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얕은 술수로 국민을 호도하지 마라"
조중동, 국토부 여론조작 문제 일절 보도 안해
국토해양부가 KTX 민영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여론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일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49개의 소속기관에 '철도경쟁체제 트위터 홍보 협조 요청'이라는 문서를 보내 트위터에 KTX 민영화를 찬성하는 글을 올리라고 지시했다. 이 문건은 소속 기관별로 직원 절반 이상이 개인 계정 트위터로 홍보하고 실적으로 장․차관에게 보고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국토부 트윗을 적극 리트윗 하라는 지시와 함께 개인이 올릴 40여 개의 예시문안까지 첨부했다. 첨부된 예시문안에는 "5000만 국민의 불편을 담보로 철도노조 3만 명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부당한 주장과 이에 편승한 한겨레 등 언론은 깊은 사회적 혼란 야기한다"는 등 KTX 민영화의 문제를 제기하는 철도노조와 언론을 비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실제 지난 24일부터 트위터에는 해당 글들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
국토부가 각 기관의 공식 계정이 아닌 공무원 개인 트윗 계정 통해 글을 올리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공무원들을 일반 국민으로 가장해 찬성 여론이 높은 것처럼 조작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높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국토부의 정부정책에 대해 외부기관이 아닌 국토부 직원들이 홍보한 것으로 소속 공무원으로서의 당연한, 기본적인 업무"라며 "자발적 참여"였다고 밝혔지만, 문건에 '100명이 근무하는 기관인 경우 매일 50명 이상이 트위터로 홍보', '18시까지 장차관님께 1일 트위터 동향보고'라고 적혀있어 '자발적'이라는 국토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토해양부가 기관 직원들을 동원해 KTX 운영권 민간개방 홍보 여론을 조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도 국토부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직원들 개인메일로 "본인․가족․친지 등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일일 20개 이상 KTX 운영권 개방 찬성 댓글을 달라"고 지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국토부의 '찬성 여론 조작' 관련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그러나 조중동은 관련 내용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 KTX 민영화 찬성글 예시문 써주며…국토부가 '트위터 도배' 지시>(한겨레, 1면)
<국토부, 'KTX 민영화'에 몸달아 여론조작 나섰나>(한겨레, 사설)
한겨레신문은 1면 < KTX 민영화 찬성글 예시문 써주며…국토부가 '트위터 도배' 지시>에서 "이 문건의 맨 앞부분에는 '우리 부 본부 및 소속기관을 통해 철도 경쟁체제 홍보 지시(장관님'라고 적혀 있다"면서 "국토부 장관이 직접 홍보를 지시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사설 <국토부, 'KTX 민영화'에 몸달아 여론조작 나섰나>는 "명분도 탕당성도 없는 사업을 밀어붙이려고 1970~80년대 독재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일을 서슴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트위트의 내용과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소속기관이 아닌 개인 계정으로 리트위트 하라고 지시한 것은 찬성의 주체를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으로 둔갑시키려는 의도가 뻔하다"고 지적하면서 "공무원들을 동원해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구시대적 사고"라고 덧붙였다.
사설은 "정부가 민간인을 가장해 찬성 여론을 홍보하려 한 것 자체가 민영화의 부당성을 자인한 꼴"이라면서 "얕은 술수로 국민을 호도하려 들지 말고 케이티엑스 민영화 구상을 당장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일갈했다.
<국토부, 트위터 여론조작 지시 문건 파문>(경향, 13면)
경향신문은 13면 <국토부, 트위터 여론조작 지시 문건 파문>에서 국토부의 문건을 자세히 다룬 뒤 "해당 문건은 지난달 23일쯤 소속기관 직원들에게 전달됐다"면서 "관련 트윗은 이튿날부터 집중적으로 게재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국토해양부 내 실·국뿐 아니라 한국철도시설공단 홍보실, 금강살리기 공식 트위터, 남한강 살리기 공식 트위터 등에 KTX 민영화 홍보 문구가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기사는 국토부 산하기관이 지난 1월 직원들에게 KTX 민영화에 찬성하는 댓글을 올리라고 지시한 것과 함께 "지난달에는 국토부가 KTX 민영화 찬성 의견을 유도하는 설문조사를 벌여 문제가 됐다"고 꼬집었다.
2. 122주년 노동절…<동아>, '교통체증' 부각
1일 민주노총은 서울광장에서 '제122주년 세계 노동절 기념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결의문을 통해 '비정규직 철폐·정리해고 철폐·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3대 쟁취과제로 선언하고 공정언론 쟁취와 KTX민영화 저지, 의료민영화 반대투쟁에도 힘을 모을 것을 다짐했다. 또 권력형 부정부패․민간인 불법사찰․광우병 소고기 수입․제주강정해군기지 공사 강행․남북대결 정책을 심판하고 청년실업 해결과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투쟁에도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노동자와 시민, 학생 등 1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2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각각 1면에, 동아일보는 14면에 노동절 기념대회 사진기사를 실었는데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노동절 기념대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주장을 담은 피켓과 시청광장을 꽉 채운 노동자·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동아일보는 <민노총 '노동절 결의대회'>라며 행진사진 실었는데 집회로 인해 교통체증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구도의 사진이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노동절 관련 사진을 싣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1면 사진기사로 서울광장을 꽉 채운 참가자들의 모습을 실었다.
이어 2면 <퀵기사․파업언론인․여성…'노동권'을 외치다>에서 "서울도심 곳곳에선 다양한 노동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며 이날 펼쳐진 청소년, 예술인, 교수, 여성, 퀵서비스 노동자 등의 문화공연과 기념행사를 자세히 소개했다.
한겨레신문은 이날 1면에 "민주노총은 이날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중단, 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위한 총파업을 선언했다"면서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 피켓에 초점을 맞춘 사진을 실었다.
이어 12면 <강원교육청 '노동절 기념 축포' 비정규직 2557명 정규직 전환>에서 "강원도교육청 소속 비정규직 2557명이 1일부터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며 "이번 조처로 강원교육청 계약직 직원 6100명 가운데, 5307명(87%)이 정규직원으로 채워지게 됐다"고 전했다.
반면 동아일보 14면에 실린 동아일보 사진에는 기념대회 행진 대열과 정체된 도로가 같은 비중을 차지했다. 집회로 인한 '교통체증'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구도였다. 이날 동아일보에는 노동절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내용이나 규모를 알리는 내용은 한 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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