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의 대표적 봄축제인 제17회 와룡문화제와 제3회 구암제가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9일 막을 내렸다.
하지만 행사의 질적 수준이나 진행면에서 지난해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한마디로 '벚꽃에 기댄 백화점식 행사 나열'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는 사천문화재단 사무국장 채용과 사무국 구성을 둘러싼 파행으로 한 달 이상 축제준비가 늦어진 것도 한몫했다.
사천시는 사천문화재단을 출범시키면서 민간주도로 사천의 대표축제인 와룡문화제, 구암제, 사천세계타악축제를 치러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올해 초 계속된 잡음으로 사무국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문화관광과 담당자가 사무국장을 직무대리로 파견됐다. 축제를 한 달 앞두고 집행위원장을 긴급 위촉해 치르다 보니, 새로운 아이템 구상이나 발상의 전환은 어려웠다. 결국 예년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축제집행위를 맡은 예총에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와룡문화제와 구암제가 열린 선진리성 일원에서 치러진 행사는 제17회 와룡문화제는 공연, 전시, 경연, 체험 등 7개 분야 44개 종목, 제3회 구암제 2개 분야 9개 종목, 주민 복지 및 자원봉사 박람회로 15개 종목 등 다양했다.
사천시 관계자는 "수십 개 단체에 예산을 배분하다 보니 새로운 아이템을 시도하기 어려웠다"면서 "한정된 재원으로는 축제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천문화재단이 출범했음에도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점.
인근 진주지역 문화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좋은 장소와 역사적 의의를 두고도 전혀 콘텐츠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천문화재단 사무국장만 잘 뽑아서 기획만 잘해도 축제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선진리성 곳곳에 행사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와룡문화제와 구암제 기간 펼쳐지는 대부분의 체험행사는 곧 있을 지구의 날 행사와 어린이날 행사에 유사한 주제로 반복된다. 이 때문에 와룡문화제의 성공 여부는 콘텐츠가 아닌 벚꽃 만개 여부에 기댄 부분이 크다.
쌀쌀한 날씨 탓에 벚꽃이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았던 지난 6일과 7일에는 선진리성 일원이 비교적 한산했다. 8일 기온 상승으로 벚꽃이 활짝 피자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9일은 평일인 관계로 다시 한산한 모습을 연출했다.
매년 추운 날씨 탓에 민원이 많은 관계로 올해는 개막식 행사 시간을 오후로 당겼다. 이어진 6일 야간행사는 예상대로 관객석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확 떨어진 기온 탓이었다. 군인과 공무원들의 집단 참여가 없었다면 행사는 더욱 한산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야간행사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7일에는 결혼은 하였으나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던 사천시 사남면 거주 박아무개씨 부부가 전통혼례 체험행사에 참여해 관람객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8일 역시 노인들을 위한 실버장기자랑, 다문화가정 어울림행사 외에는 특설무대 관객석을 메우지 못했다. 그나마 행사 분위기를 돋운 것은 사천남해하동 선거 후보 운동원들의 집단 유세였다.
이번 행사와 관련해, 사천시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체험이 함께하는 최고의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하여 40여만 명의 상춘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40만 명의 정확한 산출근거나 분석된 경제적 효과는 확인하지 못했다.
올해 구암제는 전국각지에서 유림 240명이 참여해 과거재현을 하면서 사천시를 전국에 알렸지만, 정작 구암 이정 선생에 대한 학문적 연구 결과를 살펴보는 학술세미나는 열리지 못했다.
사천문화재단 출범이 늦어지면서 최소 수 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논문 발표 역시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 올해는 10월께 별도로 학술 세미나가 열리게 됐다. 참고로 올해는 구암 이정 선생 탄생 500주년이다. 구암제 본 행사가 관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월요일에 치러져 관객동원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사천문화재단 측은 "셔틀버스를 이용한 주차문제 해결, 나눔식당 및 풍물시장 운영 등 관람객들의 편의제공에 최선을 다했으며, 나타난 문제점들은 도출하여 내년도에는 더 나은 행사를 준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제 축제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와 방향성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천문화재단이 관주도를 벗어나 민간주도로 행사를 치를 계획이라면, 아직 매듭짓지 못한 사무국장 인선 문제에 대한 논의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천문화재단 이사회가 올해 축제에 대해 평가를 마치고, 어떤 혜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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