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일 오후 3시 울산 북구 호계시장. 북구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이날은 장날이다
6일 오후 3시 울산 북구 호계시장. 북구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이날은 장날이다 ⓒ 박석철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올해 울산 총선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북구. 북구에서 사람이 가장 붐빈다는 호계시장에 도착한 시각은 6일 오후 3시. 장날이라 사람들로 북적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멀리서 한 총선 후보의 유세 소리가 들렸다. 역시 선거 분위기가 났다. 거리에는 각종 언론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박빙을 벌이고 있다는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와 통합진보당 김창현 후보의 현수막이 나란히 펄럭였다. 두 후보는 북구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울산 북구에는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다. 그래서 '노동자의 도시'라고 한다. 호계시장 주변은 최근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번화가가 됐다. 하지만 호계시장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그야말로 '촌'이었다. 시장 안에는 아직도 동해남부선 열차가 하루 십여 차례 정착하는 호계역이 있고, 시장 바로 옆에 철로가 있다. 이 때문에 후보마다 철로의 외곽 이설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노동자의 도시' 울산 북구... 누가 승리할까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건널목을 함께 건너던 60대 여성에게 이번 선거 분위기를 물었다. 이 여성은 "1번(박대동) 좋다는 사람도 있고, 저쪽(4번 김창현)도 있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는 꼭 하겠다"고 말했다.

상인과 과일을 흥정하다 아기를 안고 돌아가는 30대 주부에게 역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주부 역시 "선거에 관심 없다"고 했지만 "남편과 함께 투표는 꼭 하겠다"고 말했다.

담배를 사러 들어간 슈퍼마켓의 40대 중반 주인은 "이곳에는 노인이 장사를 많이 한다"며 "노인들은 다 1번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도 "박근혜 팬"이라고 했다. "왜 좋으냐"고 물으니 "아버지(박정희)가 보릿고개를 없애주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박대동 새누리당 후보가 호계시장에서 춤을 추며 유세를 하고 있다.
박대동 새누리당 후보가 호계시장에서 춤을 추며 유세를 하고 있다. ⓒ 박대동

그의 말을 확인하고 싶었다. 젓갈류를 파는 할머니에게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의 '광팬'이라고 했다. 하지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할머니는 "새누리당은 4년간 한 일이 없다. 부자들만 살렸다"고 흥분했다. 박근혜는 좋아하지만 새누리당은 싫다고 했다.

북구 주민 몇 사람과 더 대화하면서 한 가지 걱정은 사라졌다. 북구로 오면서 '혹시 노동자의 도시라서 진보성향의 답변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을 했었다.

북구 호계시장을 30분가량 걸으면서 만나본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은 거의 "정치 혹은 선거에 관심이 없고, 누구를 찍을지도 결정하지 않았다"는 기대 이하(?)의 말을 했다.

더 많은 여론 수렴이 필요했다. 이대로는 기사가 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5km가량 떨어진 화봉동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앉아 있고 바로 뒤에 빈자리가 보였다. 이어폰을 끼고 있던 이 청년의 귀를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 청년 역시 "선거에 관심이 없단"다. 그는 "취업 준비로 바쁘고, 어느 후보도 취업 안 되는 이 현실을 바꿔 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친구들은 진보정당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마침 그 말이 끝나자 버스에서 "오는 4월 11일 총선날 꼭 투표하시라"는 홍보 방송이 나왔다. 하지만 이 청년은 다시 이어폰을 낀 상태였다. 아마도 이 방송을 못 들었을 것이다.

 울산 북구 화봉동 화봉시장 입구에 새누리당 박대동 후보와 통합진보당 김창현 후보의 현수막이 아래위로 걸려 있다
울산 북구 화봉동 화봉시장 입구에 새누리당 박대동 후보와 통합진보당 김창현 후보의 현수막이 아래위로 걸려 있다 ⓒ 박석철

최근 나온 방송사 여론조사 탓에 울산의 야권은 기가 죽어 있다. 불과 석 달 전 방송 여론조사에서 전체 6개 지역구 중 4곳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는 걸로 나왔었다. 하지만 석 달 만에 여론조사 결과가 확 바뀌었다 그것도 북구를 제외한 5개 지역구에서 대체로 '40% 대 20%'로 그 격차가 거의 배에 이른다.

울산MBC와 KBS울산방송국이 여론조사 기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4일 여론을 조사한 결과 김창현 후보가 43.8%의 지지를 얻어 새누리당 박대동 후보(40.5%)를 오차범위 내에서 제쳤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이래저래 북구는 최대 관심지역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5일 박근혜 위원장과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각각 북구를 방문해 지원 유세를 펼쳤다.

박대동은 '설욕' - 김창현은 '책임감'

2009년 울산 북구 보궐선거에서는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가 김창현 민주노동당 후보를 야권연대 경선에서 이긴 후 본선에서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를 제쳤다. 당시 북구 전체 유권자 11만6386명 중 5만4378명이 투표(투표율 46.7%), 조승수 후보가 2만5346명(49.2%)를 얻었다. 박대동 후보는 2만1313표(41.37%)에 그쳤다.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 박대동 후보에게 설욕전이다. 반면 통합진보당 김창현 후보는 당내 조율을 통해 지역구를 양보한(?) 조승수 후보를 대신해 꼭 승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게다가 남구갑으로 옮긴 조승수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민주통합당 심규명 후보에게 패했다. 김창현 후보의 어깨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김창현 통합진보당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김창현 통합진보당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 김창현

북구 선거는 현대자동차와 그 협력업체 구성원들의 표심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반영하듯 노동자들의 반응은 앞의 시장과는 달랐다. 취재를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가 화봉동 밑 북구청에 서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탔다.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의 근무복을 입은 그는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할 게 뭐가 있나, 노동자들이 새누리당 찍을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가까워질수록 답변 방향은 점점 진보정당 쪽으로 오는 느낌이었다. 북구 염포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40대 후반 여성은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에 다니다 힘들어서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 "젊은 사람이나, 북구에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면 통합진보당 지지자 아니겠냐"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노조의 한 조합원은 "노조 내에서 통합진보당 김창현 후보에 대한 의견이 다소 갈라져 있다"며 "하지만 결국 표심은 통합진보당 쪽으로 기울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울산 북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