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한성백제의 역사와 서울의 선사·고대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한성백제박물관'이 마침내 시민들에게 첫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한성백제박물관 광장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곽영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박영아 국회의원 등 내빈들과 시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모듬북 공연을 시작으로 개관식이 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성백제박물관 개관은 고대사 연구의 끝이 아닌 출발로 중앙정부와 학계 등과 널리 공조해 박물관이 고대사 연구의 한 축으로 자라나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고대사뿐만 아니라 현대사 쪽으로도 서울의 역사지평을 넓히기 위해 곳곳에 작은 박물관들을 만들어 서울 전체에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벽 없는 박물관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88서울올림픽을 위해 송파구 방이동 일대에 대규모 체육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긴급 발굴된 몽촌토성에 대한 연구조사는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었다. 지난 2003년 박물관 건립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한성백제로 특화된 박물관을 세우기로 하고 2005년 건립부지와 규모를 정했으며 2008년 착공에 들어가 2010년 10월 준공하고 이번에 개관했다.
몽촌토성의 자연스런 모습을 바탕으로 해상강국 백제의 배를 형상화한 한성백제박물관은 대지 1만4894㎡, 건물 1만9423㎡ 면적에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3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기획전시실이 있으며 4만2311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에 들어와 지하 1층 로비에 서면 눈 앞에는 너비 43m, 높이 11m의 풍납토성 토층이 눈에 들어온다. 토층은 2011년 풍납토성 성벽 단면의 흙을 얇게 떼어내는 전사를 거쳐 박물관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토성 건축방법인 판축법(흙은 시루떡처럼 층층이 다져 쌓는 방석)을 보여주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로비를 지나 제1전시실에 들어서면 '서울의 선사'를 주제로 문명이 싹트기 시작하던 서울의 옛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이곳에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시대의 문화와 생활상을 다양한 모형과 유물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다.
서울의 고대역사를 봤다면 이제 한성백제를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제2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왕도 한성'을 주제로 한 제2전시실은 5백여년 간 이어진 한성백제시대의 금동관모, 금동신발, 환두대도 등 다채로운 유물을 통해 서울을 터전으로 나라를 세우고 번성시킨 백제를 조명해 본다.
특히 제2전시실에서는 중앙에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형물과 실물 크기로 복원한 12.6m 규모의 당도리선, 그리고 일본 이소노카미 신궁에서 소장하고 있는 칠지도와 백제 의자왕이 일본에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바둑판 목화자단기국(일본 정창원 소장)도 만나볼 수 있다.
제3전시실은 서울과 한강 유역을 둘러싸고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간의 치열한 각축전과 이곳에 남겨진 고구려와 신라 문화를 소개하며 한성 함락 후 웅진(공주)과 사비(부여)로 터전을 옮기면서 중흥기를 맞은 문화의 꽃을 피운 백제의 모습을 선보인다. 전시실 사이에 자리한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일본 국보 1호, 고류지 소장) 복원품도 놓치지 말아야 될 유물이다.
전시실을 나와 박물관 옥상에 마련된 하늘정원 전망대에 오르면 몽촌토성과 올림픽공원을 조망해 볼 수 있다. 평지에서 몽촌토성을 올라가 바라보는 것과는 또다른 장관이 기다리고 있다. 올라온 계단 옆으로 난 언덕을 천천히 걸어 내려가면 건물을 통하지 않고 박물관 밖으로 나갈 수 있게 설계돼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의 관람시간은 평일(월~목)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주말(토, 일)과 공휴일은 오후 7시(동절기에는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박물관장이 정하는 날은 휴관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한편 한성백제박물관은 개관기념 특별전으로 오는 9월 14일까지 '백제의 맵시-옷과 꾸미개' 전을 열고 한성백제 복식원단, 한성백제복식, 장신구 등 100여종을 전시해 과거 백제인의 멋과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