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으로 6곡에 이르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곡 모두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 안양에서 무대에 오른다. 무대의 주인공은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음악 세계를 추구해 나가는 최고의 음악인들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는 바이올린의 거장 정경화씨다.
40년 이상 바이올린의 여제로 불려온 정경화씨는 4월 27일 안양 평촌아트홀에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2번과 파르티타 1번, 5월 1일 안양아트센터에서 소나타 3번과 파르티타 2,3번을 각각 연주하며 그의 음악 인생 최대의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안양문화예술재단 송경호 홍보실장은 "무대에는 오로지 정경화씨와 바이올린 한 대만이 등장하고 체력 소모가 3일간의 휴식기를 갖고 두번으로 나뉘어 연주를 한다"고 밝혔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19세기 후반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에 의해 재조명되면서 생명력을 다시 얻게 됐고, 20세기 들어 발견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짝을 이뤄 바이올린 음악의 경전으로 통하는 곡이다.
소나타가 종교적 깊이와 따뜻함, 엄숙함을 표출하고 있다면 파르티타는 다소 세속적이며 서민적인 매력을 풍긴다. 레퍼토리 편성에서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엇갈려 배치함으로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어둠에서 빛으로'라는 주제를 암시한다.
특히 정경화씨는 1961년 미국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처음 잡았던 곡이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1967년 리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할 당시의 연주곡 역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3번이었으나 전곡 연주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은 "이번 연주회는 오랜 타향살이와 성공적인 음악생활, 그 뒤 부상으로 인한 연주 중단, 어머니와 언니를 떠나보낸 최근의 아픔 등 정경화씨의 '내밀한 고백(personal confession)'과 40년 음악생활을 바흐의 곡을 통해 표현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정경화씨의 공연은 출범 3주년을 맞은 안양문화예술재단이 마련해 전석 무료 초대로 진행되는 가운데 재단에는 정경화씨의 연주를 듣기 위해 초대권을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빗발치는 등 안양은 지금 정경화씨를 만나기 위해 들떠있는 분위기다.
정경화씨는 이번 안양에서의 연주회에 이어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녹음한다는 계획이다. 또 명동성당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으로 5월 15일과 22일, 31일과 6월 4일에 나뉘어 안양에서의 공연과 같은 프로그램을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