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경남지사의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경남지역 야당과 시민사회진영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두관 지사는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언론들은 그를 대권주자로 거론하고 있다.
김두관 지사는 5월초부터 6월 중순까지 경남지역 시·군 순방에 나섰다. 대선 출마 여부는 시·군 순방을 마친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두관 지사는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당시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야당·시민사회진영과 '야권단일후보'로 나서 당선해 민주공동정부를 꾸려왔다.
김두관 지사는 무소속으로 있다가 2월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통합진보당은 대선 출마 여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진보당 이병하 경남도당 위원장과 석영철 경남도의원은 7일 오후 김두관 지사를 만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김두관 지사는 경남도지사를 지낸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김해을)과 창원에서 오찬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병하 위원장은 "김두관 지사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다 안한다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면서 "경남지사 선거는 2년전 야권 전체가 나서서 이루어 낸 셈이다. 민주통합당 입당도 거의 혼자 결정하다시피 했는데, 대선 출마 여부까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특정한 시기가 되면 당원들의 뜻을 담아 입장을 전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열린사회희망연대(공동대표 강정철.김의곤.김종연.김지란)는 8일 김두관 지사의 대선 출마설에 대한 논평을 냈다. 이들은 "최근 김두관 지사의 행보와 관련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언제부터인지 김지사의 대선출마와 관련된 갖가지 소문과 추측성 언론보도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 들으며 유망한 정치인들에게 따라 다니는 의례적인 루머로 치부해 버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최근 각종 정치적 회합이나 언론 인터뷰로 전달되고 있는 김 지사의 작심한 듯한 정치적 발언들을 통해 소문이 사실로 굳어져 가는 것 같아 실망스러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우리가 진정으로 우려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책임정치의 실종과 도민의 심판이다. 어떻게 얻은 기회이고 어떻게 만든 지사인가?"라며 "경남의 고질적인 지역주의와 새누리당 일당독식 구도를 타파하고 천신만고 끝에 일구어낸 야권도지사의 당선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남의 희망이요 대한민국 정치사가 진일보한 감동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지금 임기가 취임 2년차 마무리를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취임 이후 내외의 어려움 속에서도 중앙정부에 대한 독립성을 제고하고 도정 운영 시스템을 민주적으로 변화시키려 한 점 등은 도정 성과 대소를 떠나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 할 것"이라며 "물론 그 실험과 노력은 아직도 진행중에 있으며 본격적인 실험은 지금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두관 지사의 대선출마설에 우려를 나타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가깝고 먼 과거에 우리는 책임정치를 방기한 결과로 정치적으로 실패한 몇몇 정치인들의 참담한 몰락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위대한 유권자의 유일한 판단 준거는 상식이다. 상식이 아니면 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지사의 주변 또한 정치공학에 사로잡히면 상식이 흔들리고 대의명분을 잃기 십상이다. 정치적 실기는 언제든 만회할 수 있지만 대의명분은 한 번 훼손하면 회복하기가 힘듦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더디 가도 다 함께 더 단단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우리는 그 길을 택하는 것이 백번 옳다고 생각한다. 그 길이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며 "지방분권과 지역주의 돌파의 아이콘이 되어있는 지역의 소중한 정치자산이며 대한민국 미래 정치의 희망 김두관을 허망하게 잃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김두관 지사는 본인을 둘러싼 작금의 대선 출마설과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도민과의 약속을 바탕에 두고 본인의 정치적 미래와 민주진보의 미래, 한국정치의 미래를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할 것을 정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남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개혁의 거점, 경남을 지켜주십시오"한편 경남지역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경남시민단체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 상임대표 차윤재)도 김두관 지사의 대선 출마설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대회의는 지난 4월말 "민주개혁의 거점, 경남을 지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김두관 지사한테 전달했다.
연대회의는 의견서를 통해 "지사가 대선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면 심각한 우려를 떨칠 수 없다"며 "두 가지 이유에서 지사의 대선 출마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사의 도지사 당선이 가져온 의의는 여권 텃밭에서 야권 도지사가 배출됐다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한국 정치사에서 초유의 일인 광역자치단체 내 '민주도정협의회'를 통해 민주개혁세력이 도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도 지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지사께서 이 역할에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면, 그동안 지사를 통해 경남에서 씨앗을 피운 민주개혁과 지역주의 극복의 실험이 무위로 돌아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대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 중도사퇴를 결행한다면, 중도사퇴에 대한 비난은 물론 대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을 이용했다는 비난이 그 파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것"이라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도민과 신의 파기라는 비난은 지사가 향후 어떤 행보를 하든 따라붙는 독으로 작용할 것이며, 동시에 향후 상당 기간 경남에서는 야권 도지사 출현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의 진언에도 변화가 없다고 판단되면, 지사의 대선 출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