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국토부와 산하기관 직원들에게 트위터로 'KTX 민영화' 찬성글을 올리라고 지시한 문건이 공개됐다. 이를 두고 국토부가 사실상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전 직원에게 "국토부의 요구"라며 인터넷에 KTX 민영화에 찬성하는 댓글을 올리라고 지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관련 기사 : 낯뜨거운 '댓글 알바'...국토부가 시켰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국토부 직원들이 정부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여론조작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KTX 민영화 옹호하는 트위터글 올려라' 문건 공개돼
1일 철도노조가 공개한 '철도 경쟁체제 트위터 홍보 협조 요청' 문건에는 '우리부 본부 및 소속기관을 통해 철도경쟁체제 홍보 지시(장관님)'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또한 소속 직원의 절반 이상이 매일 트위터 홍보를 실시하고, 100명이 근무하는 기관인 경우 매일 50명 이상이 트위터로 홍보를 실시하라는 지시 사항도 적혀 있다.
문건에서는 '파급효과가 큰 리트윗 위주로 홍보', '국토해양부 계정 트윗을 실국계정이 아닌 개인계정으로 리트윗', '(매일) 18시까지 장차관님께 1일 트위터 동향 보고' 등의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문건에는 KTX 민영화를 옹호하고, 철도노조를 비하하는 45개의 홍보문구를 제시하고, 이 중 하나를 선택해 트위터에 올리라는 내용도 있다. 'KTX 경쟁도입은 국가가 건설하는 고속철도 선로를 독점 공기업 외에 민간에 빌려주는 것일 뿐 민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철도공사 노조는 철밥통을 허리에 찬 귀족노조' 등의 문구가 제시됐다.
<오마이뉴스>가 홍보문구를 검색한 결과, 홍보문구가 쓰인 다수의 개인 계정이 발견됐다. 또한 국토부 산하 기관 트위터 계정에서도 관련 글이 발견됐다. 특히, 포항지방해양항만청, 여수지방해양항만청,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철도와 관련 없는 국토부 산하기관도 공식 트위터를 통해 KTX 민영화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국토부가 국토부 직원들을 '댓글 알바'로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토부가 공식적인 홍보 도구가 아니라, 장관 지시라며 직원들에게 개인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 개인 계정으로 홍보를 하라고 하고, 매일 장관에게 보고한 것을 보면, 여론조작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정책 홍보는 공무원의 당연한 업무... 여론조작 아냐"
한편, 국토부는 "국토부 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업무"라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2일 오전 해명자료를 통해 "요금 인하 등 국민을 위한 KTX 경쟁도입 정책을 반대 측에서 왜곡하고 있어, 이를 바로 알리기 위해 국토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정책을 홍보한 것을 여론조작이라 보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이어 "국토부의 정부정책에 대해 외부기관이 아닌 국토부 직원들이 홍보한 것으로 소속 공무원으로서의 당연한, 기본적인 업무"라며 "의무적인 홍보가 아닌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홍보이며, 현재 국토부 노동조합도 자발적으로 홍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어 "오히려 철도노조, 일부 매체에서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KTX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국민 혜택 등을 적극 홍보함으로써, 일부 이익집단에 의해 여론이 왜곡돼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 국토부 철도산업팀 관계자는 "공개된 문건은 4월 30일 국토부 노조에서 내부 게시판에 올린 것"이라며 "트위터 홍보를 독려하는 글로, 이후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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