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신 보강(최종): 2일 오후 10시 10분]
다시 켜진 촛불... "국민과 촛불이 옳았다!"
"저는 여기 계신 대부분의 어른 보다 더 오래 살아 갈 것입니다. 그래서 이 나라를 더 사랑합니다. 제발 미래세대를 위해서 계속 나와 주세요!"
18세 안아무개군이 무대에 올라 외쳤다. 2008년 여중·여고생들이 했던 그 외침이 또 다시 울려 퍼졌다. 광우병 발생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이 4년 만에 청계광장을 채웠다. 지난 2008년 "MB OUT! 미친소 OUT" 구호를 외쳤던 시민들은 "수입중단! 국민주권 지켜내요!"라는 구호를 들었다. 표어는 달라졌지만 결국 같은 요구를 다시하게 된 것이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범국민 촛불집회'는 경찰이 청계천을 따라 지나는 청계로를 경찰이 통제하면서 30여 분간 지체됐다. 경찰은 태평로와 맞닿은 청계광장의 넓은 구역을 사전에 병력 배치해 막았고 참가자들이 도로로 내려오는 것도 허용하지 않아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켰다.
500여 명으로 시작된 집회는 시간이 갈수록 수가 점점 늘어나 2000여 명이 광장을 가득 채웠다. 2008년 집회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에 비하면 참여가 줄었으나, 누리꾼들이 주도적으로 나섰던 당시 촛불집회 시작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집회가 계속되면서 참여 열기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 등 주최측은 이날 준비한 5000여 개의 초를 모두 동났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과 시민사회의 깃발을 든 참가자들이 많았지만 20~30대 젊은 층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 2008년처럼 예비군복을 입거나 아이와 함께 나온 주부들도 있었다. 이들은 '국민이 옳았다 촛불이 옳았다 이명박이 틀렸다'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즉시 수입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수입 중단하고 제대로 된 역학조사 실시해야"
집회 시작과 함께 참가자들은 이날 사회를 맡은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을 따라 "2008년 우리가 국민 건강권을 지켜낸 것처럼 또 다시 우리가 지켜낼 것"이라며 "광우병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무대에 오른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에 대해 "4년이 지나고 돌이켜보니 촛불이 옳았고, PD수첩이 옳았으며 국민이 옳았고 이명박 대통령만 틀렸음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그는 "광우병을 검사하는 실험소들은 전체 0.1%밖에 되지 않는다"며 "일단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에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광우병에 대한 진실이 TV에 나오고 있나. 지금 이 나라는 허위와 거짓의 천국"이라며 "지금은 미국 관료의 말을 한국 관료가 그대로 하고 있고, 거기에 관변학자들이 말을 보태고, 그것을 조중동과 KBS, MBC가 받아쓰는 현실에서 진실로 나아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반인 참가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아이쿱(icoop)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저희 같은 주부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사안이라 나왔다"라며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2008년 기억하며 다시 촛불을 들고 나선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 중3이었던 김자연(20, 충남 계룡)씨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 가족들이 소고기를 좋아하니까 그들의 건강이 걱정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특히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소고기 냄새를 직접 맡는 사진을 보고 ""웃음이 나오면서도 화가 나서 나왔다"며 이 자리에 온 이유를 밝혔다.
그는 충남 계룡에서 KTX를 타고 서울 청계광장에 왔다. 김씨는 "4년 전에는 아버지와 함께 손잡고 왔다"며 "오늘은 아버지가 회사 일 때문에 못 왔지만 이제 스무살이니까 혼자여도 괜찮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첫 투표를 하게 된다는 김씨는 "소고기 협상, 한미FTA도 중요하지만 대학생이 아닌 젊은이들도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네 살 된 딸과 함께 온 하지연(33, 경기 성남)씨는 "정부가 4년 전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말을 해놓고 지금은 거짓말을 한다"며 "정부가 하는 소리가 답답하다고 느껴 오늘 촛불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하씨는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입장이어서 먹거리를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오늘 촛불집회)는 네 살 딸아이를 위한 길이고, 우리 가족들 친구들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하씨는 "완벽히 해결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주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퇴근길에 촛불을 보고 집회에 들린 전민은(26, 여, 서울 광진)씨는 "시끄러워서 와서 보았더니 촛불이었다. 반가웠다"며 "다시 촛불이 시작되는 뜨거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씨는 "촛불집회는 지금 국민이 해야 할, 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며 "MB가 국민을 계속 무시하는데 이제는 국민이 옳다는 것을 인정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수입중단·수입위생조건 재협상 약속 모두 지키지 않았다"
이날 대회에는 민주통합당 문성근 대표권한대행과 정동영 상임고문, 이낙연, 남윤인순 당선자 등 민주통합당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문 대표권한대행은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시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신문에 광고했지만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는 박근혜 대표를 만나서 '광우병이 발견돼도 수입은 중단할 수 없다'고 했다"며 "정부는 그때부터 이 사실을 안 상태로 국민에게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지난 4·11 총선 때 다수 의석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오는 12월 대선에서는 정책과 국가비전을 좀 더 가다듬어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FTA와 광우병은 한 몸"이라며 "FTA가 미친소처럼 한국의 모든 시스템을 파괴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다시 일어나 FTA 전면 재협상의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4년을 기다려 왔으나 이 정권을 심판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심판은 끝나지 않았고 반드시 민주진보 정부를 세우겠다는 결의로 다시 모여야 한다"고 외쳤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국회에서 광우병 소고기와 관련해 정부가 한 약속은 두 가지"라며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을 하겠다는 것과 주변국에서 더 높은 수준의 수입위생조건으로 타결되면 재협상하겠다고 했지만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 의원은 "광우병이 발생했고 일본은 여전히 생후 20개월 이하로 수입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운천 당신 농림수산부장관, 한승수 총리, 이명박 대통령까지 촛불이 무서워, 그저 촛불을 끄려고 거짓말을 했다, 어떻게 이 정부를 믿을 수 있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9시 55분 경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별다른 충돌 없이 모두 해산했다. 주최측은 3일과 4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후 강서경찰서로 연행된 김동규 한국진보연대 민생위원장은 조사를 마치고 오후 9시께 석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집회의 사회를 맡을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지난해 반값등록금 집회 참가를 이유로 긴급체포해 논란이 됐다.
[2신 : 2일 오후 5시 40분]
'촛불 집회' 앞두고 사회자 긴급체포...왜?
2일 오후 경찰이 김동규 한국진보연대 민생위원장을 긴급체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범국민 촛불집회'의 사회를 볼 예정이었다. 오후 5시 30분 현재 경찰은 김 위원장의 강서구 자택에 체포영장을 가지고 찾아와 경찰서로 동행을 요구해,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에 출두한 상황.
김 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경찰은 지난해 6월 13일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석해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고 이후 출석요구에도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면서 "체포영장은 지난해 10월 11일에 발부돼 6개월 여 동안 수배상태에 있었지만 전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오늘 촛불 집회 사회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008년 한국진보연대 민생국장으로 있으면서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광우병대책회의에서 활동했다. 촛불집회 끝나고 경찰의 체포를 피해 조계사에서 수배생활을 하다가 구속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진보연대 관계자는 "우리는 경찰의 모든 소환요구에 응해왔다"며 "촛불 4주년을 맞이해 다시 국민적 촛불이 켜지려는 시점에 와서 김 위원장을 체포한다는 것은 어떤 정치적 계산이 있는 게 아니겠나"고 의혹을 제기했다.
[1신 : 2일 오후 4시 30분]
2일 오후 7시 청계광장에서 다시 촛불
2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 다시 촛불이 켜진다.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범국민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지난 2008년 누리꾼을 중심으로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딱 4년 만이다. 최근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이 발생한 가운데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집회 주최 측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시 수입 중단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명박 정부는 또 다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유통을 즉각 중단하고 미국과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은 2008년 당시에도 주요 요구사안이었다. 결국 같은 사안이 4년 만에 다시 불거진 것이다.
정부의 대응도 그때와 유사하다. 당시 정부가 국민적 반대여론에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의 연령제한을 없애자 촛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담화문까지 내놓게 된 데는 정부의 고집스런 태도가 결정적이었다. 현재도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을 비롯해 진보와 보수진영 모두 즉각 수입중단을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가 '수입중단' 약속을 지키지 않고 '검역강화'로만 버티는 상황이 계속 될 경우 촛불이 이전처럼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여론을 결집시켰던 인터넷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광장의 역할은 SNS가 대체하고 있다. 집회 홍보와 참여 의사를 밝히는 곳을 활용되고 있는 트위터에서는 촛불과 관련한 담론이 형성 중이기는 하나 아직까지 이전만큼의 뜨거운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적 관계로 다양한 사안이 이야기되는 만큼 게시판에 비해 주제의 장악력이나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이미 대량 수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과 주요 방송을 비롯한 언론통제가 이전보다 강화된 점 또한 촛불이 여론을 모으는 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또 조직된 단체에서 집회를 주도하는 점도 이전처럼 전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2008년처럼 중고등학생들, 유모차 부대, 예비군 부대 등 새롭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집회 참여가 촛불 확산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태국도 수입중단 조치에 나서고 있고 인근의 중국은 아예 수입조차 하지 않고 있고, 대만은 항생제 검출 문제만으로도 미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시민사회단체들과 전문가들이 정부의 황당한 조처를 전면 반박하고, 결국 2008년처럼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우리 국민들 스스로가 행동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고 집회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전의경 51개 중대를 동원해 4000여 명의 경찰병력을 집회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청계광장에서 집회는 보장하지만 가두시위 등이 진행될 경우 현장검거 등을 통해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