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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가 장안동 일대를 돌며 점포 안의 유권자를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가 장안동 일대를 돌며 점포 안의 유권자를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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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을 피하라.

새누리당 후보들이 언론노출을 피하고 있다. 첫 도전에 나선 신인들도 토론회를 기피하며 맞대결을 피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매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국회의원 총선거의 기본적 구도인 '심판론'에서 비껴서는 가운데, 선거를 앞두고 본격 점화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서도 벗어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현역 중진급 의원들의 경우, '부자 몸조심' 행보를 이어가며 지지율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 2010년 7·28 재보선 때도 "여의도에서 넘어오지 말라"며 '나홀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이 후보는 당시 이 전략으로 야권의 '정권실세 책임론'을 극복하고 승리를 움켜쥐었다.

4·11 총선에서도 전략은 동일하다. 이 후보는 매일 출근인사-길거리청소-노인복지회관 배식봉사 등을 제외하고 특별한 유세 일정이 없다. 하루 중 상당수를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민을 만나러 다닌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을 시작한 지난달 29일 이후 트위터에도 대다수 배식봉사 사진 혹은 출근인사 사진을 올리며 '지역 밀착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같은 당 홍준표 후보(서울 동대문을)도 동네 뒷골목을 누비는 데 주력하고 있다. 캠프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공개일정 자체가 없다, 캠프 내에서도 후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게 주 목적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각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정치 이슈가 부각되는 것을 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점도 있지만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것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다"며 "언론에 노출되고 하면 지역주민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후보 생각"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출 피하는 새누리당 후보에 발 동동 구르는 '추격자'들

4.11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을 찾아 지역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4.11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을 찾아 지역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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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서울 동작을) 역시 마찬가지다. 정 후보는 출근인사-유세차-주민인사-시장방문 등의 일정을 이어가고 있지만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은 사양하고 있다.

정 후보 측 캠프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 등보단 주민들을 더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경험이 많은 후보들은 (언론 인터뷰 등보다) 주민들의 손 한 번 더 잡는 게 중요하단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각종 방송사마다 출연 섭외가 들어왔지만 거절했다"며 "기피하는 건 아니라 각 언론사들의 섭외 요청에 모두 응하면 너무 많았다, 선관위 주최 토론회에는 참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행보는 다른 후보들에게도 적극 전파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을에 출마한 정두언 새누리당 후보 측인사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조용하게 가려고 한다"며 언론 노출보단 밑바닥 다지기에 나서겠단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 후보들의 이 같은 전략에 속앓이를 하는 쪽은 상대 후보들이다. '전선'을 분명히 해 추격할 발판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기회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오 후보와 맞붙는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는 지난달 20일 불교방송 <아침저널>에 출연, 이 후보의 '나홀로 선거'에 대해 "중앙정치에서 약점이 많은 후보, 지역에서 기반은 있지만 동시에 비난도 받고 있는 후보의 생존전략"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실제로는 혼자 하는 선거가 아니고 본질은 조직선거"라며 "실제로는 오랫동안 관리해온 지역구의 대규모 조직이 후보지역에서 가동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몽준 후보를 추격 중인 이계안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난달 21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CBS라디오의 <김현정의 뉴스쇼> 같은 곳에서 출연 요청이 들어왔는데 정 후보 측이 못하겠다고 해 무산된 적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와 관련, 박선숙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 중진·다선의원들이 자꾸 노출되면 현 정부에 대한 거부감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가 30일 <오마이뉴스> 총선버스에 올라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운동은 조직 선거"라며 "내가 진짜 나홀로 선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가 30일 <오마이뉴스> 총선버스에 올라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운동은 조직 선거"라며 "내가 진짜 나홀로 선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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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토론회 중도퇴장, 불참까지... 차라리 '과태료' 문다?

언론 노출을 넘어, 토론회 기피 현상도 늘어나고 있다. 주로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무시한 것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박성호 새누리당 후보(경남 창원갑)는 지난 2일 낮 12시로 예정된 후보자 합동토론회(경남CBS-CJ헬로비전 공동주최)에 불참했다.

박 후보는 지역 최대 현안인 4대강 사업과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해고 사태에 대한 질문을 빼달라고 요청했다가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정상의 이유"를 대며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후보가 이 과정에서 "나는 로봇에 불과하다, 캠프에서 하라는 대로 할 뿐이다"고 변명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고 있다.

안산시 상록구갑의 박선희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달 31일 오전 선관위 주최 토론회에서 중도에 퇴장했다 복귀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박 후보는 기조 연설 이후 주어진 '반월공단 활성화 방안'에 대한 현안 질문을 받은 이후 제작진 쪽을 향해 두 손으로 X자 모양의 신호를 보낸 뒤 중도 퇴장했다. 선관위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후보자가 중도에 퇴장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진 것.

박 후보는 40여 분이 흐른 뒤 다시 토론장으로 복귀했다. 이와 관련, 박 후보 측 캠프 관계자는 "선관위 토론회에 대해 설명을 들은 캠프 관계자가 박 후보에게 질문지를 전달하지 못해 빚어진 문제"라고 해명했다.

부산 남구을에 출마한 서용교 새누리당 후보는 오는 6일 지역 선관위 주관으로 열리는 토론회에 불참키로 했다.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법정 토론회에 후보가 정당한 사유 없이 불참할 경우 4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에 대해 서 후보 측은 "정책보다는 정치공방적 성격의 토론이 될 것이 충분히 예상돼 토론회 참석을 거부한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서 후보와 맞붙는 박재호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블로그에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한 알 권리를 원천봉쇄한 서 후보는 자신의 정견과 식견은 '유권자들이 알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묻지마 투표를 기대하고 그러는 건지, 숨길게 많아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태그:#새누리당, #이재오, #홍준표, #나홀로 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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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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