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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산을 아시나요? 성주산 산행길에 찍은 사진을 동영상으로 소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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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도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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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에 사는 초등학교 동창이 29일 일요일 오후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어이 친구 지금 뭘 해?" "응 아내와 손자 아이가 곧 어린이날이라고 손자 아이 선물과 책이라도 사준다고 쇼핑 나가고 나 혼자 '거문도 백도' 여행 다녀온 사진 정리하고 있는데, 왜?" "그럼 안 되겠네!""아니 이 친구야 갑자기 전화해 뭐가 밑도 끝도 없이 안된다는 거야?" "응 난 자네가 아무것도 안 하고 놀면 가볍게 '성주산, 소래산'이나 한 바퀴 돌고 오잘려구 전화를 했지." "사람 싱겁긴 그럼 말을 해야지…. 하여간 자네의 자존심은 알아 줘야돼, 알았어 그럼 나 지금부터 준비하고 '송내역'까지 가려면 아마 1시간쯤 걸릴 거야 기다릴 수 있어?" "알았어 시원한 캔 맥주나 챙겨 송내역에서 기다릴게."친구와 전화를 끊고 서둘러 가벼운 등산복을 챙겨 입고 자전거를 타고 부평역으로 향했다. 보관대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곧바로 전철을 타고 '송내역'에 내리니 벌써 친구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송내역 1번 출구를 빠져 나와 남부역 지하차도 방향 경인국도로 인도를 따라 부천 경찰서 방면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성주산은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과 인천광역시 남동구, 시흥시 대야동 사이에 있는 산으로 '성주산'이란 이름 유래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일제강점기 때 도서관 심곡분관 자리에 1938년 일본 왕에게 참배를 강요하던 소사면 신사가 세워졌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일본인들에 의해 붙여진 산 이름이 아닌가 추측게 한다. 그 이전에는 와우산 또는 댓골산이라고 불렸다. 특히, 하구고개가 있는 부분은 '조선지지자료'에는 화오현산 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부천의 동남쪽에 있으며, 소래산과 맞닿아 있고, 주변에는 하구고개, 여우고개, 마리 고개가 있다. 마리 고개 너머 솔 안말 쪽 산을 거 마산(巨馬山)이라고 한다. 성주산의 형세는, 현재는 시청사나 멀리 고층건물 옥상에서 관찰해야 볼 수 있지만, 도시화 이전인 1960년대 까지만 하여도 '벌 막' 쪽에서 자세히 보면 소가 앉아 있는 형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고 전한다. 즉 지금의 상수도 탱크가 있는 언저리의 돌출부인 성무정(활터) 쪽 언덕, 서울신학대학교 뒤편의 돌출부는 소가 앞다리를 굽히는 형상과 같다고 한다. 또한, 주봉인 산 정상이 소의 엉덩이 부분에 해당하는 형태며 여기서 약간 동쪽에 하구고개가 있는데, 이 고개가 잘라 놓은 곳은 소의 허리 부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한편, 부천 풀장을 찌르듯 돌출된 능선이 바로 소가 엎드려 있을 때 다리를 굽힌 현상이며 서쪽으로 길게 뻗친 능선 줄기는 소의 꼬리에 해당하며 소가 누워 있는 형태이다. <성주산 안내문 참조>
당초 성주산을 가로질러 도로가 뚫릴 뻔했다. 그것을 면한 성주산 곳곳엔 약수터가 있어 성주산을 찾는 시민의 갈증을 해소해준다. 성주산 들머리 입구에 도착하니 들머리 입구에는 '솟대' 마을 수호신의 상징인 오리 상이 하늘 높이 솟아있다.
친구와 나는 오랜만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올랐다. 계단실 주위에는 영산홍 자산홍꽃이 만개해 성주산을 오르내리는 시민들 가슴에 살랑살랑 봄바람을 불어 넣었다. 또 곳곳에 우리 토종 꽃 장미과(薔薇科 Rosaceae)에 속하는 낙엽관목인 "조팝나무꽃"이 눈이 소담스럽게 피어 눈길을 끈다.
성주산 등산로는 가파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만만하지도 않게 그냥 펑퍼짐하게 오솔길인데다, 일요일이어서인지 많은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등산로 우측 철조망(사유지)엔 부천하면 생각나는 유명한 복사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복사꽃이 아름다워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볼 요량(料量)으로 접근해보지만 등산로 옆에 철조망이 있어 사진 한장 찍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다 등산로 주위에 출입금지 줄을 쳐놓아 성주산 등산로가 영락없는 민통선 북방 'DMZ 철책'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주산 등산로엔 암릉구간이나 너덜길 같은 곳은 일체 없고 오로지 '피톤치드 향' 그윽한 오솔길과 흙냄새 풀풀 나는 황톳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여기가 남북 군사 분계선 "DMZ" 최전방도 아닌데 웬 군부대 철책이 있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책선이 등산로와 함께 한다. 이유는 성주산 부근 송내에 육군 모 예비사단 사령부가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와 나는 남과 북이 60년 이상 대치하는 접적지역 파주 출신들이다 보니 군부대 시설이 낮설지 않고 익숙하다. 친구와 난 철책선 따라 걸으며 그 옛날 현역시절 고생하던 이야기도 나누며 성주산 정상에 올라 '소래산' 조망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손자 아이가 할아버지 어디 계시느냐며 빨리 오시라는 것이 아닌가.
친구에게 소래산은 다음에 가자고 하고 서둘러 인천 대공원으로 하산했다. 그러던 중 곳곳에서 탐스럽게 자란 찔레나무 덤불을 보게됐다. 어린 시절 배곯던 시절 하교길에 입술이 샛파랗게 변하도록 꺾어 먹던 찔레순이 생각나, 친구와 함께 넝쿨을 헤치며 연하게 자란 새순을 따먹어보지만, 옛날 그 맛은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