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가 니콜라 사르코지를 꺾고 프랑스의 새 대통령에 올랐다.
프랑스 주요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은 7일(한국시각)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가 끝난 직후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 사회당의 올랑드 후보가 사르코지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이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올랑드는 52%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사르코지는 48% 안팎을 얻는데 그쳤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사르코지는 올랑드에 축하 전화를 걸며 패배를 인정했다.
선거 기간 내내 지지율 선두를 놓치지 않은 올랑드는 2주 전 치러진 1차 투표를 1위로 통과한 뒤 결선 투표마저 승리하며 1995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이후 17년 만에 좌파 정권을 출범시키는데 성공했다.
반면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인한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실업률을 막지 못한 사르코지는 '정권 심판론'에 무너지며 1981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 이후 31년 만에 단임 대통령으로 남게 되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사르코지 꺾은 '보통 남자' 올랑드
엘리제궁의 새 주인이 된 올랑드는 1954년 프랑스 북부 루앙에서 의사 아버지와 사회복지사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정치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국립행정학교(ENA), 파리정치대학을 졸업한 뒤 판사, 변호사, 대학교수 등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온갖 스캔들을 달고 다녔던 사르코지와 달리 '보통 남자'(미스터 노멀)로 불릴 정도로 스캔들도 없었고 조용한 사생활로 대선에 출마하기 전까지 프랑스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미테랑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0년 넘게 좌파 정당 사회당의 대표를 지냈지만 중도 성향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대선에서 프랑스 우파의 '거물'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사회당 경선에서 맞붙었던 상대이자 정치적 동지인 세골렌 루아얄과 25년간 동거하며 4명의 자녀를 뒀지만 대선 직후 결별했고, 현재는 방송기자 발레리 트리르바일레와 동거하고 있다.
프랑스는 동거 커플이 흔하며 정식 부부와 같은 법적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올랑드가 대통령 취임 후에도 결혼하지 않는다면 트리르바일레는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동거녀로서 영부인에 오르는 독특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랑드 정권, 기뻐하기는 이르다?
올랑드는 사르코지와 반대의 공약을 내걸었다. 지출을 줄여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사르코지와 달리 올랑드는 세금을 더 걷어 재정적자를 해결하고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간 소득 100만 유로(15억 원) 이상의 고소득자 세율을 75%까지 올리고 대기업에 적용됐던 각종 감세 혜택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올랑드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기업들이 벌써부터 긴장하며 파리 증시도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사르코지가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체결한 '신 재정협약'도 거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올랑드는 신 재정협약이 긴축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있어 성장 위주로 재협상을 벌이겠다며 독일, 영국, 스페인 등 주변 국가 우파 정권들과 마찰을 예고했다.
이민자 정책에 대해서는 사르코지보다 유연하고 관대하지만 올랑드 역시 갈수록 늘어나는 불법 이민은 강력하게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소 과격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올랑드의 공약들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만약 다음달 실시될 총선에서 사회당이 우파 정당 대중운동연합(UMP)에 밀린다면 올랑드 정권은 출발부터 커다란 암초와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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