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을은 무소속 후보가 눈길을 끄는 지역 중 하나다. 바로 강용석 무소속 의원이 재선을 위해 출마했기 때문이다.
과연 마포을 유권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지난 다섯 차례 총선에서 마포에서 승리한 정당은 원내 제1당이 됐다. 마포을에서는 지금 새누리당 김성동 후보(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민주통합당 정청래 후보(17대 국회의원)와 무소속 강용석 후보(현 국회의원)의 3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6대 총선까지 이곳에선 줄곧 한나라당이 당선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 속에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열린우리당 정청래 후보가 당선했다. 18대 총선에서 정 후보는 강용석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6000여 표 차이로 패했다. 국회의원 선거로만 보면 5번의 선거에서 마포을 주민들은 내리 집권당 후보를 선출한 셈이다.
1위 달리는 정청래, 이대로 굳히기 돌입하나그런데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마포을의 야권 득표율은 여권득표율보다 모두 앞섰다. 그렇다면 2012년 총선 표심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지난달 6~9일 <중앙일보>가 엠브레인과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정청래 민주당 후보는 38.8%를 기록해 17.2%에 그친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보다 21.6%p 앞섰다. 강용석 후보는 6.4%에 그쳤다. (오차범위는 ±4.4%p)
하지만 4월 1~2일 방송3사가 코리아리서치·미디어리서치·TNS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36.9%)와 김 후보(25.2%)의 지지율 격차는 11.7%p 차로 줄었다. 격차가 절반가량 줄어든 셈이라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 후보는 6.4%를 얻었다.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투표일을 일주일 정도 남겨둔 지난 3일 오후, 현장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마포을을 찾았다.
오후 7시,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는 마포구청 앞 사거리에서 유세를 벌이기로 했다. 기자는 좀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자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후보가 오려면 30분 정도 기다려야 하니 유세차량에서 추위를 피하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운동원들이 유독 많았다. 행인은 많지 않고, 자동차만 도로를 쌩쌩 달리는 가운데 김 후보의 여동생이 가두연설을 했다.
오후 7시가 되자 김 후보가 도착했다. 김 후보의 비서관은 "요즘 분위기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초기에는 누군지 몰라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며 "김 후보는 누구에게나 겸손하고 일밖에 모르는데, 그런 게 유권자들에게 전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야기하는 도중 한 지역주민이 박카스 한 박스를 김 후보에게 건네고 악수를 나눈 뒤 돌아갔다. 비서관은 "분위기가 이렇다"며 크게 웃었다.
김 후보는 "초반 지지율이 20% 정도였는데 지금은 10%p 정도 상승세"라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성동 "지지율 상승중... 투표함 열어봐야"김 후보는 가두연설을 한 뒤 부인과 함께 아파트 단지를 돌며 주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한 시민은 타고 가던 오토바이를 세우고 김 후보의 손을 잡았고, 한 노인은 김 후보 운동원들과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물론 시민 대다수는 무심하게 명함만 받고 지나갔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청래 민주당 후보는 성산동 대림아파트 단지 앞에서 유세를 했다. 먼저 정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 가두연설을 했다.
정 후보는 "하는 짓마다 국민들 마음 상하게 했던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달라"며 "오만하고 국민을 무시하고 전화 도청하고 이메일 뒤지던 '불법사찰 정권' 이명박 정권을 이번 총선에서 꼭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후보는 "민생은 파탄나고, 물가는 오르고, 남북관계는 파탄나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 기호 2번 정청래에게 투표하는 것이 그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랜 지역주민이라는 점과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적극 내세웠다. 정 후보는 선거송이 나올 때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이어 정 후보는 지역 상인들을 방문했다. 정 후보는 17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성산동에 살고 있다. 부동산, 분식집, 슈퍼 등 15분 동안 약 10곳을 방문했다.
정 후보는 인지도가 높았다. 그동안 지역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방문한 곳 모두 정 후보와 일면식이 있는 상태였다. 정 후보는 상인들에게 "이번에는 되셔야죠"라는 여러 차례 들었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유권자도 있었다.
다른 상점으로 가는 길에 한 청년은 "정청래!"를 외치면서 걸어왔다. 21살이라는 청년은 정 후보와 악수하면서 "꼭 당선되시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정 후보와 악수를 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보였다.
강용석 후보는 4일, 5일 저녁 지역을 돌아다니며 유권자들을 만났다. 다른 후보들이 집중유세를 할 때 강 후보는 직접 지역주민을 만나러 다녔다. 강 후보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강 후보 측의 한 인사는 "건널목에서 강 후보가 신호를 기다리면 지나가는 버스에서 (시민들이) 다 촬영하고 인사하면서 아는 척을 한다"며 "(강 후보는) 거의 연예인"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높은 인지도가 지지율로 바뀔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역에서는 "피아구분 없이 할 말 하는 패기가 마음에 든다"는 견해도 많지만 "아직도 국회의원 하느냐"는 질책도 많았다.
한 20대 남성은 "강 후보가 박원순 아들 병역 의혹을 제기할 때 매우 용감하게 봤다"며 "그런데 결국 허위로 그치면서 강 후보에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60대 양아무개는 "강용석이 국회의원 중 젤 잘하는 거야"라며 "안철수고 박원순이고 제대로 검증하려면 국회에 강용석 같은 사람이 필요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강용석, 총선에서도 '고발' 이어가한편, 지난 4일 강 후보는 정 후보의 선거공보 배포 및 발송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냈지만 결정나기 전에 취하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 측 김아무개 비서관은 "이미 선거공보가 발송되어 가처분 신청이 의미가 없어져서 취하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 후보는 5일 다시 정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강 후보는 "정청래 후보가 18대 총선에서 매체들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해 억울하게 떨어졌다는 내용을 선거공보에 기재했다"며 "이번 총선에 당선될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비서관은 강 후보가 "후보자의 공보물은 후보자에게 매우 중요한 것, 정 후보의 허위 사실에 대한 건 판례, 조문, 형량, 내용, 죄질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는 선거무효가 되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고발을 진행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강용석 의원의 출마로 더욱 눈길을 끄는 마포을. 이대로 판세가 굳어질까 아니면 대역전이 벌어질까? 투표일까지는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