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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이 붐비는 서울 대학로의 성균관대 앞 사거리에는 눈길 닿기 힘든 곳에 내걸려진 선거벽보가 있다. 19대 국회의원 선거 종로지역 후보자들을 알리는 벽보는 기이하게도 차도 방향으로 향해 있어, 벽보를 보려면 차가 질주하는 위험한 6차선 도로로 나와야만 한다.

 난감한 위치에 부착된 선거벽보. 선거 후보자 정보를 가까이서 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 사진을 찍는 동안 정면에 보이는 택시가 아찔하게 기자의 옆을 스쳤다.
난감한 위치에 부착된 선거벽보. 선거 후보자 정보를 가까이서 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 사진을 찍는 동안 정면에 보이는 택시가 아찔하게 기자의 옆을 스쳤다. ⓒ 김영동

선거에 대한 올바른 참여를 위해 후보자의 정보를 알리는 선거 벽보는 당연하게도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선거법령정보에 나와 있듯 "선거인의 통행이 많은 곳에 보기 쉬운 건물 또는 게시판 등에 첨부"해야 한다. 그러나 이 '외로운' 벽보는 대학로를 오가는 이의 시선을 붙잡아 두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꼭꼭 숨은 벽보, 꼭꼭 숨은 민주주의

 선거벽보를 6차선 도로 건너편에서 바라 본 모습.
선거벽보를 6차선 도로 건너편에서 바라 본 모습. ⓒ 김영동

고 김근태 고문의 부인이자 인권운동가인 인재근 후보가 출마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서울 도봉갑 지역에 붙여진 선거 벽보도 마찬가지 신세다. 주민의 왕래가 잦은 마을버스 정류장 주변 등이 아니라 차도에서 복잡한 골목 안쪽으로 80여 미터 들어 와야 겨우 볼 수 있는 후미진 위치의 어느 주택 벽에 뜬금없이 붙어 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 우이성당 인근 주택가 골목 한 켠에 ‘은밀히’ 부착된 선거벽보
서울 도봉구 쌍문동 우이성당 인근 주택가 골목 한 켠에 ‘은밀히’ 부착된 선거벽보 ⓒ 김영동

물론, 선거벽보 중 일부가 황당한 장소에 부착된 사실만 가지고 "투표율을 낮추려는 음모"라고 이야기한다면 유치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작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의 디도스 사건을 집단 경험하며, 국민이 지금의 정부가 선거 참여 독려에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번 4·11 총선에서도 젊은 층의 '새로운 선택'에 대해 경계하는 보수 진영의 움직임은 이런 의혹을 더욱 키운다. 최근의 MBC임원회의에서 선거 개표방송에 대해 논의하며 '오후 4시부터의 선거방송은 위험하다'는 말들이 나왔고, "젊은층이 투표를 많이 하는 시간대에 투표율을 보도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여당측 차기환 이사의 발언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일례다.

"ㅇㅇㅇ을 찍자"가 아니라 "투표하자"가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되는 이상한 나라, 비상식적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만큼 누군가에게는 이 사회의 주류가 아닌 평범한 이들의 선거 참여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가 불편한 이들은 민(民)이 아닌 자신들이 이미 주인으로서 누리고 있는 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성가신' 선거를 치르기 한참 전부터 일상적으로 반대세력을 사찰하고, 대중의 귀에 자신들만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장악해 왔다. 그래서 2012년 4월의 민주 시민의 할 일은 '대중의 권력'으로 '1%를 위한 권력'이 두려워하는 일들을 벌이는 것이다.


#선거벽보#민주주의#선거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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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혁'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노래 만들고 글을 쓰고 지구를 살리는 중 입니다. 통영에서 나고 서울에서 허둥지둥하다가 얼마 전부터 제주도에서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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