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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어깨를 움찔거리는 것이 한국인의 자화상입니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어깨를 움찔거리는 것이 한국인의 자화상입니다. ⓒ 임윤수

<대장금> 같은 드라마, 소녀시대나 샤이니 같은 아이돌 그룹들과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한류를 일으키고 열광시키는데 성공했지만 한식세계화는 실패했습니다.

드라마나 노래들이 한류에 성공한 이유는 마치 솔바람 같습니다.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디서 불어오는지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솔바람은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산바람으로도 불어오고 강바람으로도 불어오며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존재하는 것이 솔바람입니다.

단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솔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이러한 드라마나 노래들이 한류에 성공한 이유 역시 어떤 형태로 이건 분명하게 존재할 것입니다.

한류의 성패, '신기(神氣)'에 좌우 돼

한류에 성공한 드라마나 노래의 여정이 실바람의 여정과 비슷하다면 한식세계화를 위한 움직임은 마치 선풍기바람과 같았습니다. 모터를 강제로 돌려서 일으키는 선풍기바람처럼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 의도가 무엇인지가 또렷했습니다. 하지만 선풍기바람은 모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영속적일 수도 없고 용량 이상의 바람을 일으킬 수가 없다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한류에 성공한 드라마, 소녀시대나 샤이니 같은 그룹들과 노래에는 있었는데 실패한 한식세계화에는 없었거나 모자라는 것을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과 최준식 교수는 그의 저서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를 통해 '신기(神氣)'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 표지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 표지 ⓒ 소나무
최준식 지음, 소나무 출판의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는 한국인들의 생활, 전통, 문화, 종교, 사회 전반에 정서적 DNA로 유전되고 있는 '신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어느새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어깨를 움찔거리는 것이 한국인의 자화상입니다. 대개의 사람들이 '흥(興)' 또는 '신명'이라고도 하는 이런 형태의 신기는 스스럼없이 양지로 드러냅니다.

하지만 무당(巫堂)들이나 갖는 어떤 신통력 정도로 생각하는 신기(神氣)는 일부러라도 도외시 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합니다.

우리가 보지는 못하지만 공기 속에서 살아가듯이 '신기' 또한 우리가 도외시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상관없는 것이 되는 게 아닙니다. 정서와 생활 습관, 문화와 가치관 등에 유전인자처럼 유전되고 혈소판처럼 흐르고 있는 것이 '신기'입니다.

무교도 종교이고, 무당도 목사나 신부 같은 '사제'

부채춤을 추고, 날선 작두에 올라서 춤을 추는 무당 역시 '사제', 신부나 목사 같은 '사제'라고 하면 무슨 시대에 뒤떨어지는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묻고 싶습니다. 정말 신기가 무엇인지, 나와 신기는 상관이 없는 것인지,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나 행동은 신기와 상관이 없는 것인지를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지를 묻고 싶습니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사실은 열렬한 무교 숭배자이면서도 머리로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 31쪽

저자는 한국인들의 신기, 무교에 대한 인식과 행동의 현주소를 이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세등등한 기득종교단체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무교(巫敎)도 엄연히 종교라고 단정합니다.

<무교는 엄연한 종교입니다. 물론 종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무교는 초월적 존재(신령)와 사제(무당)와 신도들을 모두 갖춘 순전한(genuine) 종교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무교는 불교나 기독교와 같은 과에 속하지만 그 주된 특징은 불교나 기독교와는 많이 다른 종교로 이해됩니다. 무교가 다른 세계종교와 같은 과에 속한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놀랄지 모르겠지만 그런 태도가 바로 기성 문화나 중교들에 의해 세뇌되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 72쪽

사제란 종교 의례를 집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가장 비근한 예가 가톨릭의 신부입니다. 가톨릭에서는 '미사(mass)라는 그들만의 독특한 의례를 집전할 수 있는 권리가 신부에게만 있답니다. 이것은 무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굿은 무당만이 집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 84쪽

 무교도 엄연한 종교이며, 무당도 신부나 목사 같은 사제입니다
무교도 엄연한 종교이며, 무당도 신부나 목사 같은 사제입니다 ⓒ 임윤수

저자인 최준식 교수가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를 통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무교는 엄연한 종교다'라는 정도로 지엽적거나 협소한 게 아닙니다. 신기의 존재와 실체에 대한 설명입니다.

'신기' 대한 한 우리는 무의식 적으로 외면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신기'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는 무식한 입장일지도 모릅니다. 정서, 생활, 가치, 문화, 사회에 유전자처럼 유전되고 혈소판처럼 흐르고 있어 뗄 레야 뗄 수 없는 그 어떤 깃임에도 말입니다.

공기(空氣)가 우리의 생활공간이라면 신기는 우리의 정서가 뿌리는 내리고 있는 대지입니다. 지력을 제대로 아는 것이 농사의 흉풍을 좌우하듯이 신기를 제대로 아는 것이야 말로 가장 한국적인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삼각프리즘이 햇빛에서 일곱 빛깔 무지갯빛을 보여주듯이 최준식 지음, 소나무 출판의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는 한국인들의 가슴에 있는 신기(神氣)를 무지갯빛처럼 또렷하게 인식시켜 줄 프리즘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지은이 최준식┃펴낸곳 소나무┃2012. 4. 9┃값 15,000원┃



한국의 신기 - 세계가 감탄한

최준식 지음, 소나무(2012)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최준식#소나무#무당#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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