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날'이 4월 1일 만우절입니다. 정직한 이들이 하루 정도는 재미삼아 거짓말해도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크고 무거운 거짓과 거짓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을 에워싸고 있는 그 거짓의 세계를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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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우절입니다. 그리고 다시 선거철이 다가왔습니다. 여러 공약과 정책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는 "눈이 번쩍! 귀가 쫑긋!"할 만한 것도 많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주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19대 총선이 치러지는 지금, 정치인들의 잊을 수 없는 거짓말 '베스트5'를 뽑아봤습니다. 물론 제 기준으로 뽑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느 정치인의 어떤 거짓말이 떠오릅니까?
#1. You still my NO.1... 안상수지난 2009년 11월 13일.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김영국 조계종 총무원장 종책특보가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안 원내대표는 자승스님에게 "강남 부자절에 좌파 스님을 그대로 놔둬서 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요. 그 자리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김영국씨는 이 발언을 명진스님에게 알립니다.
2010년 3월 11일 오후 조계종 중앙종회는 봉은사를 총무원 직영사찰로 전환하는 안건을 통과시킵니다. 3일 뒤 명진스님은 일요법회에서 총무원에 공개적으로 직영사찰 전환 이유를 설명하라고 반발합니다. 그 다음주 일요일(21일) 명진스님은, 2009년 안상수 전 대표의 발언을 공개하며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에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안상수 전 대표는 "나는 봉은사에 가본 적도 없고 명진 스님을 잘 알지도 못한다" "(프라자 호텔에서) 넷이 아니라 세 사람이 식사했다"며 명진스님의 주장을 전면 반박합니다. 하지만 법보신문은 1998년 과천시의 한 행사에서 안 전 대표와 명진스님이 함께 나온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이때부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묵언수행'에 들어갑니다. 안 전 대표는 가톨릭신자인데 말입니다.
긴 침묵에 뒤 안 전 대표는 당대표로 출마합니다. 안상수는 당 대표로 선출되고 취임인사차 조계사에 들러 자승스님에게 "명진 스님과 김영국씨가 제기한 내용은 작년(2009년) 11월의 일이라 오래돼 자세히 기억하기 어렵지만,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명진 스님과 봉은사 신도님들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유감임을 밝힌다"라고 말합니다.
한나라당 대표시절, 안상수는 국민에게 큰 웃음을 줬지요. 연평도에서는 보온병을 포탄이라 우겼고(?), 서울에서는 '자연산 여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일찍이 누리꾼들은 그에게 '전업'을 적극 추천했었지요. 드디어 전업의 때가 온 듯합니다.
"진심인데, 행불상수는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죠, 저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인데 -_-;" - 듀나의 영화게시판, RoyBatty<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그를 기대해봅니다.
#2. '저질 기억력'... 김태호
2010년 8월 24일 김태호 총리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김 후보자는 도의원과 도지사를 거쳐 40대에 총리 후보자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김 후보자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2009년 6월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김 후보자를 소환한 지 4일 만에 혐의입증에 실패하고 참고인 중지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어 검찰은 2010년 1월, 무혐의 처분하고 그에 대한 사건를 모두 종결합니다.
청문회의 핵심은 김 후보자가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었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박 전 회장을 언제 처음 만났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2007년 후반기가 아닌가 싶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인 25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시간(2006년 10월 3일)과 장소(정산CC)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사진을 공개하며 "박 전 회장과 골프를 쳤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내가 정확히 기억을 못한다"고 해명하고 "2006년 (6월) 도지사로 재선될 때까지 그분하고 만난 기억이 없다"고 덧붙입니다.
하지만 이틀 뒤인 27일 <오마이뉴스>는, 2006년 2월 21일 두 사람이 찍힌 사진을 공개합니다. 이 사진은 <경남신문>에 실렸던 사진인데요. 두 사람은 창원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남대학교 경남지역문제연구원의 출판기념회에 함께 참석했습니다. 당시 경남도지사였던 김 후보자와 김해상공회의소 소장이던 박 전 회장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김 후보자 측근은 "당시 참석자가 500여 명에 이르러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은 기억나지만 사진을 누구와 찍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당시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은 "후보자의 기억력에 화를 낼 뻔 했다"고 했는데요. 김태호 의원은 4.11총선 경남 김해을 지역구 새누리당 후보로 나왔습니다.
#3.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강용석강용석 의원은 2010년 제2회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 저녁을 함께한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는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강 의원은 또 이명박 대통령 이야기도 했는데요.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 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덧붙여서 그는 "옆에 사모님(대통령 부인 김윤옥씨)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죠. 강 의원측은 서둘러서 '거짓 해명'을 합니다.
"당시 자리에 20~30명이 참여해 삼겹살을 먹었으며 술은 10병도 안 마셨고, 강 의원은 1시간쯤 있다 약속이 있어 먼저 나왔다. 한 여학생이 언론에 관심 있다며 아나운서와 기자 가운데 어느 쪽이 좋으냐고 해서 강 의원이 '자유롭게 취재하는 기자가 낫지 않느냐'고 얘기한 것 뿐이다."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합니다. 이에 아나운서협회는 한나라당에 강 의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한나라당은 보도가 나온지 45일 뒤 의원총회를 열어 강 의원을 출당시킵니다. 그 다음날 강 의원은 <중앙일보>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란 걸 학생들 조사를 통해 확인합니다. 검찰은 오히려 강 의원을 무고로 불구속 기소합니다. 강 의원은 검찰에 '자진 신고'를 한 셈입니다.
또 강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했었지요. 당시 그는 "내 주장이 사실이 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걸로 판명났습니다. 그는 19대 총선 서울 마포을에서 다시 출마를 했습니다.
도대체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19대 총선에 출마한 강 의원의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할 말은 했습니다."#4.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거지?... 나경원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해 9월 26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중증장애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이른바 '알몸목욕' 사진이 공개됩니다. 사진 속 나 후보는 활동가 1명과 남자 장애인 아이 한 명을 목욕시키고 있습니다. 조명이 설치되어 있고 기자들이 카메라와 캠코더로 찍고 있습니다. 원래 정치인이야 때 되면 봉사활동 가서 사진 찍는다지만, 나 후보의 사진은 정도가 좀 심했죠.
민주당과 여러 장애인단체는 나 후보가 장애인 인권을 짓밟았다고 비난합니다. 그중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상임공동대표 박경석 외)는 성명을 내고 "모욕당하고 짓밟힌 장애인의 인권을 되찾기 위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나경원 의원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차별로 진정을 한다"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인권위는 선거가 끝난 12월에 장애인의 신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공개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판단을 공표합니다. 나 후보도 인권침해를 한 셈이죠.
하지만 나 후보 측은 당시 "반사판, 조명 장비 등은 욕실이 아닌 2층 입구 쪽에 있었다"면서 "우리가 사전에 설치를 요청한 것은 아니다. 나 후보가 방문한다고 하자, 해당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한 사진작가가 후원금 마련 등을 위한 사진을 찍기 위해 스스로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나 후보를 보좌했던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은 9월 29일 본인 홈페이지에 해명글을 올립니다. 나 후보를 돕는 사진작가가, 나 후보에게 '가브리엘의 집'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사진촬영을 하면 어려운 환경의 장애아의 실태를 세상에 알릴 수 있다고 제안했고, 나 후보도 동의했다고 말입니다.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나 후보는 "장애인 인권에 대해서는 나만큼 생각한 분이 없을 것"이라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말합니다. 진짜일까요? 나 후보는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5. 어뚱한 곳에 호통... 송영선2011년 9월15일 '정전대란'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한국전력의 대응이 형편없었는지 대통령이 직접 한전 본사에 방문해 호통을 칩니다. 그런데 엉뚱한데 호통치고 싶었던 분이 있었습니다.
당시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트위터에 "어제 인천공항 관제 체제 혼란, 오늘 전국 도처에서 30분마다 순환정전, 250개 신호등 체제 교란, 지역마다 휴대폰 장애, 모두가 별개의사고가 아닙니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의한 혼란가능성이 거의 99.9%입니다. 농협 전산망교란 2009년 7월 Ddos 교란과도 같은 성격"이라는 멘션을 올렸습니다. 이어진 멘션은 이렇습니다.
"전 세계 IT 최강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 그러나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대한대처, 극도로 부실. 속수무책입니다. 사이버 테러 능력 강화는 김정일의 2012년 강성대국화의 제1핵심사업 중 하나입니다. 우리보다 뛰어난 해킹부대 전문가들을 2003년부터 국가사업으로 키워왔습니다."
그날 이 멘션은 가장 많이 리트윗된 멘션 중 하나였고, 대부분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그날 "예년에 없던 이상 고온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해 과부하가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부득이 지역별로 30분씩 순환 정전을 시행하게 되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자 송 의원은 "오늘, 한전 사고에 대해서는 완전한 한전 측 정보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파악하고 있는 정보 범위 내에서 올해 내 제2의 DDos, 금융시스템 교란, 국가기간전산망 교란 등, 북한발 사이버 테러가 있을 가능성에 대한 성급한 분석이 만들어낸 실수인 것을 인정합니다"라는 멘션을 올립니다.
거짓말도 참 여러 가지죠. 송 의원이 그나마 시원스레 잘못을 인정한 편입니다. 송 의원은 새누리당 후보로 경기 남양주시갑에 출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