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에너지교수모임이 주최한 고리 원전 폐쇄 및 탈핵 관련 토론회가 3월 31일 오후2시 부산 해운대 문화회관 회의실에서 열렸다. 설계 수명을 넘겨 운영되고 있는 고리원전 1호기는 최근 비상 디젤 발전기 고장 사고와 조직적 사고 은폐가 드러나며 폐쇄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원전의 설계와 운영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리 1호기부터 우선 시급히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데 뜻을 함께 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연민 울산대 교수(산업공학)는 "한국 원전의 가장 큰 문제는 인구밀집 지역과 산업지역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된 것에 있다"며 "고리 원전에 문제가 생길 시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고리 1호기는 처음부터 많은 문제점을 지닌 원전"이라며 "전체 657건의 원전 고장 사고 중 129건이 고리 1호기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부품을 구하지 못해 재사용 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이 고리 원전"이라며 "안전 부분에 대해서 이번에 드러났듯이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고리 1호기 1970~80년대 이미 설계 수명 다 됐다"두 번째 발제를 맡은 양이원영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원전이 얼마나 충격에 견딜 수 있는지를 검사하는 감시시편이 12개 있어야 한다는 고시가 있지만 고리원전은 6개 밖에 넣지 않아 부서진 것을 용접해서 다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사무국장은 이어 한 보고서를 인용해 "연성-취성 천이온도(물체가 부서지는 성질로 바뀌게 되는 온도)가 고리 1호기의 경우 126.55도에 달해 비상 냉각 장치의 냉각수를 비상시에는 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고리 1호기는 70~80년대 이미 설계 수명이 다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러한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고온의 냉각수가 준비되지 못하는 비상 상황에서 온도가 낮은 냉각수가 공급될 경우 원전이 파괴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불러 올 수 있다.
양 사무국장은 "고리 1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전체 발전량의 1%도 되지 않는다"며 "수요관리와 효율관리로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음에도 인구 밀집 지역에서 불안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종화 플랜트 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이 참석해 원전 시공과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증언했다. 이 부지부장은 "원전은 첨단시설 같지만 원시적으로 공사를 하고 있다"며 "작업 시간을 길지만 임금이 똑같아서 공사를 맡은 인력들의 기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이 지부장은 "업체들은 원전 공사에서 이익을 남기기에 혈안이 되어있어 부실 시공의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 지부장은 "표준 용접 방법 대신 빠른 작업을 위해 고온으로 용접 하다보니 속도는 빨라져도 내구성이 떨어지지만 눈으로는 확인을 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또 이 지부장은 "피폭에 대비해 작업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돈을 더 주고 초과해 일을 시키기도 한다"며 "사람이 일을 할 수 없는 곳에서도 일을 시키지 않는가하는 의혹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탈핵은 기술적 문제가 아닌 정책적 문제"차재철 동의대 교수(정치학)는 "고리원전 폐쇄는 근거를 제시하고 상대측을 반박하면 어렵지 않지만 근원적인 탈핵을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기술적 문제로 해결하는 것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풀어갈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토덕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국민들이 원전은 불안하지만 필요하다는 이중적인 생각을 하는 것에는 대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탈핵 의지를 일반화하고 20~30개정도의 탈핵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사무국장은 "탈핵은 정책을 어떻게 하는 지가 문제이지 기술적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한국도 독일처럼 탈핵까지 20년 정도의 시간을 잡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 사무국장은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올해 선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 역시 "정치권으로 이 문제를 끌고가 정치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뜻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