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바퀴달린 노예, 이제는 끝내고 싶다."화물 노동자들이 뭉쳤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본부장 김달식)는 12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경유가 인하, 운송료 인상, 표준운임제·노동기본권 법제화, 수급동결 사수, 화물운송노동자 투쟁선포대회"를 열었다.
화물연대는 지난 2월 조합원(1만2000여 명, 투표권자 1만590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가결시켰다. 조합원 56.7%가 참여한 투표에서 80.6%가 찬성했던 것. 전국 화물 노동자는 35만 명 정도다.
화물연대는 국토해양부·고용노동부 등 정부와 정유·운송업체에 대해 '노동기본권 보장'과 '표준운임제 도입' '운송료 인상' '산재보험 전면 적용' '기름값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지입제와 불평등한 위수탁 계약으로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일해 왔다"면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 유지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화물운송노동자들에게도 노동3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현재 운임제도에서는 화주와 운송·주선사가 일방적으로 운송료를 결정하고 있다"며 "덤핑계약과 최저입찰이 난무하기 때문에 운송료가 인상되기는커녕 삭감되고 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화물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비용인 기름값·도로비·타이어·각종 윤활유·보험료·차량유지비와 적정 생활비가 보장되도록 표준운임제를 법제화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화물노동자들은 "경유가격은 10년 사이 4배 가까이 폭등했는데 운송료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삭감됐고, 화물차량 가격과 타이어값, 보험료, 도로비 등은 해마다 오르고 있다"며 "하지만 운송료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유류세와 각종 세금, 준조세 폐지로 기름값을 낮출 수 있고, 정유사 독과점 구조를 깨야 하며, 고환율 정책을 바로 잡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정부와 정유·운송업체에 대해 이 같은 요구를 제시해 놓고 있으며, 앞으로 40일간 대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정부·업체에서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6월 말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것. 화물연대는 정부·국회 등을 압박해 나가기로 했다.
백기완 선생 "김달식 본부장과 함께 감옥 갈 각오로 싸워야"이날 '화물운송노동자 투쟁선포대회'에는 전국 곳곳에서 화물노동자들이 몰려 왔다. 주최측 추산 7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노동의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으며, 가수 박준씨가 노래를 부르고, 몸짓패 '선언'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먼저 백기완 선생이 정치연설을 했다. 집회 참석할 것인지에 대해 머뭇거렸다고 한 백기완 선생은 "요즘 서울에서도 이 늙은이를 너무 불러서 피곤하다. 입술이 부르텄다"고 말했다.
백기완 선생은 지난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희망버스'에 참석했다가 담을 넘어 공장 안으로 들어간 것과 관련해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고 있지만 불응하고 있다.
그는 "엊그제 내가 사는 서울 은평경찰서에서 소환장이 왔더라. 부산 영도·중부경찰서에서 세 차례 오더니 이번이 네번째다. 강제로 끌고 가기 전에는 안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기완 선생은 "바람이 불면 날아가는 게 뭐냐. 휴짓조각과 가랑잎이다. 드센 바람이 불어도 날아가지 않는 풀이 질경이다. 이름없는 풀들은 하나도 날아가지 않는다"면서 "이명박정부에 경고한다. '화물노동조합'이라고 해야지 '연대'가 뭐냐. 노동자들을 뿌리쨰 뽑아내려고 모진 바람이 불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리 드센 바람이 불어와도 뿌리를 깊이 내리고 튼튼히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독재'를 '박근혜 독재'로 연장시키고자 하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을 부숴버릴 수 있는 것은 화물연대의 단합뿐이다"라며 "여러분들이 김달식 본부장과 같이 감옥 갈 각오로 싸우면 된다. 이명박 정부와 재벌이 꼼짝 못하게 감옥살이 시켜버리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화물연대는 10년 역사에서 한 번도 투쟁에서 비켜서지 않았다. 2008년 운송 거부 투쟁에서 나타났듯이 승리하는 투쟁이었다"며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기름값 정책에 못살겠다고 해서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름값 투쟁은 국민과 함께 투쟁하고 승리하는 투쟁이어야 한다. 이명박씨는 입만 열면 '국격' 이야기를 한다. 국제노동기구는 지난 4월, 특별히 화물연대를 지목해서 노동자성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이것을 지키지 않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나. 우리 투쟁이 국격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월 말, 7월 초 총파업으로, 8월에는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이명박 정부를 박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무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단순하게 짐을 옮기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전체 민중이 다 죽는다. 기름값을 낮추는 것은 국민 다수가 살기 위한 투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영익 철도본부 본부장, 이용대 건설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의 연대사에 이어 김달식 화물연대 본부장이 대회사를 하기도 했다.
투쟁선포대회에 앞서 "화물연대 최복남·김동윤·박종태 열사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묵념에 이어 열사 약력 소개를 하고, 송경동 시인이 "산 자여 따르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낭송했다.
엄상원 화물연대 수석부본부장은 추모사를 통해 "5월은 또 잔인한 달이다. 화물연대 열사들은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 열사정신을 되새기며 투쟁의 머리띠를 매야 하고, 총파업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부산역을 출발해 중앙로 3~4차로 따라 자성대, 현대백화점, 범내골 등을 거쳐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앞까지 거리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