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안양천을 따라 출근을 할 때면, 하루하루가 다른 풍경에 새삼 놀라곤 합니다. 분명 어제는 보이지 않던 노란 개나리가 하루사이에 피어있질 않나, 전날 지나갈 때는 분명 앙상했던 나뭇가지였는데, 어느새 하얀 벚꽃이 피어있질 않나, 이렇게 자연의 변화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바람은 세게 불어,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휘날려도, 햇살만은 따뜻한 4월의 어느 일요일(8일). 이런 대 자연의 품속으로 뛰어들고 싶어서 저희 가족도 짐을 꾸렸습니다.
오랜만에 국도를 따라 서해안으로 내려가는 길. 지금이야 서해안고속도로 탓에 차들이 없지만, 예전에는 주말이면 항상 북적이던 도로를 타고 슬슬 달려갑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삽교호관광지랍니다.
삽교호는 충남 당진군 신평면 운정리와 아산시 인주면 문방리 사이의 바다를 막은 방조제가 준공되면 만들어진 곳입입니다. 1983년 10월에 관광지로 지정되었죠. 이곳에 서면, 서해대교가 바로 앞에 보입니다. 아주 장관이지요. 특히 이곳 관광지에는 동양최초의 군함테마공원인 함상공원과 놀이동산, 유람선이 있습니다. 또한, 싱싱한 생선회와 조개구이를 맛볼 수 있고, 각종 어패류와 건어물, 생선 등을 구입할 수 있답니다.
점심시간에 맞춰 찾아간 삽교호는 입구부터 주차 행렬이 쭉 밀려있습니다. 하지만, 안내하는 사람들이 질서 있게 인도해서, 차례대로, 여러 곳에 위치한 주차장으로 나눠들어갈 수 있습니다. 좀 아쉽지만, 저희는 바다에서 좀 먼 주차장으로 인도가 되었습니다. 역시 이런 곳은 아침에 일찍 와야 여러 가지로 편합니다.
유모차에 막내아이를 태우고, 바닷가를 향해 걸었습니다. 와!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서 온 것일까요? 식당마다, 산책로마다, 어시장마다 사람들로 꽉 들어찼습니다.
바닷가도 역시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햇살을 받으면 산책로를 걸으니 나름대로 따듯한 게, 역시 봄이 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잘 꾸며진 산책로, 아이들이 놀기에 '딱'잘 꾸며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다시 어시장 쪽으로 발길을 돌려, 바다공원 쪽으로 가봤습니다. 바닷가에 위치한 공원에는 농구장 및 각종 놀이시설이 잘 꾸며져 있어, 아이들이 놀기엔 "딱"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 것은 바로 스케이트보드 점프대였습니다. 뭐! 어린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묘기를 부리는 것은 아니고, 그저 온 몸으로 미끄럼을 타는 것이었는데, 덩달아 어른들도 함께 신이 났습니다.
정말 한참을 바다공원에서 놀았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지치지도 않습니다. 올라가고 내려오고, 또 올라가고 내려옵니다. 물론, 아직은 혼자 오르지는 못하죠. 아내와 제가 번갈아 가며, 올려주고 "쭉" 미끄럼을 태줬습니다.
아이는 신나고, 어른은 점점 지쳐갈 때쯤, 아이를 억지로 데리고 바닷가 위에 조성된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제 품에서 한참을 징징거리던 아이도 또 다른 풍경에 어느새, 좀 전의 놀이는 잊었는지 다른 놀이를 찾았습니다.
아이는 자기보다 좀 등치가 있는 오빠의 등장에 잠시 행동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응시합니다. 아주 잠깐 정적이 흐르고, 처음 보는 오빠의 뒤를 졸졸 쫓아갑니다. 처음에는 잘 놀아주던 남자아이도 나중에는 성가신지 휙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습니다. 전 그 남자아이에 등장에 잠시 고마워했는데, 이제 다시 딸아이는 제에게 놀아달라고 달려듭니다. 제 카메라를 빼앗고, 또 안경을 빼앗고.
그렇게 놀다보니 배가 고파졌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아들어갔죠. 이곳은 아마도 어느 곳을 가나 비슷한 메뉴일겁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입니다. 그곳에는 갈매기들이 자유롭게 비행하고 있고요. 딸아이는 갈매기만 보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뭐라고, 뭐라고 소리를 질러댑니다. 지금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식당 앞,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 나갔습니다.
이렇게 제가 먼저 식사를 할 동안, 아내가 아이를 돌봅니다. 식당 주변을 이리저리 산책하지요. 제가 식사를 다 하면, 그때서야 아내 차례가 됩니다. 그래서 아내는 항상 식거나, 국물이 졸아버린 음식을 먹게 되지요.
이젠 제가 아이 손을 잡고, 테라스에 섰습니다. 비록 아이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식사는 못해도 이 순간만큼은 행복합니다. 매일 매일을 다투며 살지만, 그래도 또 금방 화해하기에, 같은 틀 안에서 살 수가 있는 것이겠지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