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경상남도지사가 4대강 사업의 하나인 '산청 손항저수지 사업'과 관련해 반대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주민들은 계속해서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9일 오후 황매산 청소년수련원 강당에서 경남 산청군 차황면 만암·상법·신촌마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2일 '신설 손항저수지 백지화 대책위'가 경남도청을 방문해 가진 김 지사와 면담 때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신설 손항저수지 사업'은 4대강 저수지사업의 하나다. 턴키입찰 제4공구로, 신촌·만암·상법마을에 저수지를 새로 짓거나 기존 저수지의 둑을 높이는 공사를 말한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시행하며, 공사는 두산건설이 컨소시엄을 꾸린 업체가 맡는다. 경남도는 지난 2일 이 사업과 관련한 공사를 승인해 주었다. 사업 승인은 경남도 농수산국장의 전결로 이루어졌다. 김두관 지사는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보여왔는데, 결과적으로 경남도가 사업을 승인한 것이다.
'신설 손항저수지 백지화 대책위'와 진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는 50분가량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는 이재근 산청군수와 김종완 산청군의원,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들이 참석했다.
주민들은 구호를 적은 머리띠를 하고 참석했다. 3개 마을 주민 80%가량이 모인 것이다. 대책위는 3년 동안 저수지 높이기 사업에 반대하며 투쟁해 오고 있다.
김두관 지사 "절박하니까 머리띠까지 하고 오신 줄 안다"이날 김두관 지사는 "주민들이 다 모이셨는데, 절박하니까 아마 머리띠까지 다 하신 걸로 알고 있다"면서 "경남도에서 결재를 했지만, 제가 댐 건설 백지화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왔으면 좀 가볍게 올 수 있었지만, 그런 걸 제가 갖고 오질 못했다"면서 "댐을 건설함으로 인해 유리하게 도움이 되는 기능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오늘 즉답을 할 수 있는 안을 가지고 오지 못했다. 우선 시급한 사안이라 방문을 해봐야겠다 싶어 온 것을 이해해 달라"면서 "이 자리에 농어촌공사 관계자들도 있으니까 잘 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사업 백지화를 거듭 요구했다. 김동근 만암마을 이장은 "자손대대로 살아온 고장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국가적으로도 예산만 낭비하는 사업이기에 생업을 포기해 가며 3년간 반대 투쟁해왔다"면서 "하루 아침에 경남도청에서 인허가가 났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가슴은 허탈감과 배신감으로 멍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농어촌공사와 건설사가 우리한테 한 짓을 보면 잠이 오지 않는다. 허가가 나지 않았는데도 붉은 깃발을 꽂아 놓고, 마치 사업 준비가 다 된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어떤 때는 과자봉지를 들고 와서 꾀어 보려고도 했다"면서 "지금도 할머니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명일 대책위원장은 "산청군은 국가 예산을 어떻게든 많이 끌어 오면 군정을 잘 돌본다는 사고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국가예산은 꼭 필요한 곳으로 가야 된다"면서 "손항댐 둑높이기 사업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사업이며, 4대강 사업의 하나다. 해당 주민들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있는 댐만으로도 농업에 아무런 차질이 없다. 전통적인 농업지역에 안개일수와 수증기를 더하면 친환경 유기농업에 치명적이고,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지금 사업은 환경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김두관 지사께서는 강물은 흘러야 한다고 국민 앞에 약속하셨다. 우리 주민들은 그보다 더한 심경이라는 것을 이해하셔야 한다"면서 "주민들은 틀림없이 4대강 사업의 하나인 손항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을 백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뒤 김두관 지사가 나가려고 하자 주민들은 "형식적인 자리 아니냐"며 막아섰고, 잠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간담회 이후 대책위는 "앞으로 경남도청이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라도 끝까지 사업 저지를 위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