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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신형 싼타페.
울산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신형 싼타페. ⓒ 정영창

"이 차가 새로 나온 신형 싼타페 맞죠? 어디선가 본 듯 낯이 익습니다. 모양새가 투싼ix와 많이 닮았네요. 마치 크기만 키운 것 같은데요. 타보셨죠. (성능은) 어떤가요."

40대 초반의 한 남자가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 주차된 신형 싼타페를 보고 기자에게 한 말이다. "아직, 안 타봤다"고 하자, 그는 5분 동안 차 안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시트도 만져보고 계기판과 센테페시아를 한참 들여다봤다.

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싼타페가) 아우디 Q5를 경쟁상대로 지목했다고 들었는데, 비교 대상이 될까요. 제가 보기에는 힘들 것 같은데…"라고 말끝을 흐린 뒤 성급히 자리를 떠났다. 오히려 기자가 그 이유를 묻고 싶었는데 말이다.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열린 신형 싼타페 시승회 현장에서 있었던 일화다.

신형 싼타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7년 만에 나온 차라 더욱 그렇다. 싼타페는 2000년(1세대)에 첫 선을 보였고 2세대 모델은 2005년에 탄생했다. 이번이 3세대다. 나름 기대했던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의 과감한 변신은 없어 아쉬웠다. 대신에 디테일한 부문에 신경 썼다는 게 현대차 쪽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정숙성·연비·승차감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 그래서 43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싼타페 개발에 투자했다고 한다. 연구기간만도 무려 4년 4개월이 걸렸다. 프리미엄 럭셔리 SUV를 만들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고 말한다.

문득, 부산에서 만난 소비자의 애기가 떠올랐다. 그의 말대로 과연 싼타페가 고급 브랜드인 아우디 Q5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신형 싼타페를 꼼꼼히 시승해봤다. 시승코스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울산 정자해안에 위치한 카페 까사디마레까지 왕복 150km구간이다.

 신형 싼타페는 이전 모델보다 생김새가 날렵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띤다
신형 싼타페는 이전 모델보다 생김새가 날렵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띤다 ⓒ 정영창

투싼ix 닮았다고... 그건 패밀리룩 때문?

기자 역시도 그랬다. 언뜻 본 싼타페의 이미지는 투싼ix와 약간 닮은 듯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투싼ix의 크기를 키운 느낌이었다. 아마도 현대차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정체성 때문인 듯싶다. 패밀리룩(특정 부분의 모양을 동일하게 디자인) 말이다. 디자인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개인 취향에 따른 호불호가 갈린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더더욱 어렵다.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에 맡긴다. 

차를 몰기에 앞서 찬찬히 뜯어봤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2세대에 비해 날렵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띤다. 과감한 직선의 터치가 예사롭지 않다. 날선 각을 차량 곳곳에 넣어 입체감을 살린 것. 마치 각이 잘 잡힌 깔끔한 정장을 보는 듯하다. 2세대는 모서리 부문을 둥글게 처리했다면 3세대는 직선을 사용한 것.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요즘 자동차업체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디자인 트렌드다. 이 같은 흐름을 너무 쫓다보니 독창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싼타페도 예외는 아니다.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육각형 헥사고날 그릴이다. 강인해졌고 대담해졌다. 이 때문에 앞모습이 역동적으로 보인다. 반면, 옆면은 간결하면서 심플하다.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부문은 뒷부분이다. 살짝 아우디 Q5가 떠오른다. 빵빵한 엉덩이가 볼륨감 있어 섹시해 보인다.

차체 크기는 길이 4690mm, 넓이 1880mm, 높이 1680mm로 이전 모델보다 길이는 5mm 늘어나고, 폭은 10mm, 높이는 35mm 낮아졌다. 휠베이스는 2700mm로 이전과 동일하다. 차체 높이를 줄여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덕분에 차 문도 낮아져 타고 내리기가 편해졌다. 특히 미니스커트를 자주 입는 여성들이 좋아할 듯싶다.

 신형 싼타페의 실내는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워졌다. 하지만 센터페시아는 복잡해 보인다.
신형 싼타페의 실내는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워졌다. 하지만 센터페시아는 복잡해 보인다. ⓒ 정영창


복잡한 센터페시아 '옥의 티'... 공간 효율성 '만족'

현대차 쪽은 실내를 럭셔리하게 꾸몄다고 했다. 프리미엄 SUV를 지향하기 위해서란다. 차 문을 열고 들여다 본 실내는 고급 세단의 인테리어를 담아 놓은 듯했다. 고급스럽다. 큼직한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핸들)이 그렇다. 8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 에어컨, 오디오 등 센터페시아에 자리 잡은 공조장치들은 이전 모델에 비해 좀 있어 보인다. 확 트인 대시보드는 시원한 맛을 더한다. 하지만 센터페시아는 심플한 느낌이 안 든다. 공조장치의 버튼 배열 등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다. 복잡해 보인다. 반면 스티어링 휠(핸들)에 장착된 스위치는 제법 간결함을 갖췄다. 손 안에 꽉 잡히는 그립감 역시 만족스럽다.

시트의 착좌감은 기대 이상이다. 허리와 허벅지를 감싸주는 느낌이 맘에 든다. 차 높이가 낮아졌지만 시트 포지션이 높아 시야확보가 충부하다. 특히 뒷좌석 공간은 만족스럽다. 성인 7명이 승차하기에는 거뜬하다. 특히 3열 시트는 2명의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난하다. 좁다는 생각이 안 든다. 2열은 슬라이딩 도어 형태로 필요에 따라 시트를 조절할 수 있다. 트렁크는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어 넉넉하다.

눈여겨 볼만한 독특한 기능도 있다.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블루링크'다. 자동차를 스마트 폰으로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것.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원격시동과 온도조절, 도어 잠금 및 열림, 주차 확인 등을 할 수 있다.

직접 시연해봤다. 시동을 걸기 위해 스마트 폰으로 신호를 보냈다. 약 30초 정도 지나자 시동이 걸렸다는 문자가 뜬다. 문을 열고 닫거나 에어컨, 히터, 비상등을 켜는 정도의 간단한 기능은 대략 10여초면 가능하다. 약간의 오차는 있겠지만 대부분 이 시간 안에 이뤄진다. 쏠쏠한 아이템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현대차는 앞으로 나올 신차에 블루링크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신형 싼타페는 2.0 이륜구동과 2.2 사륜구동 모델이 출시됐다. 사진은 2.2리터 R엔진을 얹은 4WD(사륜구동) 엔진모습.
신형 싼타페는 2.0 이륜구동과 2.2 사륜구동 모델이 출시됐다. 사진은 2.2리터 R엔진을 얹은 4WD(사륜구동) 엔진모습. ⓒ 정영창

정숙성·부드러운 승차감 '인상적'... 세단형 SUV 맞아?

시승차는 2.2리터 R엔진을 얹은 4WD(4륜구동) 모델이다. 4WD는 보통 때는 앞바퀴만으로 움직인다. 험로 주행 등 강한 힘이 필요할 때엔 자동적으로 뒷바퀴도 함께 구동된다. 이번 시승에는 도로 여건상 체험해 볼 수는 없었다. 거칠고 험한 오프로드에서는 제격인데 말이다. 

스마트 폰으로 시동이 걸린 것을 확인 후 운전석에 앉았다. 공회전(아이들링) 상태에서 소음과 진동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는다. 뜻밖이다. 확실히 이전 모델과 비교해 개선됐다. 디젤엔진의 거친 숨소리(엔진음)는 에어컨 바람소리에 묻혀 조용하다. 현대차가 가장 신경 쓴 부문이 바로 이 정숙성이라는 것. 시속 100㎞ 넘는 주행에서도 소음과 떨림이 심하지 않는다. 디젤엔진의 거친 소음은 풍점음이 삼켜 버린 듯 제법 조용하다. 옆 사람과의 대화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 현대차의 내공(?)이 느껴지는 부문이다.

가속페달에 발을 살짝 올렸다. 반응이 밀려온다. 초반 가속성능은 부드럽다. 반 박자 느린 맛이 들지만 탄력을 받으면 치고나가는 기세가 만만치 않다. 시속 120km로 속도를 올려봤다. 차체의 흔들림 없이 도로에 낮게 깔리면서 쭉 뻗어 나간다. 고속주행에서의 직진안전성은 맘에 든다.

시속 100km 구간에서 계기판을 슬쩍 보니 엔진회전수(RPM)의 바늘이 1800에 머물렀다. 편안한 승차감이 밀려온다. 밋밋하고 지루했다. 내친김에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끝까지 밟고 킥다운을 해봤다. 순간 쭉 올랐던 RPM이 낮아지면서 저단으로 빠르게 변속한다. 6단 자동변속기(수동 겸용)의 변속시간도 너무 느리지 않고 적당하게 움직인다. 어느덧 속도계의 바늘은 190km로 향하고 있었다. 속도제한에 걸렸다. 태생 자체가 SUV인 싼타페는 그 이상의 속도는 무의미 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세단의 부드러운 승차감을 가미하다보니 터프한 승차감을 잃었다는 것이다.

 신형 싼타페는 소음과 진동을 이전모델 보다 줄여 정숙성을 높였고 승차감도 부드럽게 세팅했다.
신형 싼타페는 소음과 진동을 이전모델 보다 줄여 정숙성을 높였고 승차감도 부드럽게 세팅했다. ⓒ 정영창

대신, 스티어링휠(핸들)을 통해 거친 승차감을 느끼도록 했다. 컴포트와 스포츠, 노멀 3가지로 구성된 주행모드가 바로 그것. 사실 i30에도 적용된 이 시스템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실제로 주행 중 모드를 바꿔 승차감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별반 차이를 못 느꼈다. 굳이 이 장치를 달아야만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신형 싼타페의 또 다른 매력은 연비다. 이전 모델보다 13%가 향상됐다고 한다. 주력모델인 2.0 이륜구동의 연비는 리터당 14.4㎞다. 시승차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13.8km(신연비 기준). 80㎞ 구간에서 실제 주행연비를 체크해보니 평균 연비는 리터당 10.0km가 나왔다. 시승 당일 바람이 심하게 분 것과 에어컨을 작동한 것을 감안하면 나쁜 편은 아니다. 운전습관에 따라 연비는 달라지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정리 해보면 이렇다. 신형 싼타페는 기존 모델보다 상품성은 확실히 개선됐다. 몸집 큰 SUV에 세단의 부드러운 승차감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제격이다. 게다가 연비효율성까지 갖췄으니 말이다. 예전의 터프한 싼타페를 생각했던 소비자는 고민해볼 만하다. 어쨌든 진동과 소음을 줄여 정숙성을 높인 것은 신형 싼타페의 최대장점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아우디 Q5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딱히 말 할 수는 없다. 싼타페의 사전계약이 18000대에 달할 정도면 제법 경쟁력은 갖췄다고 본다.

 뒷모습은 빵빵한 엉덩이가 볼륨감 있어 섹시해 보인다.
뒷모습은 빵빵한 엉덩이가 볼륨감 있어 섹시해 보인다. ⓒ 정영창

[정영창의 아우토반]

가격이 공개됐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자들에게 싼타페를 공개 한지 13일 만이다. 자동변속기 기준 2.0 모델이 2802만~3604만 원, 2.2 모델은 2996만~3776만 원이다. 대략 3000만 원대 정도면 싼타페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최고급 모델의 경우 내비게이션이나 파노라마 썬루프 등 옵션(편의사양)을 추가하면 4000만 원이 훌쩍 넘어선다. 결코 싼 값은 아니다. 경쟁차로 꼽은 아우디 Q5(5990만 원)보다는 가격이 싼 편이다. 장고 끝에 나온 결과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이다.

가격 이외에 몇 가지 개선할 점이 있다. 자동으로 엔진이 꺼졌다가 출발하면 켜지는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이 빠져 있다. 웬만한 디젤차에는 다 들어있는데 싼타페는 이 기능이 없다. 블루링크 보안도 필요하다. 한 번 연결에 30초. 2-3번 연속해서 명령을 보내면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 또 프리미엄 SUV를 지향한다면서 보이지 않은 부문의 마무리가 꼼꼼하지 못 한 점도 아쉽다. 대시보드의 재질감이나 창문 틈사이의 고무패킹의 마감처리는 기대 이하다.

덧붙이는 글 |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에도 실렸습니다.



#신형 싼타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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