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바람'의 진원지였던 경남 '김해을'은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4·11총선 최대 격전지인 '김해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와 민주통합당 김경수 후보가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대 총선까지 이곳에선 줄곧 한나라당이 당선됐다. 그러다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재직시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열린우리당)과 2008년 18대 총선(통합민주당) 때 최철국 전 의원이 출마해 한나라당을 연거푸 꺾었다. 민주당이 경남에서 당선한 것은 '김해을'이 처음이라, 이곳이 '노풍의 진원지'가 된 것이다.
그런데 2011년 4월 27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이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눌렀다. 당시 이봉수 후보는 야당(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과 후보단일화를 해서 선거에 나섰지만, 김태호란 벽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면, 1년이 흐른 지금 표심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나온 언론사 여론조사를 보면, 두 후보 모두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4·27 보궐선거 때도 김태호 의원과 이봉수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지금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김태호 후보가 많이 앞섰다는 조사 결과도, 김경수 후보가 많이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는 반면,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두 후보 진영 모두 '박빙 승부'로 보고, 막판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전략이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첫 주말인 31일에도 두 후보는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두 후보는 각각 거리에서 출근인사를 했다. 선거운동원들도 거리에 나와 손을 흔들며 인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침 출근 인사 현장을 지켜보니, 김해 사람들은 후보에 대한 표시를 적극적으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쁜 출근길이지만 후보들에게 다양한 의사표시를 했다. 손을 흔들기도 하고, 작은 소리로 경적을 울리기도 했으며, 차 안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타고 가던 차에서 내려 후보의 손을 잡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창문을 열고 '파이팅'을 외치는 이도 있었고, '캔커피'를 주고 가는 운전자도 있었다. 물론 아무런 반응 없이 그냥 가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김태호 "민심이 가장 큰 보약, 낙동강벨트는 없다"
경남도지사를 지내고 2010년 국무총리 후보에 올랐던 김태호 후보는 "어렵다, 그러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5000번 정도는 절을 하는 것 같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여당이 선거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정권 말기가 되면서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있기도 해서 더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 전 차를 타고 지나가며 운전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드는 모습을 보았겠지만, 많은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서 힘이 난다"면서 "민심이 가장 큰 보약이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지역 변화와 발전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다, 지역 발전이냐 정치적 심판이 중요하냐,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선거는 지역발전의 기대에 대한 리더십이 정권 심판보다 더 강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여론조사에 대해, 그는 "신뢰할 수 없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는 지난해 10월말 '팬클럽 모임' 뒤 노래주점에서 50만 원을 놓고 나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김해선관위가 검찰에 수사의뢰해 현재 창원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 선거 때만 되면 '아니면 말고'식의 주장이 나온다, 흑색선전에 국민들은 짜증을 내고 있다"며 "배후가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조만간 다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낙동강벨트'(부산·김해·양산)에 대해, 김태호 후보는 "설득력이 없다, 결국에는 진짜 민생을 누가 챙기는 시민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정부에 대한 반대급부를 바랄 수는 있지만, 지나고 보면 야권연대도 별것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말 바꾸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하고, 선거 승리만을 위해 정체성이 없는 야권연대를 하고 있다"며 " 그런 세력에 국가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지금은 해볼 만하다, 끝까지 최선 다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난 1월 1일 봉하마을 묘역에서 출마선언하고 선거에 뛰어 들었다. 석달 동안 선거운동을 해온 셈이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는 시민들이 선거에 워낙 무관심하니까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고, 요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볼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는 "아침에 출근인사를 하다보면, 격려를 많이 받는다, 다니다 보면 '이겨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어떨 때는 후보보다 더 절박하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힘이 된다, 이번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각오로 하고 있다, 박빙 승부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곽진업 전 예비후보, 통합진보당 박봉렬 전 예비후보가 김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그는 "당 경선이 끝나고 나서 곽진업 후보가 사용하던 사무소를 정당사무소로 쓰고 있으며, 박봉렬 후보는 선대위원장을 맡아 주셨다, 진보정당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역민들의 정서에 대해 그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제가 비서관을 지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다, 노인정에서 할머니를 만났더니 아무 말씀은 없으시면서 '열심히 하라'고 격려를 해주시더라"면서 "시민들 마음 속에 노 대통령님에 대한 애틋함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여론조사결과에 대해, 김 후보는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다. 편차가 심하니까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하게, 또박또박 시민과 함께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의 '노래주점 돈 의혹'에 대해 그는 "진위와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 그런 차원에서 제가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선관위에서 검찰에 수사의뢰했으니까 검찰 조사에서 진위가 드러날 것이라 본다"고 대답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의 선거지원 여부에 대해, 그는 "지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음이야 얼마나 애가 타시겠느냐, 봉하재단 이사장으로 있기도 해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지 않으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는 "시민의 힘이 승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 본다, 선거운동기간에도 소통하는 유세를 콘셉트로 잡았다, 시민과 소통하면서 여러 지역현안과 정치 변화를 놓고 이야기 하고, 듣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