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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김제동 사건'이 터졌습니다. KBS의 <스타골든벨> MC에서 강제퇴출된 2009년 9월의 '첫 사건'보다 훨씬 비열하고 잔인합니다. 김제동씨를 사찰하고, 심지어 국정원 직원이 직접 찾아와 이런저런 '겁박'한 일까지 있었습니다. 박정희 유신독재의 유령이 21세기 대명천지에 대한민국의 곳곳을 스멀스멀 다니고 있었습니다.

 제19대 총선을 4일 앞두고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투표참여 공연 '개념찬콘서트 바람'에서 미국 공연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김제동씨가 영상메시지를 통해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제19대 총선을 4일 앞두고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투표참여 공연 '개념찬콘서트 바람'에서 미국 공연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김제동씨가 영상메시지를 통해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 권우성

유신의 유령이 사회 곳곳을 배회하고 있다

'김제동 사건'은 이명박 정권, 그 정권의 뿌리인 수구세력 - 조중동 등 수구언론, 엠비 권력의 친위대가 장악하고 있는 방송, 강자와 가진 자를 대변해온 한나라당과 그 후신인 새누리당 등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들의 생각 수준이 어디쯤에 있는지를 너무나 쉽게, 명징하게 보여줍니다. 

"누군가 무대 위 발언을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무대에 오르는 걸 무서워했으며, 밤에도 약 없이는 잠들지 못한다"고 소설가 공지영 선생이 전했습니다. 김제동씨가 이렇게 아파하고 있습니다.

김제동씨뿐 아니지요. '전방위 사찰'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수구권력은 사회 곳곳을 사찰하고, 감시하고, 고통을 주고, 사법 고문을 하고, 감옥에 집어넣고 해 왔습니다.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과 은폐공작은 미국의 워터게이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흉측한 사건입니다. 권력을 사유화한 영포라인이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주도했고, 이를 청와대에 보고하고, 국가 정보기관들과 정보를 공유했으며, 그 사건이 터지자 이를 은폐 조작하고, 그 과정에 입막음을 하기 위해 뭉칫돈이 건네지고, 그리고 불법적인 '전방위 사찰'이 수많은 문서와 증언을 통해 폭로되자 청와대가 직접 나서 거짓말을 섞은 정치공작을 하고...

미네르바의 고통을 기억하십니까

 박찬종 변호사가 공개한 '미네르바' 박대성씨
박찬종 변호사가 공개한 '미네르바' 박대성씨 ⓒ 박찬종

미네르바 기억하시지요. 그가 혹독한 '사법 고문'을 당한 뒤 어떻게 되었는지 아실겁니다. 지난해 말, 그는 '가짜 미네르바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 울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일로 저와 가족이 파괴됐습니다. (항 우울제 등) 약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3년 동안 손가락질과 모욕을 받고 살아왔습니다...대인 기피증에 걸렸습니다..."

그는 책상에 엎드린 채 한동안 흐느껴 울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재판장에게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재판장님, 지난 긴 시간동안, 3년 넘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런 점을 선처해주셔서 판결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무죄를 입증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고 나서 또 책상에 얼굴을 묻고 울었습니다. 그는 재판 직전에도 "법원에서 무언가를 받는 순간 울렁거리고 구토가 난다. 100여 일 간의 이유 없는 감옥살이에 대한 충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1년째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그는 집에서도 모자를 쓰고 지낸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을 켜놓지 않으면 두려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낮이든, 밤이든 혼자서 나가는 일도 너무 두렵다고 합니다. (<한겨레> 2011.12.23 기사 참조)

민간인 사찰 희생자 김종익씨의 고통

한 인간이 어떻게 국가권력에 의해 혹독하게 파괴되는지를 미네르바 사건은 고통스럽게 보여줍니다. 미네르바뿐 아닙니다.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그 괴물의 실체를 드러내는 단초가 된 김종익씨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정치 검찰의 혹독하고 무리한 조사와 기소, 정부의 불법 민간인 사찰 과정에서 자신의 삶이 무너지고, 주변 인물들이 심한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는 김종익씨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 때의 피해자 수준이라고 진단한 적도 있습니다.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간인불법사찰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각계 인사 시국선언'에 참석하고 있다.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간인불법사찰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각계 인사 시국선언'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4월 6일자 <한겨레>는 그와 한 긴 인터뷰에서 그가 당한 고통의 한 부분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항상 쫓기는 꿈을 꾼다. 수년째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다. 검찰 기소 당시, 기흉 수술을 두번이나 받고 제대를 한 달 앞둔 아들은 강원도 원주에서 춘천의 전방부대로 발령났다. 아들과 딸은 김 씨에게 시시때때로 "한국을 떠나서 살자"고 하고, 아흔셋인 장인은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면서 울기만 한다고 했다."

이런 고통 속에 살아 온 김종익씨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족의 사소한 즐거움, 평범한 행복이 모두 사라졌어요.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아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가장 추악한 모습을 겪었으니까요. 국가가 개인의 생계수단을 빼앗는 폭력을 자행하고도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어요. 이런 사회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2012년 봄, 대한민국의 참담한 모습입니다. 이명박 정권, 수구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이 사회의 참혹한 모습입니다. 조지 오웰의 <1984> <동물농장> 같은 풍경이 지금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을 심의해서 제재를 가하는 이런 빵꾸똥꾸 같은 나라,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정책을 비판한다고 하여 제작진을 체포하고 기소하는 나라, G20 포스터에 쥐 한 마리 그렸다고 처벌하는 나라, 쌍용자동차 사건 등 사회적 쟁점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고 하여 방송에서 퇴출시키고, 감시하고 겁박하는 나라, 언론의 기본인 '사실보도'와 '권력에 대한 감시 비판' 기능을 하지 못해 마침내 저항하기 시작하는 방송사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을 마구 해직하고 징계하는, 권력의 친위세력이 방송을 지배하는 나라, 이런 나라에 민주주의의 뿌리인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사회적 조건과 토양에서 젊은 당신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면서 당신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토양에서 문화의 꽃이 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디 그 뿐인가요. '반값 등록금' 거짓말, 행정도시 이전 거짓말 등 온갖 거짓이 판을 칩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권력과 돈에 허기가 졌는지, 집권세력 핵심들의 불법과 비리와 부정의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보다는 '효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논리, 강자와 가진 자의 논리가 사회를 압도합니다.

그러한 논리를 전파하는 수구언론에게 종합편성 채널까지 주면서 여론의 다양성은 파괴되어 갑니다. '부자감세'처럼 강자와 가진 자에게 더 많은 것을 듬뿍 주는 경제정책으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남북 화해와 평화 공존보다는 냉전식 대결을 부추기면서 막대한 예산으로 미국 무기를 마구 들여오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자연을 파괴할 뿐 아니라, 제한된 예산을 그렇게 낭비함으로써 미래를 위해, 복지를 위해 써야할 국가 재원이 고갈되고 있습니다. 걸핏하면 '빨갱이 타령'으로 정치적 반대자들을 몰아세웁니다. 투표율이 높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무리들이 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제19대 총선을 나흘 앞둔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2012청년유권자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투표참여 셔플댄스 행사에서 신랑신부로 분장한 참가자가 4.11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제19대 총선을 나흘 앞둔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2012청년유권자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투표참여 셔플댄스 행사에서 신랑신부로 분장한 참가자가 4.11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분노의 화살'을 쏘십시오

이런 세상이 그냥 지속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강자와 가진 자들의 논리와 그 가치를 쫓는 수구세력들이 지금처럼 계속 집권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투표도 하지 말고, 그냥 방관자처럼 지내십시오.

그러나 이 빵꾸똥꾸 같은 세상에 분노한다면, 그런 세상이 바뀌기를 원한다면, 그래서 그 과정에 당신들이 삶의 주체로, 나라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참여하기를 원한다면, 투표장으로 가십시오. 그러면 뜻밖에도 쉽게 세상은 바뀝니다. 당장은 모든 답이 다 나오는 사회로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의 권력을 심판하고, 새로운 계기를 만들 수는 있을 겁니다. 그 새로운 계기는 여러분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로 가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 뜨거운 마음으로 '투표의 화살'을 쏘라는 의미에서 고은 시인의 시 '화살'의 한 부분을 드립니다.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정연주#1984#동물농장#조지 오웰#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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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kbs 사장. 기록으로 역사에 증언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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