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킨이나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은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1분 1초를 다투는 강박이 빚은 결과였습니다. 그때 '30분 배달제 철폐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치킨을 참 좋아해 1년에 몇 번은 '○○치킨'에서 시켜 먹습니다. 조금만 늦으면 전화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괜히 나 때문에 생명을 잃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책도 했습니다. 가족 생일이면 치킨을 시켜 먹다가 이제는 집에서 닭강정과 닭튀김을 해 먹습니다. '엄마표 치킨', '아내표 치킨'이 이름도 유명한 '△△큐'나, '○○치킨'보다 훨씬 맛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가격도 저렴합니다.
"몸 보신을 좀 해야 겠는데."
"당신은 아이들보다 더 해요. 그냥 넘어가면 안 돼요."
"아니 고기 먹은 지 오래됐잖아요.""며칠 전에 삼겹살 먹었잖아요. 그런데 오래됐다고요.""삼겹살이 아니라 '엄마표 치킨' 먹은 지 오래되었다고.""참 어이가 없네요."큰 아들(남편) "치킨 먹고 싶어요, 오늘은 닭튀겨 주세요"지난 19일 아이처럼 아내에게 치킨 먹고 싶다면 어리광을 부렸습니다. 이런 어리광을 피우는 남편이 무엇이 좋은지 아내는 팔을 걷고 닭을 구입했습니다.
"오늘은 닭강정이 아니라 닭튀김이 먹고 싶어요.""그냥 해주는 대로 먹지 또 무슨. 기름도 없어요.""기름 조금 있는 것 봤는데요."
"그 양으로 어떻게 닭을 튀겨요.""그럼 몇 개만 튀겨주세요.""막둥이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아."
결국 아내는 큰 아들(남편) 어리광을 들어주었습니다. 닭다리 몇 개를 기름에 튀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닭강정보다 닭튀김은 손이 더 많이 갑니다. 밀가루 옷도 입혀야 하고, 나중에 기름 버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기름이 살갗에 튈 때는 고통까지 더해집니다. 하지만 남편을 위해 아내는 닭을 튀겼고, 남편은 그 닭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엄마표 치킨 한 입 문 딸, 먹성 하나는 최고입니다아이들도 좋아합니다. 갈수록 맛있어지는 '엄마표 치킨'에 입맛이 들어 이제는 웬만한 '○○치킨'은 성에 차지를 않습니다. 엄마표 치킨을 한 입에 문 딸 아이, 먹성 하나는 최고입니다. 딸아이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반찬이 없어도 될 정도입니다.
"어이 예쁜 딸. 엄마가 튀긴 닭 맛있어?""맛있어요.""아빠도 엄마가 튀긴 닭이나, 만든 닭강정이 제일 맛있어.""아빠 그런데 조금 덜 익은 것 아니예요."
"다 익은 것 같은데. 그렇게 보여서 그래.""아빠 엄마가 만든 것은 다 맛있어요."
"당연하지 엄마가 만들었으니까."
막둥이는 자기도 질세라 먹기 시작합니다. 젓가락 잡는 모습이 아주 독특합니다. 닭다리를 먹으려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실패입니다. 하지만 막둥이는 독특한 젓가락 잡기로, '누나만 먹나, 나도 먹는다'라는 일념으로 입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우리 집 큰아이는 딱 아빠입니다. 성격, 생김새, 음식 먹는 모습이 똑같습니다. 아내는 큰아이가 식성을 싫어해 타박을 많이 합니다. 남편에 할 타박을 큰 아이에게 하는 것이지요. 제가 봐도 큰아이 식성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내 모습이라니. 타박하면 자기 얼굴을 침 뱉는 일입니다.
"젓가락으로 먹지 말고 손에 들고 먹어면 더 맛있잖아."
"아빠도 젓가락으로 먹잖아요."
"나는 이미 이렇게 된 것이고, 너는 고칠 수 있어. 음식은 맛있게 먹어야지."
"그냥 이렇게 먹을 거예요."'아빠도 젓가락으로 먹잖아요'라는 말에 사실 더 할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 큰 닭 두 마리를 한 순간에 다 먹었습니다. 갈수록 맛나는 엄마표 치킨과 아내표 치킨. 이러다가 '○○치킨' 문닫는 것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