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사장은 조직 통합 및 본격적인 개혁업무 추진을 위해 보다 진중하고 몸은 낮추는 자세 필요. 자신감이 지나치고 언행에 거리낌이 없어 경솔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많은 만큼 대외적으로 신중한 자세 유지.""새 대표가 회사를 조기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하여 힘을 실어 줄 필요." 전방위적인 불법사찰의 내용 중 MB 정권의 언론장악 실태를 드러낸 사찰문건 사례들이다. 파업 중인 KBS 새노조가 지난달 30일 <리셋(Reset) KBS 뉴스9>를 통해 공개한 내용들이다.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내용들이지만 정작 지금 KBS나 MBC를 통해서는 상세하게 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4·11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당초 취지와는 전혀 다른 무늬와 색깔로 변질되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선거일이 임박해 올수록 유권자들을 위해 올바른 선거정보와 공정한 보도를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수행해야 할 방송사들이 파업으로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편파·왜곡보도로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파업 중인 지상파 방송사들의 편파·불공정 선거보도가 위험수위를 치닫고 있다. 그런데도 방송사 낙하산 사장들은 정상화 노력은커녕 오히려 파업 장기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불을 끌 궁리는 하지 않고 기름만 연신 퍼붓는 형국이다. 공정한 선거보도가 이뤄질리 만무하다.
[# 파업 최악①] MBC 역사상 최장 파업...김재철 사장, '징계 또 징계' 응수
지난 1월 30일 파업에 들어가 4일로 66일째를 맞는 MBC는 또 다시 해고바람이 불어 최악의 파업으로 치닫고 있다. MBC 역사상 최장 파업이었던 1992년 50일 파업 기록을 훨씬 웃돈다. 그럼에도 MBC는 2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파업 책임을 물어 정영하 노조위원장과 강지웅 노조 사무처장을 해고하는 등 7명을 중징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파업을 시작한 이래 MBC는 박성호 기자회장,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 등 4명을 해고했다. 2010년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과 정대균 전 MBC노조 진주지부 위원장까지 김재철 사장의 2년 2개월 재임기간 동안 6명이 무더기로 해고당했다.
중징계를 받은 직원은 모두 81명이다.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구성원들에 대한 줄소송과 해고바람은 반발과 저항을 키워 악순환을 거듭시키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
[# 파업 최악②] "김인규 사장 퇴진" 요구, KBS 새노조 파업투쟁 '최장'
4일째로 파업 30일째를 맞는 KBS 새노조 파업투쟁도 PD중심으로 확산,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BS 새노조 파업은 KBS 노동조합 역사상 최장기 파업에 돌입했다. KBS 새노조는 부당징계와 막장인쇄 분쇄, 김인규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3월 6일 총파업에 돌입한 이후 '리셋KBS뉴스9' '리셋원정대' '인규송'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 뉴스팀에 의해 발굴된 민간인 불법사찰 보도 등으로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새노조 파업은 지난주부터 '김인규 집중타격'을 선언하고 파업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29일부터 예능메인 PD가 파업에 가세했으며 지난 2일에도 예능국 조합원 총회를 통해 메인 PD들의 파업투쟁을 계속 이어가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KBS 새노조에 따르면 <리셋(Reset) KBS 뉴스9> 제작 인원 30여명 중 방송에 출연해 리포팅을 한 11명 기자들은 각 해당 부서장들이 징계를 요구해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국을 돌며 공정보도를 위한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고 있는 '리셋원정대' 보도국 소속 기자 2명도 징계 요구 통보를 받았다.
파업의 악순환 속에서 방송사들의 편파보도·여론조작 등이 넘쳐난다. 파업 중인 양대 공영 방송사들의 불공정 선거보도가 4·11 총선보도가 선거보도 감시 모니터단에 의해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파업이 장기화되는 틈을 타 은근슬쩍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려는 MB권력 낙하산 사장들의 음모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유권자들은 극도로 혼란에 휩싸이기 마련. 파업 중인 두 방송사의 선거정보와 뉴스 등을 통해 후보를 선택했다가는 자칫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지역별로 방송의 선거보도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서울 ①] MB정권 민간인 불법사찰 '물타기' 방송사 '앞장'...왜? 지난 30일 KBS 새노조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공개했다. MB정권이 전방위적인 불법사찰을 벌인 근거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자 청와대는 31일 엉뚱하게 '전 정권 책임론'을 거론하며 본질을 호도하고 나섰다. KBS 새노조측이 입수한 문건 2600여 건 중 2200여 건이 참여정부 시절의 문건이라며 전 정권에서도 사찰을 벌였다고 공세에 나섰다.
그런데 파업 중인 지상파 방송사들이 은근슬쩍 물타기 저널리즘에 나선 형태는 꼴불견이다. 그 중 KBS는 '청와대 주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해 '국민의 방송'이 어쩌다 저렇게 망가지게 됐을까 하는 측은함이 앞선다.
3월 31일부터 청와대의 주장을 뉴스 첫 꼭지로 보도한 KBS는 '사찰' 부서가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만들어졌다는 등 청와대의 주장을 적극 뒷받침하며 '사찰 물타기'에 보조를 맞추고 나섰다. MBC 또한 '전·현 정권의 공방'으로 물타기 보도를 했고, SBS까지 청와대와 민주당의 '공방'으로 묘사해 전했다. 이날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의 보도태도에선 MB정권이 자행한 민간인 사찰의 문제의 본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KBS는 이날 "사찰 80% 노무현 정부서 이뤄져"란 제목의 기사에서 청와대의 반박을 주요하게 전했다.
청와대의 전 정권 책임론 발표 이후 '물타기성 주장'을 적극 대변하고 나선 KBS는 2일에도 관련 보도를 아꼈다. 여야 정치권의 선거운동 보도에서 민간인 사찰 관련 주장을 전한 것을 제외하면 검찰이 진경락 전 총리실 총괄기획과장 소환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KBS는 민간인 사찰 관련 내용을 가장 소극적으로 보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날 MBC는 '사찰'인지 '감찰'인지를 두고 청와대와 야당의 주장이 상반된다며 MB정권 민간인 사찰의 본질을 흐리고 나섰다. MBC는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청와대와 야당의 시각에 따라 사찰인지 감찰인지 애매하다'며 민간인 사찰 폭로로 궁지에 몰린 청와대를 감싸주는 듯한 뉘앙스를 짙게 풍겼다.
[서울 ②] 방송 3사, 위험한 여론조사...유권자 판단 흐리게 해
4·11 총선 카운트다운이 한 자리 수로 진입하자 방송사들도 조급해졌다. 2일부터 방송 3사들은 공동여론조사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방송사들의 공동여론조사는 영향력이 크다. 저녁 메인 뉴스와 아침 메인 뉴스에서 지역구별로 후보들의 얼굴 사진과 지지율이 TV화면에 반복해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똑같은 내용이 방송 3사를 통해 함께 방영된다는 점에서 영향력은 실로 대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신중한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방송사들은 2년 전인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문제점으로 대두됐던 집 전화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방식을 고집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선거에 개입하려는 '여론조사 정치'를 파업 중에 시도하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선거여론조사가 '공신력'에 기반을 두지 않고 '편파성'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선거기간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여론조사를 하지 않는 게 훨씬 낳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 2일 방송 3사는 공동으로 실시한 '집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뉴스 첫 머리에 주요하게 보도했다. 2년 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 3사는 집 전화를 대상으로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벌여 '수도권에서 여당이 우세하다'는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었지만 투표결과는 야당의 압승, 여당의 참패로 드러나 크게 망신을 산적이 있다.
당시 KBS는 투표결과가 발표된 뒤 2010년 6월 3일 보도에서 "전화여론조사의 한계가 이번 선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셈"이라며 표집방법의 한계를 인정했었다. MBC도 같은 날 "전화번호부를 기반으로 한 탓에 휴대전화를 주로 쓰는 젊은 층 표심은 반영되기 어렵다"고 문제를 인정했다. 그런데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방송 3사가 오류가 드러난 조사방법을 고집한 이유가 뭔가 석연치 않다. 새누리당에 훈훈한 평가를 안겨준 방송 3사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욱 그렇다.
파업 중인 방송사들이 앞으로도 휴대전화를 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동여론조사를 강조하며 특정당과 특정인물을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경우 현명한 유권자들의 판단은 흐려질 수 있기 마련이다. 가장 큰 문제다.
[부산경남] "KBS·MBC, 문대성 후보 표절논란 왜 보도하지 않나?"
KBS와 MBC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부산 사하갑)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한 침묵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부산지역 4·11 총선보도 모니터단은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KBS 부산, 부산 MBC, KNN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뉴스 모니터 결과를 공개했다. 그런데 KBS 부산, 부산 MBC는 문 후보의 논문 표절의혹을 보도하지 않아 의구심을 샀다.
모니터기간 동안 새누리당이 '개혁 공천'으로 내세웠던 손수조 후보(사상)와 문대성 후보(사하갑)는 각각 거짓말 시비와 논문 표절 의혹 논란에 휘말렸는데, KNN은 두 사안을 비중 있게 보도한 반면, KBS 부산과 부산 MBC는 이에 대한 언급이나 문제제기가 전혀 없었다는 것.
오히려 부산 MBC는 3월 26일 '지지표 잡기 총력전'에서 '사상구의 손수조 후보는 최근 불거진 선거자금 3000만원 논란에 대해 전세금을 담보로 부모에게 빌린 돈이라며 해명했'다고 손 후보의 입장만 전했다.
이밖에 KBS 부산과 부산 MBC는 두 방송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결과를 28일, 29일 양일에 걸쳐 보도하면서 KBS 부산은 '낙동강벨트 접전', '새누리당 우세'라는 제목으로 후보자와 지지 정당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차례로 전했다. 또한 부산 MBC는 '낙동강벨트 야당 바람'과 '동부산, 원도심권 새누리당 우세'에서 후보자 중심으로 보도해 비판을 샀다.
[광주전라] 'MBC 편파보도', 'KBS 방송사 중심 선거보도' 따가운 '비판'
광주전남지역 4·11 총선보도 모니터단이 KBS 광주방송총국, 광주 MBC, KBC를 상대로 3월 25일부터 30일까지 모니터를 실시한 결과, 방송사들의 후보 공약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단순한 공약 소개에 그쳐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 간 공약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데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여론조사와 판세전략 등의 보도에서도 대결구도만을 강조했다는 비판이다.
총선보도 모니터단에 따르면 KBC는 26일과 27일 이틀간 <광주일보>와 함께 조사한 총선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각 선거구별 후보들의 지지도를 설명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혼전양상을 보이는 지역에 대해 보도했는데 26일 '광주 서구 갑·을 최대 혼전'에서는 서구을 지역에 대해 오차범위 안의 지지율 차를 보이는 이정현 후보와 오병윤 후보의 대결구도만 설명했다.
광주 MBC는 26일 '격전지'를 통해 광주전남지역의 관심이 큰 선거구를 분석해 보도하는 과정에서 선거구 별 출마후보들의 사진을 함께 보도했지만 몇몇의 후보이름만 거론한 채 대결구도를 강조했다. 또 광주 MBC는 28일 '전략적 선택 관심'에서도 서구을 지역이 오병윤 후보와 이정현 후보의 양강구도가 만들어졌다며 다른 정당 및 무소속 후보는 배제했다. "선거보도에서 미리 예상을 하여 특정 후보를 배제하는 듯한 보도는 편파보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았다.
KBS 광주방송총국의 경우도 후보의 노출 순서에 대한 기준 또는 원칙이 없어 각 선거구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편집과 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민주통합당 후보와 현역의원 중심의 편집으로 이들 후보에 대한 뉴스의 주목 율을 높여, 다른 후보에게는 뉴스의 중심부에서 멀어지게 하는 편파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따가운 지적을 샀다. 시청자들이 이해할 만한 균형 있는 기준을 제공하지 않는 방송사 중심의 선거보도는 방송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새삼 상기시켜줬다.
[대전충청] "KBS·MBC 지역 여론조사도 RDD방식...'문제'"
충청지역 4·11 총선보도 모니터단도 방송사들의 여론조사결과 보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송사들은 여론조사보도와 함께 선거구별 공약점검보도, 선거판세를 전하는 후보 동정보도와 각 당의 지원유세 소식 등을 주요하게 전하는 과정에서 후보자 동정중심 또는 특정후보 지지도에만 초점을 모으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 사례로, 청주 KBS는 지난달 28일, 청주 MBC는 28일과 29일 이틀간에 걸쳐 충북지역 여론조사결과 보도를 하면서 두 방송사 모두 후보자 지지도 중심의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결과 보도가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는 우세한 후보로 결정하게 하는 밴드웨건 효과를 낳을 수도 있어 주의를 해야 함에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이번 KBS와 MBC의 여론조사는 RDD방식(집 전화조사)으로 한 여론조사여서 집 전화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로 포괄할 수 없는 응답자가 여전히 제외되고 있다는 점 등도 고려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결과 보도를 전하면서 방송들은 누가 몇%의 지지를 받았느냐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어 전달할 게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여론조사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유권자들을 위한 정보제공 차원의 여론조사라는 점 등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파업 중에 내보낸 방송사들의 선거보도에 문제점이 속속 지적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MB정권이 언론을 장악·통제하기 위해 KBS, MBC, YTN 등 언론사를 사찰하고 임원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데도 방송사 사장들은 권력의 치마폭에 꼭꼭 숨어 '권력 낙하산 퇴진'을 요구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못들은 체 하고 있다. 감시와 사찰, 낙하산을 이용한 정권의 추악한 언론장악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국민의 힘으로 제자리로 돌려놓을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