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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현재 헌법상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의무교육이자 무상교육으로 하고 있다.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시행된 후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으로 하자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무상교육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무상교육임에도 수요자 부담원칙이라는 명목으로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이 꽤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표적인 학부모 부담 교육경비인 졸업앨범비와 교복비, 수학여행 경비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 학부모 부담 교육경비들은 모두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의 심의 사항이다. 학운위에서 논의만 제대로 하면 학부모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또한 최근 교육 비리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보면, 학부모 부담 교육경비에 대한 비리가 적지 않다. 이번 보도가 학부모 부담 교육경비에 대한 인식 전환과 토론의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

초교 졸업앨범비가 13만원?

2011년 인천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첨부된 '2011년 인천지역 초·중·고등학교 졸업앨범 현황'에서 부평지역 초·중·고교 83곳만 따로 분석해본 결과, 사립학교인 한일초등학교가 13만원으로 부평지역에서 가장 비쌌다.(아래 표 참고)

 2011년 인천부평지역 초ㆍ중ㆍ고등학교 졸업앨범 현황
2011년 인천부평지역 초ㆍ중ㆍ고등학교 졸업앨범 현황 ⓒ 장호영

가격이 가장 낮은 학교는 산곡남초로 4만 3000원이었다. 가장 높은 가격과 낮은 가격이 세 배가량 차이가 난 것이다. 한일초가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것은 졸업생 수가 27명에 불과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졸업앨범 업체는 학생 수가 적으면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일초 다음으로 금마초가 9만원이었으며, 인천외국어고등학교 8만 3500원, 상정초 6만50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졸업생 수가 금마초는 40명, 상정초는 76명으로 적은 편이었으나 인천외고는 343명으로 적은 편이 아니었다.

이에 대해 졸업앨범 업체 관계자는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졸업학생이 몇 십 명밖에 안 되면 앨범 단가가 맞지 않아 거래하기가 쉽지 않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계약 체결 방법을 보면, 조달청을 통한 계약(조달)이 83곳 중 68곳(82%)이었고, 수의계약은 15곳(18%)이었다. 가장 높은 가격의 한일초와 낮은 가격의 산곡남초가 모두 수의계약을 맺었지만, 수의계약이 전반적으로 가격이 높은 편이었다.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이 독점 또는 나눠먹기?

각 학교가 어떤 업체와 계약했는지를 분석한 결과,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이하 인천앨범조합)'이 학교 83곳 중 36곳(43%)으로 가장 많았다.

인천앨범조합은 인천지역 초·중·고등학교 졸업앨범 제작 업체들의 모임으로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56개 업체가 소속돼있다. 인천앨범조합은 한국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연합회에 소속된 13개 지역 조합 중 하나다. 지역의 조달청은 졸업앨범을 적정가격으로 구매하도록 한다며 지역 앨범조합과 다수공급자계약을 체결해오고 있다.

자료에 명시된 계약 업체 중 인천앨범조합이 아닌 업체명을 쓴 곳 중 40곳(48%)이 인천앨범조합 소속 업체였다. 결국, 인천앨범조합이 83곳 중 76곳(91%)의 학교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앨범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경기도 지역의 앨범업체 관계자는 "학교에서 앨범조합 소속 업체만 들어오라고 해 영업이 쉽지 않고 경쟁도 안 된다"며 "앨범조합이 학교를 잡아주고 소속 업체가 학교를 배정받아 관리하는 식으로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 우리 업체도 조달청에 등록돼있지만, 조달청에 등록된 앨범조합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가격이나 품질을 우선하기보다는 타성에 젖어 계속 했던 업체와 계약한다"며 "일부 업체에선 졸업앨범과 관련한 학교의 행정업무를 대신해주기도 한다. 그러니 학교에서도 '편하다'는 생각으로 예전 업체와 계속 계약을 체결한다. 그래서 학생 수가 많더라도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앨범조합 관계자는 "인천에서 90% 이상의 학교가 인천앨범조합과 계약을 맺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앨범 가격은 어떤 재질을 사용하는지, 편집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날 수 있고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조달 계약을 하더라도 학교에서 업체를 선택할 수 있어 나눠먹기나 독점이라는 지적도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학교·학운위 의지만 있다면

졸업앨범의 높은 가격과 나눠먹기 문제는 학교에서 업체 선정 시 학운위가 제대로 심의한다면 해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정지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 사무국장은 "학교에서 졸업앨범 심의 시 운영위원회에 제출하는 자료는 대부분 가격과 앨범 사양(규격, 용지, 면수 등)이 전부"라며 "지난해 제작한 앨범을 보여주지 않는 학교가 대다수라 다른 업체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과 비교해보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이어 "몇 해 전 학운위 산하에 앨범소위를 꾸려 운영한 결과, 다른 학교보다 1만 5000원 낮은 가격에 좋은 재질의 앨범을 구매할 수 있었다"며 "학교와 학운위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졸업앨범#학교운영위원회#인천#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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