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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국제사진공모전 은상 수상작이자 '구럼비의 정령을 찍은 사진'으로 잘 알려진 정우철 감독의 사진.
제3회 국제사진공모전 은상 수상작이자 '구럼비의 정령을 찍은 사진'으로 잘 알려진 정우철 감독의 사진. ⓒ 정우철

"해고 노동자들에게 평화는 자기가 열심히 일하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지. 장애인들은 손발이 불편해도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맘껏 가게 해달라고 기도해. 장애인에게 이동권이 보장되면 그것이 평화야. 대추리에서 평화는 올해도 내년에도 내가 농사짓던 땅에서 농사짓는 것이었어. 강정의 평화는 무엇일까? 살던 대로 사는 것이지. 날마다 보던 범섬 그대로 보고, 매일같이 놀던 구럼비에서 그대로 놀고… 그런데 그것을 콘크리트로 막아서 해군기지를 만든다고 하니까 마을 사람들이 저항을 하는 거야.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아. 빼앗길 때 빼앗길망정 온 몸과 온 마음을 다 부려서 지켜야지." -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p20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하던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가 지난달 6일 추락 사고를 당했다. 강정항 방파제 테트라포드(일명 삼발이)에 올라갔다가 해경과 몸싸움 끝에 7m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허리를 크게 다친 문 신부는 제주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지난 19일 퇴원한 뒤 며칠 후 다시 강정마을로 돌아왔다. 그는 강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온 몸과 온 마음을 다 부리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움직이면 된다"
"군사주의로는 어떤 긍정적인 것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군사주의가 세계 도처에서 어떤 파괴를 했는지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 눈으로 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이게 너희들이 바라는 모습이니?' 그리고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를 지배해선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제주도도 자기 스스로의 목소리를 가져야 하고, 다른 이에게 들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제주도는 지금 군사기지 대신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평화의 소리를 들어줘야 합니다." -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p55

'마음 치료사' 프랑스인 활동가인 뱅자맹 모네도 제주 강정마을을 지키는 평화 유배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13년 동안 40개 나라를 유랑하던 그는 지난해 5월 강정마을과 인연이 닿았고, 그 해 6월부터는 그곳에 텐트를 치고 살며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뱅자맹 모네는 지난 3월 12일 카약을 타고 구럼비 바위에 올랐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노벨평화상 후보였던 반전평화운동가인 영국인 앤지 젤터도 같은 날 체포돼, 뱅자맹 모네와 함께 3월 14일 추방당했다.

뿐만 아니다.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직접 한국을 찾았고, 언어학자 놈 촘스키 MIT대 교수는 여러 차례 기지 건설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배우 로버트 레드퍼드도 강정마을 주민들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성명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이 평화 운동가들에 의해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구럼비 바위 발파 작업을 강행하며 평화로운 강정마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사진가 노순택은 '제주 강정마을을 지키는 평화유배자들'의 기록을 담은 책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공동 저자다.
사진가 노순택은 '제주 강정마을을 지키는 평화유배자들'의 기록을 담은 책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공동 저자다. ⓒ 노순택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움직이면 된다"는 김선우 시인의 말처럼, 강정마을과 구럼비를 지키기 위한 실천과 연대를 고민하던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제주 강정마을에 직접 내려가보지는 못했지만, 멀리서라도 응원하고 힘을 보태려는 사람들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갤러리 류가헌(관장 박미경)은 빡빡한 5월 전시 일정을 쪼개 시간을 확보한 뒤 무료 대관을 결정했고, 사진가와 감독, 가수는 '강정마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흔쾌히 자신의 재능을 내놓았다.

5월 15일부터 20일까지 류가헌(서울 종로구 통의동) 열리는 사진전 <구럼비의 노래>는 이렇게 탄생했다. 전시 시작일인 15일 오후 6시에는 가수 솔가의 작은 콘서트가 열린다. 전시회에 참여하는 사진가와 기자들은 노순택, 류우종(<한겨레>), 박홍순, 손문상(<프레시안>), 이명익(<노동과 세계>), 이성은, 정우철(영화감독), 조재무, 한금선 등이다. 구럼비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부터 강정마을 구럼비의 그림까지 다양하다.

전시 기간 중에는 구럼비와 강정마을을 다룬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영화 <잼 다큐(Jam Docu) 강정>도 상영된다. '제주 강정마을을 지키는 평화유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오마이북 펴냄)와 전시 작가들의 작품, 사인본인 작은 크기의 사진도 판매할 예정이다. 전시 기간 동안 판매되는 책과 사진 작품들의 수익금은 모두 강정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활동에 쓰여진다. 전시회 관람 및 문의 : 류가헌 02-720-2010.

 류우종 <한겨레> 기자의 '해질녘 강정마을 앞바다'. 이 사진은 지난달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선정한 이 달의 보도사진상 피처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앞바다에서 유영을 하던 두 마리의 돌고래가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솟구쳐 오르는 장면을 담았다.
류우종 <한겨레> 기자의 '해질녘 강정마을 앞바다'. 이 사진은 지난달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선정한 이 달의 보도사진상 피처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앞바다에서 유영을 하던 두 마리의 돌고래가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솟구쳐 오르는 장면을 담았다. ⓒ 류우종


#강정마을#구럼비#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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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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