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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스노우 맨> 겉표지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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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나 범죄가 있다. 아무리 조용하고 평화롭게 보이는 국가라도 그 안에서는 강도, 강간, 살인 같은 강력범죄들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어디에나 범죄가 있다'라는 말 자체는 우울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그 덕분에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세계 곳곳을 무대로 한 작품을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범죄소설의 대부분이 미국과 일본작가들의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독자들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으면서 스웨덴을 상상하고,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두르 시리즈'를 읽으면서 아이슬란드를 떠올린다.

그야말로 소설을 읽으면서 여행도 겸하는 셈이다. 평화로워 보이는 북유럽의 복지국가에서는 어떤 살인사건이 발생할까?

요 네스뵈의 2007년 작품 <스노우 맨>은 노르웨이가 무대다. 스키와 바이킹의 나라 노르웨이에서도 강력범죄는 일어난다. 미국처럼 갱단이 총을 들고 거리를 누비는 일은 없을지 몰라도 사람사는 곳이기에 크고 작은 범죄는 항상 발생한다. 주인공인 해리 홀레는 이런 범죄를 추적하는 형사다. 40세의 독신인 해리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의 경찰청 강력반 반장이다.

노르웨이의 형사

혼자 살고있는 형사가 흔히 그렇듯이 해리도 철저한 자기관리와는 거리가 멀다. 한때 심각한 알코올중독이었던 해리는 이제 술을 끊으려고 노력 중이다. 노르웨이에 강력범죄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모르겠지만, 해리는 너무 일을 많이해서 육체가 점점 고갈되가고 있다.

그래도 해리는 엘리트 형사다. 미국의 FBI에서 연쇄살인범 체포 과정을 이수했고, 실제로 한 차례 연쇄살인범을 검거한 경력이 있는 유일한 노르웨이 형사다. 비록 술 때문에 제대로 된 발언은 못했지만, 연쇄살인범에 대해서 토론하는 TV 토크쇼에 출연한 적도 있었다. 그러니 해리는 경찰청 내에서 나름대로 유명인사이자 스타인 셈이다.

이 해리에게 연쇄살인범이 도전을 해온다. 노르웨이에서 사람들이 차례대로 실종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종된 사람들은 모두 결혼해서 남편과 자식이 있는 여성이다. 이들은 자신의 집에서 또는 외출한 뒤 약속장소에서 홀연히 사라진다. 당연히 남편과 자식에게 어디로 갈거라는 얘기도 없었고 전화연락도 되지 않는다.

해리는 이것이 연쇄살인범의 소행이라고 직감적으로 느낀다. 경찰청의 다른 형사들은 해리의 말을 반신반의한다. 여태까지 해리가 연쇄살인이라고 잘못 넘겨 짚었던 사건들이 몇 개 있었던 탓이다. 해리가 FBI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인지 연쇄살인범에 병적으로 집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해리의 예언대로 이 사건은 연쇄살인으로 발전하고 만다.

살인범과 눈사람

어떤 연쇄살인범들은 현장에 자신만의 흔적을 남겨둔다. 마치 짐승들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듯이, 사이코 살인범들도 이 살인이 자신의 작품이라는 것을 남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 흔적이란 것은 독특한 살해방법일 수도 있고 아니면 범인이 현장에 남겨둔 특정한 물건이나 메시지일 수도 있다. 영화 <세븐>의 연쇄살인범이 범행현장에 7가지 죄악을 차례대로 적어두었던 것처럼.

<스노우 맨>에서 그 흔적은 눈사람이다. 눈이 많이 오는 노르웨이답게 범인은 눈사람을 자신의 표식으로 선택한 것이다. 범인은 여인을 죽이고 그 현장에 눈사람을 만든다. 커다란 눈사람은 그 자리에 서서 시신이 남겨진 살해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피범벅이 된 살해현장과 우스꽝스러운 눈사람, 어찌보면 참으로 기괴한 장면이다.

이런 '흔적 남기기'가 여러 차례 반복되면 연쇄살인범의 패턴도 조금씩 윤곽을 드러낸다. 동시에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다루게 된다. 범인에게는 독특한 흔적과 관련된 별명이 붙여지고, 그 이름은 범죄의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가능성도 생긴다. 바로 이런 점이 범인을 흥분시킨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지만, 그 위험을 무릅쓰고 범행은 계속된다.

작가가 묘사하는 노르웨이의 풍경도 흥미롭다. 스키의 본고장답게 노르웨이에는 스키장이 많다. 스키장 박물관에 들어서면 노르웨이 스키 영웅들의 사진과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다. 노르웨이 왕과 왕세자비의 사진들에는 노르웨이가 끝내주는 나라라고 선언하는 글이 붙어있다.

아무리 끝내주는 나라에서도 연쇄살인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범인은 눈사람에 대한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을까. 겨울은 이미 지났지만, <스노우 맨>을 다 읽고나서 눈사람을 보면 연쇄살인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스노우 맨> 요 네스뵈 지음 / 노진선 옮김. 비채 펴냄.



스노우맨 (라이트 에디션)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비채(2017)


태그:#스노우 맨, #요 네스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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