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마감을 약 30분 앞둔 11일 오후 5시 30분.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한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의 얼굴은 어두웠다. 핑크색 와이셔츠와 진분홍 넥타이를 맨 홍 후보는 이날 오후 내내 선거 캠프를 지켰다.
한 지인이 "언니(홍 후보 부인) 밤에 못 잤죠?"라고 묻자 홍 후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으며 "우린 똑같아, 나는 꿈도 안 꾸는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홍 후보는 뭔가를 결심한 듯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마음이 편해. 네 번이나 했는데."홍 후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바닥을 보며 몇 차례 왔다갔다 하더니 선거 캠프를 떠났다. TV 출구조사 결과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선거 캠프 사람들은 여전히 전화기를 붙들고 "주변 투표 안 한 사람들한테 투표하라고 홍보해달라"고 말했다.
오후 6시. 투표가 마감되고 TV에서 출구조가 결과가 나왔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후보는 55.6%. 홍 후보는 42.6%였다. 출구조사 예측이 '낙선'으로 나오자 홍 후보 캠프는 더 침울해졌다.
여기 저기서 "아... 어떡하냐.. 어떡해, 진짜!"라는 말과 더불어 "에휴"하는 탄식이 터졌다. 잠시후 선거 캠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TV 꺼라! 꺼! 가자. 졌다. 가자!"투표 결과를 지켜보던 캠프 관계자들과 지지자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떴다. 6시 40분께 선거캠프 사무국장이 "워낙 격차가 커서... 기자님들은 모든 걸 정리하고 가달라. 다른 데 가라. 열심히 했지만 민심이... 할 말 없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TV를 꺼야 (기자들이) 가실 것 같다"라며 TV를 꺼버렸다.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관록의 4선 홍준표 후보 캠프에는 정적만 흐르고 있다.
한편 홍 후보는 오후 7시 30분께 트위터에 "30년 공직생활을 마감합니다. 이제 자유인으로 비아냥 받지 않고 공약으로부터도 해방되는 자유를 얻었습니다. 그간 저를 지지해주신 동대문구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남겼다. 패배를 인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