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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정호승 시, 수선화에게 中)

시, 노래로 다시 태어나다

굳이 평소에 시를 즐겨 읽는 이가 아니라 할지라도 한 번쯤은 접해봤을 법한 내용의 시다. 정호승 시인의 시가 워낙 유명하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까닭도 있겠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이미 많은 가수들이 정호승 시인의 시를 따서 노래를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양희은, 이지상, 김원준, 안치환 등의 많은 가수들이 정호승 시인의 시, '수선화에게'란 시 대부분을 전문 그대로 따와 곡조를 붙여 그들만의 운율과 노래를 만들어 내었다.

한편의 시가 한곡의 노래로 재탄생한 것은 비단, 위의 시뿐만이 아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는 무려 50여 편이 노래화 되었고,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많은 시인의 작품들이 노래로 재편성됐다.

▲활주로, '세상모르고살았노라'(김소월) ▲박인수와 이동원, '향수'(정지용) ▲안치환, '소금인형'(류시화) ▲송창식, '푸르른날'(서정주) ▲유심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김광섭) ▲이동원, '향수'(정지용), ▲이동원, '이별노래'(정호승) ▲김민기, '가을편지'(고은) ▲송창식, '그대있음에'(김남조) ▲마야, '진달래꽃'(김소월) ▲김도향,조영남, '편지'(미선) ▲양희은, '세노야'(고은) ▲안치환, '편지'(윤동주) ▲박인희, '목마와숙녀'(박인환) ▲새, '타는목마름으로'(김지하) ▲안치환, '사랑이 꽃보다 아름다워'(정지원) 등

이렇듯 많은 시가 노래가 될 수 있는 까닭은 시 자체가 노래의 경계선이자 연장선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노래가 시가 되기도 하고 시가 노래가 되기도 한다. 시는 자체가 가진 함축성과 운율이 노래로 만들어 지기에 있어 매우 적합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

문인들의 손에서 잉태된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시는 굳이 수많은 멋들어진 말들과 다채로운 기교가 들어있지 않다 할지라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숱한 표현 이상을 담아내고 있을 때가 많다. 우리가 때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누군가의 많은 말보다도 주옥같은 시 한편에 큰 위로를 받곤 한다. 그러한 시들의 논조에 알맞은 곡조가 붙여져 리듬감 있는 노래로 재탄생 돼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노래를 들으며 시낭송을 듣고 있다는 착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시가 노래가 된 것은 비단 위의 것들만 아닐터. 사실상 많은 시들이 노래로 만들어졌다. 안치환은 시를 노래화시킨 대표적인 가수로 유명하다. 일명 자유를 노래하는 시인, 안치환. 그가 부른 '소금인형', '사랑이 꽃보다 아름다워', '솔아! 푸르른 솔아!', '고래를위하여' 등. 그는 시를 무겁게 생각하고 난해하게 여기는 대중들에게까지 편하게 다가가 누구나가 한번쯤은 흥얼거리는 대중적인 노래로 재탄생 시켰다. 그것이 바로 그의 공연이 시낭송으로 불리는 이유일 터.

그는 정호승 시인의 시로 9.5집 <정호승을 노래하다>를 펴냈다. 그렇다면 자신의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 시인의 입장은 어떠할까? 정호승 시인은 한 강좌에서 "시는 자신의 품을 떠나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며 읽혀지는 사람의 것"이라며 "내 시가 노래로 만들어지는 것에는 상관하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폭의 시를 가사로 담은 노래들은 대부분이 길게는 20년 짧게는 5년 전 것들로 이러한 노래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시를 노래화 하는 것은 촌스런 90년대의 올드송 정도로만 기억하게 되어버린 것. 그에 반면 요즘 들어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으며 성장하고 있는 케이팝(K-pop)은 어떠할까?

요즘 K-pop은 어떠한가?

한류열풍을 따라 'K-pop'이 강세를 띄며 많은 대중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K-pop스타'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등장해 단순히 'K-pop'에 초점을 맞춰 하나의 음악의 장르로서 'K-pop'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중이다. 과거에 비해 각종 언론 매체들의 활발한 보도 활동으로 외국에서도 쉽게 'K-pop'을 접하게 되고 인기를 끌게 됨에 따라 호시탐탐 'K-pop'을 국제무대로 끌어올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K-pop'이 국제무대로 나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난제를 가지고 있다. 알 수 없는 내용의 가사와 더불어 의미 없는 단어와 잘 못 쓰인 영어후렴구, 거친 비속어 표현이 담긴 노래의 가사가 바로 그것이다.

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무대에서 저마다 흥겨운 노래를 부르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가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가사는 대부분이 자극적인 감성의 표출이거나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고 단순한 멜로디로 반복되는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많은 노래들이 가사 문맥과 상관없는 영어 문구를 반복한다거나, 감탄사 ah, oh 들어간 후렴구를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심지어는 욕설이 들어간 노래 가사를 넣어 심의에 걸리기도 한다. 이러한 추세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단순한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오히려 이러한 곡을 '중독성 있는 곡'으로 승격시킨다.

"너무 춥네 혼자 보내는 하루가 아 좋겠네 나도 혼자가 아니면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정말 좋겠네 봐봐 여기 있는 나를 좀 바라봐 나나 오늘밤은 어둠이 정말로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우 너무나 무서워 나도 Lovey Dovey Dovey Uh Uh Uh Uh Lovey Dovey Dovey Uh Uh Uh Uh..." (가수 티아라 '러비더비' 中)

I feel so cool cool 눈을 씻고 찾아봐도 Cool Cool Cool 나만한 Girl 없을걸 I feel so cool cool 여기저기 둘러봐도 Cool Cool Cool 나 같은 Girl 없을걸 *** yeah I feel so cool cool yeah I feel so e e e yeah I feel so cool cool yeah I feel so cool cool yeah I feel so e e e yeah I feel so cool cool 난 괜찮아..." (가수 씨스타 '쏘쿨' 中)

"(who's that) 왼쪽 오른쪽 everybody stand up 나와 춤을 춰 put your hands up 쉽게쉽게 생각해 깊게깊겐 피곤해 (who`s that) 왼쪽 오른쪽 everybody stand up 나와 춤을 춰 put your hands up
쉽게쉽게 생각해 그냥 아는 오빠일 뿐야..." (가수 클로버 '아는오빠' 중)

"뻑이가요 뻑이가 아주 뻑이가요 뻑 뻑 아주 뻑이가요 아주 뻑뻑뻑뻑 뻑이가요 둘만 보면 나도 몰래 뻑이가요 아니 손이가요 우리가요? 넌 뻑이가요 this is double double double double (combo) double double double (combo) they say bubble bubble bubble bubble (gum) 너는 질겅질겅 눈이 빙글빙글..." (가수 GD & TOP '뻑이가요' 中)

인기가수는 대중이 만들어 가는 것

최근 아이돌 그룹 소속 한 가수는 자신이 부른 노래의 가사가 이해가 가지 않고, 무슨 뜻인지도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인기 그룹의 멤버였던 J는 자신이 불렀던 단순한 노래의 가사가 창피했다고 방송을 통해 전한 바 있다. 그렇다면 노래를 하는 가수들도 부르고 싶지 않은 노래가 만들어지고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수들의 가사가 단순화 되고 의미없는 단어의 가사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어느 정도 대중의 책임도 있다는 점이다.

노래 가사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고 단순한 멜로디만을 부각시키는 노래, 퍼포먼스 또는 자극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들이 인기를 끌고 히트곡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대중들의 기호가 건전하고 좋은 의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곡보다 신기하고 재밌는 것, 자극 적인 노래들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상품의 인기는 대중들의 구매력에 따라 상승되는 것이다. 상품을 구매하는 대중들이 있기 때문에 상품이 지속적으로 판매될 수 있는 것이기에 상품을 고르는 대중의 시선과 안목이 고급화 되면 당연히 상품도 고급화될 수 있는 것이다.

대중들이 처음부터 알지 못할 의미없는 가사를 외면하고 조금 더 제대로 된 가사의 노래를 더 많이 찾고 들어왔다면 지금의 'K-pop'들의 노래 가사들의 수준이 한격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물론 노래를 듣는데 있어서 노래 가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주장과 멜로디 등의 다른 것들도 중요하다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멜로디를 비롯한 다른 음악적 장치를 뺀다고 해도 노래가사가 지닌 기능이 노래의 50%는 된다고 본다면, 노래에서 가사가 가진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불필요한 일은 아닐 것이다.

퍼포먼스보다 음악적 기능에 충실해야

아이돌은 자신들의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노래가사의 뜻조차도 알지 못하고 이를 부르고 대중을 선도한다. 가사보다 퍼포먼스를 중요시 하는 요즘 가수들에게 음악이란 무엇일까. 대중적인 인기만을 얻는다고 모두가 가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가수라면 노래를 불러야 하고 노래는 진짜 노래다워야 노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대부분 아이돌은 앨범을 낼 때 곡보다도 의상 콘셉트와 각종 퍼포먼스를 먼저 부각시킨다. 이에 대중들은 그들의 외모와 콘셉트에 열광하고 자극적인 퍼포먼스에 빠져든다. 음악에 있어 자극적인 요소가 가미되면 가미될수록 대중들은 음악적 요소 외의 다른 것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가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 있어서 음악이 가진 고유한 기능을 지켜내는 것이다. 시인이 시를 쓰기 때문에 시인일 수 있는 것처럼 가수는 노래를 부르기에 가수일 수 있는 것이다. 가수가 제대로 된 노래를 부르지 않고 노래 외 퍼포먼스 등을 통해 대중의 인기를 누린다고 해서 이들을 가수라고 부를 수는 없다.

우리는 그저 그들은 '퍼포먼스꾼'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꼭 한편의 시를 가사로 담아 곡을 내라는 것은 아니다. 마치 노래가 한편의 시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전달력 있는 가사를 통해 의미있는 노래를 만드는데 더욱 주력하자는 것이다.

'K-pop', 국제 사회에서 만나자

최근 가수 심수봉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인들의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음악이고 특히 가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라며 "아이돌가수가 부르는 가사가 너무 중요하다, 생명력이 있고 창의적이고 부정적이지 않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그런 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중들, 특히 십대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 아이돌가수가 가지는 책임이 있다. 가수는 가수로서 그들의 노래가 가진 책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수 자신조차 자신이 부른 노래의 의미조차 모른 채 노래하고 그로인해 미치는 파장은 나몰라라한다면 노래의 소유권을 가진 가수라 불릴 자격이 있는지 다시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만약 소속사 등의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노래할 수밖에 없었다는 발언은 자신이 노래한 노래에 대한 책임 회피로만 보인다.

연예인을 우상화 시키고 연예인들의 옷차림, 말투, 행동 하나 하나를 모방하고 따라하는 10대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노래는 단순한 노래 이상이며 하나의 정서이자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대중들의 건전한 인식과 건강한 정서함양을 돕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가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류열풍이 거세지고 'K-pop'이 덩달아 인기를 끌어가고 있는 요즘, 국제무대의 진출을 노리고자 한다면 노래가 가진 전달력 그 자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노래가사#시#K-POP#대중음악#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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