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이명박 대통령의 말싸움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북한은 이 대통령에 대해 "당장 들이닥칠 참변조차 분별"하지 못한다면서 "선군의 불맛을 톡톡히 볼 것"이라며 격렬하게 비판하였다. 이 대통령도 마치 자존심싸움이라도 하듯이 어린이날 행사에서 북한을 "말 안 듣는 나쁜 어린이"라 비유하며 맞섰다.
마주 보고 달리는 전동차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과 말싸움한 것은 지난 4월 15일 김일성 100돌 행사 이후부터다. 김일성 주석 100돌 행사 일환으로 진행된 북한의 위성발사가 실패로 돌아간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위성발사를 비난했다.
이후 남과 북은 극심한 말과 말의 위협을 주고 받다가 급기야 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행동소조가 이 대통령을 지칭하면서 특별행동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인민군 최고사령관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이므로 말과 말의 위협의 정점에는 남북의 정상이 있는 셈이다.
현재의 긴장 조성을 완화시키거나 예방하기가 힘들어 보이는 것은 남북 정상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대통령이 김일성 100돌 행사인 태양절 행사를 조롱했다며 비방하기 시작했고, 이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고 4월 16일부터 20여일 동안 5번이나 북한 체제를 정면으로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과 통해서 북한을 봉쇄하겠다는 '통중봉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북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을 북한과 비교해서 독재정권의 종말을 이야기도 했다.1970년 박정희 대통령의 8·15 선언 이후 역대정권은 최소한 언술적인 차원에서는 '평화통일'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역대정권의 대북정책에서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에 북한은 이 대통령에 대해 '쥐00'라는 경멸스러운 표현을 해가면서 비방하였다. 북한의 비방이 단순하게 감정의 분출에 멈추지 않고 사실상의 군사행동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 또한 최근 상황이 심각함을 말해주는 사례다. 정부 당국자의 대응 역시 '강대 강'의 대결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크루즈 미사일을 공개하여 역시 북한 최고통치자의 집무실을 겨냥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게 했다. 북한이 핵 공격의 조짐이 있으면 선제공격하겠다는 것을 공개하기도 하였다.
북한은 그동안 수가 틀리면 여러차례 남한을 위협하는 발언을 하였다. 하지만 최근의 북한의 위협처럼 강도가 높지 않았다. 최근 북한의 위협은 수도 서울의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극히 위험한 것이다.
수도 서울,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에 있어
정전체제에서 우리의 안보상의 약점은 서해5도가 북한의 내륙에 근접해 있다는 것과 수도 서울이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서해5도 일대에서는 수차례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에는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 '서울한복판' 등을 거론하면서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1992년에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남북한은 수도 서울의 위협에 대한 안전장치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그래서 1993년에는 북한 대표가 '서울 불바다'라는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서울에 대한 위협의 정도는 당시보다도 훨씬 구체적이다.
남북한은 기본합의서에서 평화체제가 유지될 때까지 서해해상경계선은 지금까지 남북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했다. 그런데도 서해에서는 수차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났다. 하지만 수도 서울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한이 합의하지 못했다. 북한이 과거 서울 불바다를 운운했던 것처럼 말의 공세 말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서울의 안전을 지켜왔다. 말의 위협을 넘어선 서울에 대한 북한의 도발은 전면전으로 비화한다. 전면전을 각오하기 전에는 북한이 쉽사리 서울을 위협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 서울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몇몇 언론사를 거명하기도 한다. 실제로 북한이 서울에 대한 도발을 하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구체적이고 공공연하게 서울을 위협하는 상황 자체가 전에 없었던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북한의 광명성 발사 실패 이후 북한의 핵실험 여부에 시선이 모아져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보다 더 위험한 것은 남북 군사충돌 가능성이 제어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 두차례 핵실험을 했다. 2006년 7월 미사일 발사에 이은 핵 실험과 2009년 4월 광명성 2호 발사에 이은 핵실험 때에는 북미대결 국면 속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핵실험을 강행했다. 하지만 지난 4월 13일 발사된 광명성 3호는 북미 대결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보다는 김일성 100돌 행사와 김정은 취임에 맞춘 성격이 강하다. 북한이 로켓발사 이후 핵실험을 했던 것이 지난 두 차례의 패턴이다. 그러나 이 패턴을 북한이 이번에 또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으로 예측하는 근거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2012년 2·29 합의는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오바마 정부가 북미대화 추진을 시도한 이래 미국 내 공화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3차례의 북미 직접대화를 통해 만들어낸 합의이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이러한 북미대화의 흐름 속에서 북한 내부의 축포용으로 진행되었다. 북한으로서는 4월 행사 이후 북미대화의 흐름을 다시 이어나가는 것을 희망하지 결코 대화 단절을 의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정원의 핵실험 보도자료 조작의혹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들도 지난 5월 3일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3차 핵실험 자제와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실패로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기도 했기만 다시 대화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국정원이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것도 총선을 앞두고 정보를 조작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도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것은 소문뿐이지 증거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핵실험의 근거들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남북 군사충돌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4년간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완벽한 실패다. 실패한 정책은 더 이상 악화되기 않게 관리하면서 다음 정부에 넘기는 것이 상식이다. 이 대통령의 최근 대북 강경발언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자신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남북대결을 조성하여 피해보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북한 역시 이 대통령의 강경발언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인공위성 발사 실패 이후 자칫 흔들릴 수 있는 김정은 체제를 내부적으로 결속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분명 현재의 한반도의 긴장은 남북 양측의 국내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조성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남북 정상의지가 직접 실린 서로를 향한 도발적인 발언은 제어되거나 예방되는 수단이 부족한 상태다. 작은 실수로도 폭발의 정점을 향해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충돌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내재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에서는 우연적이고 우발적인 경미한 사건도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중단 없는 대북 자극 발언과 북한의 강경대응은 대통령 선거까지도 삼켜버릴 수 있다. 남북 군사충돌 방지와 평화를 위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