했습니다. 이 후보는 그곳에서 오래전부터 자원봉사를 해왔다고 합니다. 이 후보는 도착하자마자 앞치마를 두르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부엌에서 여러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다 오시고 잔치가 시작됐습니다. 어린이와 중·고등학생이 나와서 악기도 연주하고 '어버이 은혜' 노래도 불렀습니다. 고깔 모자도 씌워 드리고 같이 놀이도 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차린 음식을 먹을 무렵, 이 후보는 "먼저 나가 미안하다"며 그곳을 빠져 나왔습니다. 다음 일정 때문이었습니다. 참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점심식사를 위해 작은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궁금한 걸 물었습니다. 우선 "시의원 사퇴하면서까지 국회의원 출마했어야 했나?"라고 물었습니다. 이 문제로 이 후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동구에는 일부 있습니다.

"정몽준씨는 대권 나설 사람으로 알려졌는데, 왜 서울 동작을에서 국회의원 선거 나옵니까? 저를 믿고 뽑아준 주민에겐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하지만 대의를 위해서 결단 내려야 하는 게 정치입니다. 울산 동구에서는 24년간이나 '현대재벌 통치'가 이어져 왔어요. 저는 이 상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고민을 했는데, 당과 함께 결단을 내렸습니다. 주민께 미안한 마음, 더 열심히 활동하는 것으로 갚겠습니다."

이은주 후보는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습니다. 어떻게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물었습니다.

"저는 울산 화정동에서 여성운동하면서 정치에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울산 동구에서 가정상담소를 만들어 활동했는데요. 그때 민주노동당이 생겨 여성 출마자 할당 30%제도가 있었어요. 가입하고 자연스럽게 정치 후보자로 나서게 되었어요. 당시 민주노동당의 좋은 제도 덕분에 정치를 시작한 것 같아요."

"정치가 반값등록금이고, 친환경급식이다"

점심먹고 다시 남목 청소년문화의 집으로 갔습니다. 대학생과 청년들이 수련회를 가는데, 잠시 참석한 뒤 다시 시내로 향했습니다. 대기업이 빵집까지 차리는 현실에 중소 상인들이 뭉쳐서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새누리당에도 초대장을 보냈으나 오지 않았다며 나머지 정당에서 모두 모임에 와줘서 고맙다고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가 나와 강의를 했습니다. 끝까지 강의를 듣고, 동네 상권을 위해서 대기업의 지역 입점을 막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수행원과 시장을 돌고 있는 이은주 후보
수행원과 시장을 돌고 있는 이은주 후보 ⓒ 변창기

이 후보자와 수행원은 다시 동구로 이동했습니다. 동구에 있는 어느 당원의 가게에 들러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엔 '정치철학'에 대해 물었습니다.

"정치란 공공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여러 부류의 정치인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정치를 '있는 사람' 중심으로 합니다. 우리는 힘 없고 약한 쪽으로 더 많이 배분해 양극화 해소에 힘씁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친환경 무상급식 등은 서민의 꿈입니다. 북유럽은 대학 등록금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의 사고방식에 따라 예산 쓰이는 곳이 달라집니다. 저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복지혜택이 많이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만약에 당선된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 할 생각인지 물어 보았습니다.

"좋은 정치를 하면 세상이 많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가슴에서 우러나는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힘든 사람 민원 해결부터 하려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 너무 흔한 비정규직 노동자, 서민, 힘들게 사는 장애인, 여성 가장, 어려운 가정의 청소년 그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정치인이라 생각합니다. 1%만 살기 좋고 99%는 살기 힘든 게 현재 우리 사회입니다. 이런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유권자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개인적인 것은 없습니다. 생활하는 환경, 교통 정책, 노동, 주거, 의료, 교육, 사회복지, 노인문제, 장애인 이런 사회현상이 정치에 의해 결정되어 집니다. 지금 이 사회가 희망이 있고 미래 세대에 행복을 바란다면 좋은 정치인을 뽑아야 합니다. 그래서 4월 11일 총선이 중요합니다. 꼭, 투표하는 유권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어짜피 해야 한다면 즐겁게 정치와 놀아야 합니다."

이 후보는 6년 동안 정치활동을 하면서 만들어진 철학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후보는 저에게 이 말을 하고 다시 시장을 돌며 시민을 만나러 갔습니다.

"변 기자님, 이것만 알아 두세요. 정치가 반값 등록금이고, 정치가 친환경 급식이고. 정치가 비정규직 철폐고, 정치가 장애인 차별 금지고, 정치가 서민층 복지혜택 증가입니다."

덧붙이는 글 | 변창기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울산 동구#이은주 후보#국회의원#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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