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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빅터 플레밍 감독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연을 맡은 두 배우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빅터 플레밍 감독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연을 맡은 두 배우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 ⓒ 김성태

명작영화와 고전영화를 굳이 영어로 나눠본다면 'Best Movies'와 'Classic Movies'가 되지 않을까? 그러나 김성태 문화평론가는 명작영화와 고전영화를 구분하는 일도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정의를 내리기가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김성태는 러시아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전함 포템킨>(1925년)과 미국 오손 웰스 감독 및 주연의 <시민 케인>(1941년) 같은 작품을 고전영화의 예로 든다. 영화사적으로 여러 가지 기념비적 업적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영화애호가들은 어떤 영화가 영화사에 기념비를 새길 만한 작품인지 알기 어렵다. 어쩌면 관심이 없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김성태는 명작영화에 대한 정의를 '여러 해에 걸쳐서 많은 사람들이 자꾸 보고 싶어하는 영화' 정도로 내린다. 빅터 플레밍 감독,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년) 같은 작품이야말로 명작영화라고 예시하면서.

 김성태 저 <시네마 스케치 엔 리뷰>의 표지
김성태 저 <시네마 스케치 엔 리뷰>의 표지 ⓒ 김성태

최근에 나온 우리나라 영화 중에서 명작을 꼽으라면? 김성태 문화평론가는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그린 <울지마 톤즈>(2010년)를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구수환 감독의 첫 작품인 이 영화는 작지만 큰 작품이기 때문이다.

감동을 주면서도 재미도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찾을 것이다.

김성태 문화평론가가 안내하는 명화

김성태 문화평론가의 저서 <시네마 스케치 앤 리뷰>가 발간되었다.  대경문화산업연구소 소장이자 대구가톨릭대학교 산학교수인 저자는 57편의 국내외 영화를 소개하고 평가하였다. 그는 글마다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였으므로 책의 제목에 '스케치'라 하였고, 글마다 작품에 대한 비평을 하였으므로 '리뷰'라 하였다.

비평집에는 <무협> 같은 중국영화도 소개되지만 아무래도 주류는 서양영화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영화를 소홀하게 다룬 것도 아니다. 저자는 <부러진 화살> <완득이> <의뢰인> <결정적 한방> <오싹한 연애> <7광구> <완벽한 파트너> <카운트 다운> 등 상당수의 우리나라 작품에 대해서도 잘된 점, 잘못된 점을 하나하나 지적한다.

<시네마 스케치 앤 리뷰>가 단순한 영화의 줄거리나 출연 배우의 소소한 일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는 책이 아닌 것은 <무협> 부분의 첫머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저자는 <무협>의 도입부를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무협 <첨밀밀> <명장> 등으로 유명한 진가신 감독의 작품. 여배우 탕웨이와 올드스타 왕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무협<첨밀밀> <명장> 등으로 유명한 진가신 감독의 작품. 여배우 탕웨이와 올드스타 왕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 김성태

프랑스 영화 <마틴 기어의 고향>(1982년)에서는 16세기 프랑스 시골 마을이 배경이다. 신분을 속인 채 한 불운한 여인의 남편 마틴 기어인 척하는 한 사나이의 운명이 소개된다. 1917년 중국 운남성의 시골마을에서도 무서운 과거를 숨기고 평범한 촌부 역할을 하며 살던 안 은둔 무협 고수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2011년 칸 영화제 및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된 중국 영화 <무협>이 그것이다. 스토리 전개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마티 기어의 귀향>보다 못하지만 화려한 액션과 아름다운 화면은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을 떠올리게도 한다. 게다가 첨단과학까지 도입된 신개념 무술영화이다.

저자 김성태는 이 책을 통해 '영화를 보는 길'을 안내한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을 '명작영화를 보는 재미'로 장식했다. 저자는 <사운드 오브 뮤직> <닥터 지바고> <전쟁과 평화> <벤허> 등을 서슴없이 명작으로 권유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주옥 같은 음악의 힘을, <닥터 지바고>는 감독의 역량을, <전쟁과 평화>에서는 원작소설의 위대한 감동을 맛볼 수 있다고 추천한다.

그런가 하면 <벤허>는 탁월한 볼거리와 운명의 반전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이런 영화들은 보면 볼수록 질리기는커녕 새로운 감흥과 멋진 장면들이 저절로 재발견된다"고 저자는 토로한다.

벤허 와일러 감독의 212분짜리 <벤허>는 니블로 감독의 147분짜리 <벤허>의 구성과 화면을 거의 빼다박은 것이다.
벤허와일러 감독의 212분짜리 <벤허>는 니블로 감독의 147분짜리 <벤허>의 구성과 화면을 거의 빼다박은 것이다. ⓒ 김성태

명작영화의 정의를 내린다면

저자의 책은 영화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도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벤허> 부분만 해도 그렇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와일러 감독의 212분짜리 <벤허>(1962년)는 니블로 감독의 147분짜리 <벤허>(1925년)의 "구성과 화면을 거의 빼다 박은 듯"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유명한 15분짜리 4두 마차 대경주나 해상 전투 장면은 오히려 니블로 감독의 영화에서 더 잘 연출되고 있다"는 저자의 평가를 보며 영화를 보는 안목을 기르게 된다.

또 무성영화에 흑백인 니블로 감독의 작품에 비해 와일러 감독의 작품은 유성이고 컬러작품으로, 말발굽 소리, 전투북 소리, 군중의 함성 등을 완벽한 효과음으로 처리했고, 미클로스 로즈사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음악까지 더해져 거의 완벽한 영화로 탄생되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덧붙여 저자는 '전문가들은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은 윌리암 와일러의 <벤허> 같은 영화는 다시는 촬영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한다'는 사계의 평가까지 소개해준다.

책에 소개된 한 편의 영화 글을 더 읽어보자.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저자는 영국 태생의 줄리 앤드류스와 캐나다 태생의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주연한 "<사운드 오브 뮤직> 또한 불멸의 명화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아름다운 알프스의 자연 풍광, 그리고 귀엽고 순수한 일곱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리차드 로저스의 주옥 같은 음악이 이 영화를 아무리 반복해서 보고 또 보아도 전혀 질리지 않게 만들었다"면서 "남작부인 역의 엘레나 파커의 우아한 미모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시종일관 "여러 해에 걸쳐서 많은 사람들이 자꾸 보고 싶어하는 영화"가 명작영화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 독일 인스부르크를 지날 때 현지 안내인이 버스의 오른쪽을 가리키며 "저 산이 바로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가족들이 넘어 도망친 산"이라고 말했다. 이 사진을 보면 김성태 문화평론가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장점을 열거하면서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거론한 까닭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독일 인스부르크를 지날 때 현지 안내인이 버스의 오른쪽을 가리키며 "저 산이 바로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가족들이 넘어 도망친 산"이라고 말했다. 이 사진을 보면 김성태 문화평론가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장점을 열거하면서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거론한 까닭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정만진

덧붙이는 글 | <시네마 스케치 앤 리뷰> 김성태 씀, 대경문화산업연구소 펴냄, 1만 원, 2012년 4월



#김성태#마를린몬로#전쟁과평화#벤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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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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