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유혜준

이번 4.11 총선에서 가장 대조적인 후보가 맞붙은 선거구는 '경기 의정부을'이라고 할 수 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대학총장 홍문종 새누리당 후보와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환경미화원 출신인 홍희덕 후보가 맞붙었기 때문이다. 의정부을 선거구에는 이들 후보 외에도 고도환 정통민주당 후보가 출마했다.

홍문종 후보는 15대와 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홍희덕 후보는 18대에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두 후보가 다 의정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서로 판이한 이력을 지닌 후보가 맞붙었지만 양측은 현재의 판세를 '박빙'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홍문종 후보 측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 우세', 홍희덕 후보 측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 열세'라고 주장하면서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홍문종 후보는 "판세가 약간 우세하다고 하는데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해서 안심하지 않는다"며 "뚜껑을 열 때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 하겠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홍희덕 후보는 "당선을 확신한다"며 "오차범위 내에서 약간 밀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게 지지층에 긴장감을 줘서 지지층이 결속하는 효과로 나타나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고도환 후보는 "지지율이 25~30%가 된다"고 주장하며 "꼭 당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력이 판이하게 다른 2명의 홍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의정부을 선거구는 선거 당일 투표율과 호남지지표가 얼마나 결집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홍문종 후보는 지난 2006년 강원도에 수해가 났을 때 골프를 쳐서 물의를 빚어 한나라당에서 제명되었다가 지난 2월 복당했다. 홍문종 후보는 친박계로 이번에 공천을 받은 것도 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을은 17대와 18대 민주통합당의 강성종 의원이 연이어 당선된 지역으로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라고 하나,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나는 지역이라는 것이 새누리당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정당보다는 후보의 자질이나 경력을 보고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며 "홍문종 후보가 더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홍희덕 후보가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지만 지난 18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뒤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3년 연속으로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되었다"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의정생활을 해왔고 진정한 서민으로 서민을 대변하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후보]

 홍문종 후보가 거리유세에서 만난 중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문종 후보가 거리유세에서 만난 중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혜준

'더불어 잘 사는 의정부'를 만들겠다는 홍문종 후보는 선거 이틀을 앞둔 9일, 유권자들을 구석구석 찾아가는 릴레이 유세를 벌이고 있었다. 홍 후보는 "의정부가 한수이북의 중심지이면서 안보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안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국가의 미래와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저의 주 지지층"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상대후보가 통합진보당 소속이라 다른 지역 선거구와 달리 지지층이 다양한 연령층에 고루 퍼져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홍문종 후보는 자신이 "너무 젊지도 않고 너무 노쇠하지도 않은 한창 일할 나이"라며 "이번에 다시 국회에 진출하면 지난 15대와 16대의 경험에 그동안 정치를 쉬면서 쌓은 여러 가지 노하우까지 보태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후보
홍문종 새누리당 후보 ⓒ 유혜준
홍문종 후보는 "가장 중요한 공약은 전철 7호선"이라며 "전철 7호선이 포천까지 가게 되어 있는데 다 하려면 예산이 많이 소요되니 우선 의정부부터 빨리 시작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이 공약은 어떤 공약보다도 우선해서 지킬 예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의정부는 베드타운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일할 곳이 없다. 일하고 연구하는 IT 산업단지 즉 실리콘 밸리를 만들 예정이다. 그리고 실리콘 밸리에 교육단지를 접목시켜 의정부가 한수이북의 중심지이면서 대한민국의 교육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홍문종 후보는 "국회의원 선거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라고 생각한다"며 지역사회 발전과 국가발전에 관심이 있고 국가관이나 역사관이 확실한 사람을 유권자가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그러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흑색선전에 넘어가지 말고 그 후보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곰곰이 따져서 투표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홍문종 후보는 "국회의원이 되면 국민들과 유리되어 국민들이 어려워하고 힘들어 하면서 고통 받는 것을 잘 모를 수 있다"며 "항상 국민 곁에서 어렵고 힘든 점들을 잘 풀어나갈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홍희덕 통합진보당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딸과 함께 4번을 찍어달라고 호소하는 홍희덕 통합진보당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딸과 함께 4번을 찍어달라고 호소하는 홍희덕 통합진보당 후보 ⓒ 유혜준

청소부에서 '노동자 정치인'으로 변신한 홍희덕 통합진보당 후보는 자신을 '강단'이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홍 후보는 담이 센 사람이라는 풀이를 덧붙였다. 이번 총선에서 맞붙은 상대가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교육학 박사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지난 18대 때 국회에 비례대표 의원으로 진출했을 때 대단한 학력을 자랑하는 의원들이 줄줄이 있었지만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자신이 기가 죽지 않고 의정활동을 해서 3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게 '강단'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지난번에 홍문종 후보와 선거토론회를 할 때도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홍문종 후보가 더 긴장한 것처럼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홍희덕 통합진보당 후보
홍희덕 통합진보당 후보 ⓒ 유혜준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홍희덕 후보는 "후보들이 처음에 공천을 받았을 때는 몰랐던 흠집들이 자꾸 들춰지는데 나는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노동자로 성실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홍 후보는 덧붙였다.

"두 번째 강점은 배고파보고 어려움을 겪어 봤기 때문에, 서민들이 무엇을 절실하게 원하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서민들을 위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다. 나야말로 99% 서민을 대표하는 진정한 대변자다."

홍희덕 후보는 "노동법이 87년 독재시대로 후퇴했다"며 "이번에 다시 국회에 들어가면 노동기본권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을 가장 먼저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홍 후보는 "재벌 규제를 통해서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동반 성장하고 그 혜택이 서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주 지지층을 20~30대라고 밝힌 홍 부호는 "60대 초반도 옛날 같지 않더라"는 말을 덧붙였다. 비슷한 또래이다 보니 홍 후보가 살아온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어 지지층으로 돌아서더라는 것이 홍 후보의 설명이었다.

의정부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다가 새벽에 청소를 하러 나섰던 동료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을 겪으면서 노동운동에 눈을 떴다는 홍희덕 후보는 그 때문에 국회의원까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18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자신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일을 했다고 한다. 홍 후보는 다시 그들의 편에 서서 힘이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 활짝 웃었다.

[고도환 정통민주당 후보]

 유권자에게 큰 절을 하는 고도환 후보
유권자에게 큰 절을 하는 고도환 후보 ⓒ 유혜준

가족과 함께 거리 유세에 나선 고도환 후보는 길에서 만난 유권자에게 큰 절을 해서 눈길을 끌었다. 고 후보는 유권자들을 진심으로 모시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 후보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국회의원 특권 200여 가지를 포기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 후보는 지금은 특권을 없애라고 요구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특권을 꼭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도환 정통민주당 후보
고도환 정통민주당 후보 ⓒ 유혜준
특히 고 후보는 "300명으로 늘어난 국회의원 수를 72명으로 확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후보는 행정구역을 개편하면 국회의원 수를 72명으로 줄이는 게 가능하다며, 미국을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우리나라의 적정 국회의원 수가 72명이라고 밝혔다.

"육사를 졸업했는데 재학기간인 4년 동안 무감독 시험을 쳤다. 그 가치가 상당히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보던 안 보던 내가 내 양심을 지키면서 바르게 살고, 정직하게 살면서 명예를 지켜왔고 그것을 소중한 가치로 여겼다. 때문에 나는 어떤 경우에 누구를 만나도 겁나는 게 없고 늘 당당하다. 그게 나의 강점이자 장점이다."

지지율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고도환 후보는 망설이지 않고 25~30%정도라고 답변했다. 너무 과대평가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고 후보는 "적게 평가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 후보는 "홍문종 후보와 홍희덕 후보는 내 라이벌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 후보는 "당선이 되면 의정부 시민들을 위해 궂은 일, 힘든 일, 큰 일,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고 후보는 지난 17대에 이어 이번이 2번째 출마다.


#4.11 총선#홍문종#홍희덕#고도환#의정부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