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시샘하는 추위에 봄꽃들의 개화가 더디다. 예년 같으면 매화, 산수유꽃이 서서히 질 때지만 올해는 아직 절정을 맞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는 거역할 수 없는 일. '민족의 영산' 지리산 자락의 산수유꽃은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방울방울 피어나고 있다. 금세 온 산과 마을을 노랗게 물들일 기세다.
이른바 '산수유마을'로 알려진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자락에 찾아갔다. 산수유축제가 시작된 지난 23일이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샛노란 산수유꽃이 빗방울을 머금고 있다. 꽃이 더 노랗게 빛난다. 비 내리는 날 우산을 받쳐 들고 찾아오는 임처럼 곱고 예쁘기만 하다.
아쉬움이 컸을까. 발길이 다시 산수유마을로 향했다. 지난 25일이다. 바람은 매섭게 불었지만 날씨는 화창해졌다. 마음도 이틀 전보다 가뿐해졌다. 산수유꽃이 더 피었다. 지리산 깊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도 꽃이 많이 피었다. 주택가, 골목길 돌담에도 산수유꽃이 기대고 피어났다.
꽃은 더디 피어도 지난해 봄에 찾아왔던 고운 모습 그대로다. 산과 마을도 서서히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골짜기 계곡물도 노랗게 변색되고 있다. 물줄기도 새봄의 기운을 받았는지 힘차게 흐른다.
꽃을 찾아 나선 여행객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먼 길을 달려왔다는 두 여성은 서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주며 즐거워한다. 아름다운 자태를 담으려는 사진 동호인들의 자세도 진지해졌다.
지리산 자락의 산수유축제는 끝났다. 하지만 산수유 꽃의 개화행렬은 지금부터 거세질 것이다. 그동안 꽃이 개화를 위해 걸음마를 했다면 앞으로는 성큼성큼 달려와 꽃을 피울 것이다. 발 아래로 노랑 산수유꽃이 흐드러질 날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남도의 봄도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