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26일 오후 2시 25분]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지역에서 4선에 성공한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은 총선이 끝난 후 이번에는 전국을 무대로 다시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지난 19일 가장 먼저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 전국 곳곳에 있는 유권자, 즉 19대 총선 당선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강행군을 벌이고 있다. 전국을 돌다 보니 타고다니는 승용차가 하루에 3번이나 주유소에 들르는 일도 생겼다고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장점 중 하나로 당내 어느 계파로부터도 자유롭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 이원은 23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원내대표는 차기 당 대표, 대선 후보와 더불어 당의 얼굴 중 하나로 국민들이 볼 때 조화로운 그림이 나와야 한다"며 "어떤 한 계파의 독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내 주류인 '친노'의 전략적 선택도 압박했다. 그는 "당권과 대권을 염두해 두고 있는 계파가 있다면 모두 독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절제가 필요하다, 그게 지혜로운 일이라는 충고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국민에게 신뢰줄 수 있는 사람이 원내대표 돼야"
이 의원은 그동안 당직 선거에 나서지 않다가 이번에는 원내대표 도전 결심을 한 이유에 대해 "이번만큼은 당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다섯 번이나 대변인으로 임명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원내대표는 국민들께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도 강화론에 대해 "정책의 진보성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추진하는 방식은 온건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접근 방법이나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은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와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청문회 등 대여 공세도 예고했다. 그는 "대선 전, (민간인 불법사찰 등) 지금까지 불거진 사안들에 대해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뇌물 수수 의혹 등 권력형 비리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민주당 입당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이 먼저 안 원장의 매력을 수용해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안 원장이 안심하고 입당할 수 있고, 설사 입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민주당이 그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에 있어 이해찬-박지원 담합 논란이 불거진 26일 다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해찬 전 총리는 '이낙연을 지지한다'고 했었는데 박지원 의원과 전당대회에서 경쟁하는 것이 부담되는 측면이 있어 그렇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는 출마 뜻을 접을 이유가 없다,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의원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을 비롯해 대변인만 5차례 맡아 '당의 입' 역할을 해 왔다. 손학규 대표 시절에는 당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정통민주당 이탈로 7석 잃어... 오랜 지지층 복원해야"
- 먼저 이번 총선 결과를 평가해 달라.
"핑계 댈 수 없는 패배다. 제 1당 자리도 놓치고 새누리당에 단독 과반을 허용했다. 그런데도 당 일부에서는 야권의 정당 득표율을 모두 합치면 새누리당을 앞섰다는 이상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나라당 시절 홍준표 대표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후) '사실상 승리다'라고 한 것과 같은 발상이다. 한 신문 칼럼을 보니 이동걸 전 금융감독위 부위원장이 '배구로 치면 3대2로 역전패 당하고도 야구처럼 총점으로 계산하면 이겼다고 하는 주장'이라고 했던데 뼈아픈 비유다."
- 패배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선거 전략에서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상대는 유력 대선후보가 전면에서 뛰었고 민주당은 집단지도체제였다. 그러다 보니 상대는 일사분란한데 우리는 매번 대응이 늦고 혼란스러웠다. 또 상대는 대선 후보를 내세워 미래의 이미지로 선거를 치렀는데 우리는 MB 심판론에만 매달려 오히려 내성만 키워줬다. 게다가 임종석 사무총장 사퇴 문제나 김용민 후보 막말 파문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했다. 선거판에서 가장 나쁜 게 질질 끌거나 오락가락 하는 것이다.
정통민주당이 빠져나간 부분도 크다. 당선자는 한 명도 없었지만 정통민주당 후보가 얻은 표 때문에 민주당 후보가 낙선한 곳이 6군데다. 또 정통민주당 때문에 비례대표 1석을 덜 얻었다. 7석이 새누리당으로 갔다. 공천 잘못인지는 검증해 봐야 하지만 민주당의 오랜 지지층에게 서운함을 준 것은 사실이다.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이 지지층을 복원해야 한다."
- 그동안 당직 선거에 나서지 않았는데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뭔가.
"올해는 대선을 치러야 하는 해이기 때문에 이번에 뽑히는 원내대표는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6월 9일 전당대회까지 비상대책위를 이끌어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고 그 이후에는 당 대표와 함께 대선 후보 선출을 치러내야 한다. 연말 정권 교체도 이뤄내야 한다. 때문에 이번 원내대표는 여야간 협상보다 국민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국민들께 신뢰를 줄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또 원내대표는 차기 당 대표, 대선 후보와 더불어 당의 얼굴 중 하나다. 국민들이 볼 때 조화로운 그림이 나와야 한다. 어떤 한 계파의 독식이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전당대회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계파 싸움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데 그럴수록 원내대표는 계파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 중립적인 이미지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이번만큼은 제가 당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당 대변인을 다섯 번 했다.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면 다섯 번이나 대변인으로 임명되지 못했을 것이다.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원내대표가 되고 싶다."
- 민주당이 신뢰 받지 못하는 원인은 뭐라고 보나.
"통합을 이뤄내고 총선 치르면서 국민들이 민주당에 대해서 조금 혼란스러워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정권을 맡겨도 될까라는 의심이 있다. 이는 민주당이 추구하는 노선의 진보성 때문이 아니다. 국민들 앞에서 당이 보여준 처신이나 말,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이 국민들을 충분히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 진보성을 강화하는 것은 좋은데 그것을 추진하는 방식까지 진보적일 필요는 없다. 방식은 온건해도 된다. 일관성이 없다든지 너무 극단적인 표현을 쓰면서 신뢰감이 손상돼 왔다.
예를 들어 한미FTA에 대한 당론은 '재협상'이다. 그런데 당의 지도자들이 공개적으로 '폐기'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재협상과 폐기 사이에서 왔다갔다했다.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동도 8년 전 발언을 끄집어내 공격하고 언론이 대서 특필하는 게 공정하지는 않지만 선거 시기에 문제가 된 이상 당이 명확히 대처했어야 한다. 처음에 유권자들 마음을 잘못 읽어 덮고 가려고 했다가 나중에 사퇴를 종용하고도 거부 당했다.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황이 겹쳤다."
"당권·대권 염두해 뒀다면 계파 없는 사람에게 한두 가지 맡겨야"
- 계파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데 당내 선거에서는 계파가 없다는 점이 득표에는 약점으로 작용할 텐데.
"의원들의 충정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원내대표가 어느 계파에 속한 분들만의 싸움이 되거나 계파 대표들 중 한명을 선택하는 게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특히 앞으로 당권과 대권을 염두해 두고 있는 계파가 있다면 모두 독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절제가 필요하다. 계파 없는 사람에게 한두 가지를 맡기는 것도 좋다. 그게 지혜로운 일이라는 충고를 드리고 싶다."
- 18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무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내대표가 된다면 대여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기본적으로 충돌 없이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그럴 가능성도 높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 국민들 앞에서 착한 아이처럼 보이고 싶은 그런 심리가 작동할 것으로 본다. 다만 대선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양보하기 어렵다."
- 총선 때 언급한 불법사찰 국정조사, 이명박 대통령 청문회 등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 대선 전에는 지금까지 불거진 사안들에 대해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뇌물 수수 의혹 등 권력형 비리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크고 광범위하게 부패했다. 도덕적 긴장이라고는 애시당초 없었던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우려됐던 사안들이었다. 단 이명박 대통령 청문회는 대선 이후의 문제가 될 것이다."
- 원내대표가 되면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모바일 투표가 필요하다고 보나.
"먼저 모바일 투표의 장단점을 명확히 평가해야 한다. 지난 1·15 전당대회에서는 흥행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4·11 총선 때는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그런데 아직까지 노출된 문제점들에 대해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현 지도부에서 정리해야 할 문제다. 면밀히 평가해서 만약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채택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 원내대표가 된다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입법 사안은 뭔가.
"250개 총선 공약 실천을 위해 5개 본부를 갖춘 민생공약실천특위를 만들었다. 특위가 속도를 내서 결과물을 내줬으면 좋겠다. 특히 총선 때 공개적으로 약속한 반값 등록금은 서둘러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는 원내대표 혼자서 할 일이 아니다. 당내에서 충분히 협의를 하겠다."
- 총선 이후 당내에서는 중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정책 부분에서는 이미 서민 복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 수 없다. 서민의 삶이 정말 많이 피폐해 있다. 여기서 복지 강화를 외면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옳은 방향이라도 접근하는 방법이나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은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민주당, 안철수 매력 흡수해야 이길 수 있어"
- 차기 당 대표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차기 당 대표는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계파에서 자유로운 게 좋다. 국민에게는 신뢰를 주고 당내에서는 화합과 통합을 이끌 수 있는 분이 적합하다. 당 대표가 어느 한 계파는 만족하고 다른 계파는 섭섭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모든 계파를 골고루 만족하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 19대 국회에서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는 어떻게 할 건가.
"대선에서 이기려면 야권연대를 변함없이 가져가야 한다. 단 양당이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연대하는 것이다. 같다면 이미 하나가 됐을 것이다. 진보당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낼 때 존중하는 것처럼 진보당도 민주당이 다른 의견을 낸다고 해도 존중해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연대하고 정책도 사안별로 조정해 나가겠다."
- 안철수 원장의 입당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는 아직 전망하기 어렵다. 안철수 원장의 민주당 입당이나 혹은 대선 후보 단일화를 생각하기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민주당이 먼저 대중이 좋아하는 안 원장 모습을 수용해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안 원장이 안심하고 민주당에 입당할 수 있다. 설사 입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민주당이 안 원장의 매력을 수용해야 그를 이길 수 있다."
- 내달 4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해찬 전 총리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손을 잡고 런닝메이트로 뛰기로 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좋게 보면 총력 체제이지만 나쁘게 보면 담합이다. 이해찬 전 총리는 이낙연을 지지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박지원 의원과 전당대회에서 경쟁하는 것이 부담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렇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호남을 대표하는 몇몇 분들이 강력하게 이 전 총리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손잡은 것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달라졌으니 재고하겠다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출마의 뜻을 접을 이유가 없다. 끝까지 완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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