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아름다운 강가 리조트에서 1박을 하기로 하고 아코솜보(Akosombo)강줄기를 따라 숙소를 향해 가던 중 자퐁(Juapong)이라는 작은 포구를 지나가게 되었다. 시커멓게 그을린, 기이하게 생긴 것을 잔뜩 쌓아놓고 파는 사람이 자꾸 손짓을 한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붕어처럼 생긴 물고기를 연기에 그을려 훈제로 만들어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강에서 잡히는 외래어종 베스를 닮았는데 이들은 이 물고기를 티라피아라고 불렀다.
노를 젓는 어부들과 호수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카메라가 신기한지 순식간에 빙 둘러 싸더니 새까만 눈동자를 깜빡이며 토착어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을 찍게 해줄 테니 뭔가를 달라는 표정이다. 간혹 인종이 다른 사람들을 보면 돈을 달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 아이들 표정이 그런 것 같다. 상황이 곤란하거나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을 때는 미소를 짓고 그곳을 피하는게 상책이다.
다음날 아침 해 뜨는 모습을 찍으면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아 내일을 기약하며 강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야코솜보에 있는 리조트에 도착했다. 오래된 건물이긴 하지만 최대한 자연을 이용하여 지어진 건물이기에 정감이 간다. 근처 강에서 나는 딱딱한 조개껍질을 이용하여 산책길을 만들어 놓은 것도 멋스럽다.
습관처럼 어둠속에서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이른 아침 어둠을 뚫고 일출을 담기위해 어제 봐 두었던 자퐁 포구로 달린다. 포구는 숙소에서 30분정도 차로 이동해야 한다. 이곳은 어두울 때 운전하기가 보통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도로도 비좁거니와 군데군데에 고장난 차들이 차선 하나를 차지하고 방치돼있고 사람들도 피부색깔이 검기 때문에 어둠에 묻혀 잘 보이지 않아 무조건 서행을 해야 한다.
자퐁 포구에 도착하자 칠흑 같은 어둠이 발길을 붙잡는다. 게다가 가나는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대체적으로 거리는 어둡다. 간간이 어둠속에서 미끄러지듯 검은 물체가 호수 위를 지나간다. 고기잡이 배다. 초승달이 호수를 비춰 주지만 그 빛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노를 저어 호수 가운데를 지나가는 어부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둠이 짙게 깔린 호수를 불빛하나 없이 지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평소 늘 해 오던 습관대로 움직이는게 분명하다.
예상대로다. 날은 쾌청하고 하늘엔 별이 총총이다. 이런 날이면 분명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호수로 떠오르는 해가 오메가를 만들어 줄 것도 같다. 게다가 노를 저어 지나가는 배들도 멋진 연출을 해주기 때문에 환상적인 그림이 나올 것이다. 머나먼 이국땅에 와서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담는다는 것이 더욱더 나를 흥분시킨다.
관광자원이 풍부하지만 활용할 줄 모르는 그들이 안타까웠다해뜨기 10분전쯤 갑자기 호수 수평선 사이로 두꺼운 구름이 깔린다. 변덕스런 날씨 같으니~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나는 실망이 엄습해 온다. 점점 두텁게 구름이 내려 앉아 가슴까지 답답하다. 그래도 지나가는 배들과 여명 빛을 담으려고 셔터를 누르는데 설상가상 노를 저어 지나가던 가나인 이 큰 소리로 뭐라 하는데 들어보니 사진을 찍으려면 관광청에 가서 허락을 받아와서 찍으란다.
어이가 없다. 특별히 보호할 물건이나 장소도 아닌 호수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있는데 허가를 맡아 오라니. 자기네 나라를 관광차원에서 홍보해 줄 수도 있는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간섭하고 지나간다.
카메라를 철수하려고 하는데 저만치서 젊은 사람 둘이서 가까이 다가오며 자기네들을 찍으라고 손짓한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이동까지 해 가면서 말이다. 고맙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이내 호수 가운데로 노를 저어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 이곳에도 간혹 자기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한번쯤은 잘난척 해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똥 밟고 서서 찍은 사진 환상이네~멋진 일출은 포기하고 숙소로 향해 가는데 야자나무 사이로 해가 뜨기 시작한다. 급한 마음에 차를 멈추고 이국적인 풍경에 흠뻑 빠져 호수근처로 부랴부랴 뛰어 내려가는데, 아뿔싸! 뭔가 미끈하더니 하마터면 미끄러져 호수에 빠질 뻔 했다. 똥을 밟은 것이다. 수초 사이 천지가 지뢰밭이다. 이곳 사람들은 아무 곳에나 볼일을 보는 것이 다반사다. 이들이 군데군데 똥을 싸놓았는데 사진을 찍겠다는 욕심에 무심코 수풀사이로 들어가다 똥을 밟은 것이다.
해 뜨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순간이기에 냄새나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부지런히 셔터를 누른다. 수초를 헤치며 들어가자 이제는 모기들이 마구 달라붙어 온몸을 공격한다. 이곳 모기들은 얼마나 독한지 한번 물리면 가려움을 참을 수가 없어 퉁퉁 부어오를 때까지 긁어야 직성이 풀린다.
문제는 모기에 물리고 난 뒤 체력이 떨어지고 감기 기운처럼 춥거나 열이 나면 말라리아가 의심되기에 언제나 조심해야 했는데 멋진 사진 한 장 담아보겠다고 물불을 안 가리고 뛰어 다니다 보니 온갖 수난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풍경을 만날 수 없기에 감수해야할 부분이라고 자위하며 멋진 풍경에 흠뻑 빠진다.
덧붙이는 글 | 아프리카 여행은 지난 2월 13일부터 3월 2일까지 18박 19일로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