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29일 충남 예산군 덕산면 충의사 일원에서 열린 매헌 윤봉길 의사 4·29상해의거 제80주년 기념 '제39회 윤봉길 문화축제'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항일독립운동의 대명사인 윤 의사의 고장 예산군 덕산면의 향토지에 친일경찰 '윤정희(尹廷熙, 1904~?)'가 떡하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
특히 일제 고등경찰을 지내고 창씨개명(창씨명 大平廷熙)까지 한 윤정희를 윤 의사와 함께 등재한 <덕산향토지>를 1996년 간행할 당시, 덕산향토지발간추진위원장이 윤 의사의 친동생인 고(故) 윤아무개씨로 알려져 앞으로 논란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은 문제의 인물 윤정희를 "1934년 경기도 경찰부 순사교습소 교습생을 지냈다. 이후 1937년부터 1940년까지 경성 본정경찰서 순사로서 고등계 형사로 활동했다. 재직 당시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군사수송 경계, 첩보 수집, 국방사상 보급 선전 등과 같은 전시업무를 적극 수행해 <지나사변공로자공적조서>에 이름이 올랐다"고 기록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일제의 침략전쟁에 가담해 공을 쌓은 조선인 등을 수록해 반민족친일행위 진상규명에 결정적인 증거자료로서 큰 의미를 갖는 <지나사변공로자공적조서>에 윤정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일제시대 윤정희와 같은 친일경찰은 윤 의사와 같은 항일독립지사를 잡아들이는 데 앞장선 친일파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지역의 '인물'에 애국지사와 친일파를 함께... 삭제 여론 높아하지만 덕산 출신 고위 공무원 등을 다룬 <덕산향토지> 제6편(성씨·인물) 제4장(인물개요) 제10절(공복)에서 윤정희는 배재고등보통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한 경찰공무원으로서 온양, 홍성, 대전경찰서장을 역임한 덕산의 인물로 그려져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1절(순국·애국운동) 첫머리에는 윤 의사의 항일독립운동이 직계가족과 함께 상세히 기술돼 있다. 덕산을 빛낸 별다른 공적도 없고, 일제의 경찰공무원을 지낸 전력까지 소유한 윤정희가 어떻게 덕산향토지에 이름을 올렸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덕산향토지발간추진위가 철저한 검증이나 충분한 연구도 없이 단지 공직을 지냈다는 경력만으로 윤정희를 덕산의 인물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에서는 윤 의사의 항일독립정신과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하루빨리 윤정희를 덕산향토지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한 덕산면 주민은 "지하에 계신 윤봉길 의사가 통곡할 일이다. 누가 감히 <덕산향토지>에 윤정희를 올렸느냐. 친일경찰 윤정희를 <덕산향토지>에서 삭제하라"며 "우리 근현대사에서 친일잔재를 정리하지 못해 나타난 모순은 아직도 아픔으로 남아 있다. 윤 의사가 나고 자란 고향의 역사를 적은 <덕산향토지> 인물편에 친일경찰 윤정희를 기록한 것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자 윤 의사의 정신을 모독하고 윤 의사를 두 번 죽이는 행위다"라고 개탄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